‘줄재판’ 의원님들의 혹독한 겨울나기

요즘 여의도 유독 추운 까닭은?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누가 먼저 금배지를 내려놓게 될까. 지난해 총선 이후 기소된 국회의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일요시사>는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구형을 받고,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의원들을 살펴봤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이번 달에만 모두 6명이다.
 

▲ 사진 왼쪽부터 김한정·이소영·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21대 총선에서 300명의 국회의원이 당선됐다. 이들이 모두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장 이전 국회만 살펴봐도 짐작하는 데 어렵지 않다. 20대 국회에서는 모두 14명이 옷을 벗었다(자진사퇴 1명 포함). 의혹이 제기되면서 줄줄이 재판에 넘겨져서다. 21대 4·15 총선 과정에서 기소된 국회의원은 모두 27명이다. 이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고 있다.

100만원 이상
다시 집으로

이번 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국회의원은 모두 6명이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열린민주당 1명이다. 이 중 가장 먼저 1심 선고를 받은 의원은 민주당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시을)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19년 10월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 운영진 4명과 식사를 하면서 고가의 양주를 제공, 70만원 상당을 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김 의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다. 당선 무효형이었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 무효 처리된다.


이날 김 의원 측 변호인은 당시 식사 자리를 선거운동이 아닌 의정활동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선이나 총선 관련 내용은 없었고, 마석 가구공단 이전이나 지하철 9호선 연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공소 사실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모두 동의했다. 김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법을 지켜야 할 맨 앞줄에 있는 사람인데, 법을 어겨 송구스럽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다주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김 의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그대로 선고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4년 남양주시장 선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김 의원은 고배를 마셨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남양주시을 선거구에 깃발을 꽂았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법 27명 기소, 재판 시작
구형량은 당선무효형, 1심은?

나머지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1심 선고는 이번 주에 있을 예정이다. 민주당 이원택 의원(전북 김제시부안군)의 선고공판은 오는 20일이다. 이 의원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은 선거법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 기소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8일 이 의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19년 12월 지역구 소재 마을 경로당에서 구민들을 상대로 좌담회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곳에서 이 의원이 지역구 거주사실을 밝혔고,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봤다.


이 의원 측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경로당 방문은 선거운동이 아니라 일상적인 정치활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후보 예정자가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민원을 청취하는 행동을 할 수 없다면, 인지도가 낮은 후보는 어떻게 자신을 알리고 시민이 원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었다. 또 지지해달라거나 투표해달라는 발언 내용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최후변론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제일 먼저 낭독한 것이 선거법과 선거관리위원회 안내 책자”라며 본인의 행동이 사전선거운동이라면 죄를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고의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점도 덧붙이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 의원은 구의원으로 출발해 국회에 입성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전북 지역 무소속 구의원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재도전해 전주시 구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경기 의왕시과천시)의 1심 선고는 오는 22일 열린다. 이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16일 벌금 150만원을 구형받았다. 이 의원은 총선 예비후보자였던 지난해 3월 노인회 사무실과 노인복지관 등 여러 기관단체 사무실을 호별 방문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당선! 
기쁨도 잠시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위한 호별 방문을 엄격히 금지한다. 당시 의왕시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의원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이뤄졌다.

이 의원은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호별 방문의 위법성을 면밀히 살피지 못해 이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 의원 역시 “잘못을 통감하고 반성한다”며 “지역주민 뜻에 따라 봉사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인재영입 8호 출신이다. 그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거친 환경 전문 변호사로 소개됐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의왕시과천시의 전임자는 민주당 신창현 전 의원이었다. 신 전 의원은 주택개발후보지 유출 의혹으로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됐고, 이 의원이 전략공천 대상자가 됐다.

이 의원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신계용 후보를 43.38%대 37.95%로 꺾으면서 국회의 문턱을 넘게 됐다.
 

▲ 국회의사당 전경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이번 달에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비례대표)은 지난해 총선 당시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7일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3일 조 의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조 의원이 누락된 채권 5억원에 대한 이자를 지속적으로 받아 채권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고 봤다. 검찰은 “누락한 현금성 자산의 성격과 규모를 보면 누락할 유인이 충분해 보인다”며 “당선 목적으로 재산이 허위 공표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재산보유현황서 작성 요령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선 목적으로 재산 관련 허위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뒤늦게…
선처 호소

조 의원이 재산보유현황서에 기재한 재산은 22억3000만원이다. 실제 재산은 26억원으로 3억7000만원 정도의 차이가 있다.

조 의원 측은 “선거인 입장에서 비례대표 후보자 재산이 22억3000만원이나 26억원일 때 재산에 관해 다른 인식이 형성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조 의원 측은 동생 부부에 대한 사인 간 채권 5억원 누락분이 신고대상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과소 신고와 배우자 금융자산 누락, 아들 예금 등도 모두 착각과 실수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조 의원은 검찰 구형 당시 최후진술에서 “돌이켜보면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서 후보 1번에 이름을 올리며 당선됐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로)의 선고공판은 오는 28일 열린다.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김 의원의 선거법 관련 사안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지난해 3월21일 미래통합당 소속 박명재 전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 지지를 호소하며 사전운동을 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정치자금법의 경우 100만원이 구형됐다. 검찰은 선거 기간에 발생한 문자 메시지 발송비를 선거비로 회계처리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인정·호소·대립…반응 제각각
20대 국회 14명 이탈 이번에는?

김 의원은 보좌관 출신 국회의원이다. 그는 강재섭 의원실 인턴 비서로 시작해 박보환·박상은 의원 비서관, 박상은·이학재 의원 보좌관 등을 거쳤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포항 지역에 출마, 상대 후보들을 제치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오는 28일 1심 선고를 받게 된다. 최 대표에게는 앞선 벌금형 사례와 달리 징역이 구형됐다.
 

▲ ▲ 사진 왼쪽부터 조수진 국민의힘·김병욱 무소속·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검찰은 지난해 12월23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의 인턴 경력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최 대표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식하지도 뉘우치지도 않고 수사 과정에서 출석조차 거부했다”며 “법정에서 말을 바꾸는 등 여러 차례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사건사무규칙을 명백하게 위반한 위법기소라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최 대표 역시 “사실관계로 보나 증거로 보나 분명히 무죄”라며 “검찰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뿐”이라고 전했다.

최 대표는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지난 2017년 10월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하지만 최 대표는 조 전 장관의 아들이 실제 인턴 활동을 했기 때문에 확인서를 발급해줬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최 대표는 손혜원 전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등 민주당 탈당 인사들이 꾸린 열린민주당에서 비례 2번에 이름을 올리면서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27명의 국회의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이후, 재판이 하나둘 진행되는 모양새다. 물론 1심 판결에서 당선무효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당장 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벌금부터
징역까지

지난 20대 국회에서 의원직을 잃은 이들은 모두 13명이다. 자진사퇴 1명을 포함하면 모두 14명이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10명, 국민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 민중당 1명이었다. 21대 국회에서는 몇 명이나 옷을 벗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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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