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담판’ 문재인 1월 승부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28 10:20:27
  • 호수 1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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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불씨 살릴 마지막 기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북한 비핵화는 과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인가.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협상대표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내년 1월로 예정된 제8차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개최 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입장을 낼 전망이다. 북한 비핵화 담판의 분위기가 띄워졌다. 
 

▲ 문재인 대통령 ⓒ고성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협상대표를 교체했다. 노규덕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차관급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목표로 북핵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부의 핵심 보직이다. 노 신임 본부장은 ‘북미통’ 인사로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을 거친 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부터 1년여간 한반도평화교섭본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을 지냈다.

북핵 협상
핵심 보직

노 본부장의 후임으로는 김준구 전 주호놀룰루 총영사를 낙점했다. 김 신임 비서관 역시 ‘북미통’이다. 외무고시 26회로 지난 1992년 공직에 입관했다. 외교부에서 그는 북미2과장,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 북미국 심의관 등을 지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과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사이의 공조를 염두에 둔 인사라고 해석한다. 노 본부장과 김 비서관 모두 주변 4대 열강과의 다자외교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우리 정부를 대표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과 대북 정책을 공조하는 일을 담당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1월 출범한다. 미국의 북핵 수석대표, 남북의 카운터파트(대응 관계에 있는 사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미국의 북핵 수석대표가 교체되는 만큼 우리 정부도 이에 발맞춰 북핵 협상대표를 교체한 것으로 읽힌다. 

지난 2018년 한반도에는 훈풍이 불었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알렸기 때문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방남해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 친서를 전달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했던 지난 2017년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었다.

‘미국통’ 북핵 협상대표팀 전면 대비
비건 곧 임기 종료, 카운터파트는?

그해 4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의 평화의집에서 만났다. 당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북측 땅을 밟아보라며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잠시 월경(국경 등의 경계선을 넘는 일)을 했다. 이후 두 정상은 손을 맞잡은 채 군사분계선(MDL)을 함께 넘어왔다.

남북 정상이 MDL에서 조우한 일은 당시가 처음이었며,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는 일 역시 최초였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지난 시기처럼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오고 발표돼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에게 더 낙심을 주는 것”이라며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만나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문 대통령은 “오늘의 이 상황을 만들어낸 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며 “오늘 통 크게 대화하고 합의에 이르러서 모든 분들에게 큰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남북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합의문을 공동발표했다. 합의문에는 ‘2018년 내 종전 선언’ ‘완전한 비핵화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 ‘문 대통령의 올 가을 평양 방문’ ‘8·15 남북이산가족 상봉’ 등 파격적인 내용이 실렸다.

또 남북 정상은 합의된 내용들을 실천하기 위해 고위급 회담 등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과도기에
전격 교체

지난 2018년 한반도 정세는 숨가쁘게 흘러갔다. 그해 6월 싱가폴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이벤트가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시 취재진에게 “우리(북미)는 굉장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우리는 아주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밝혔다.

9·18 남북평양정상회담은 백미였다. 남북 정상은 평양공동선언문에 합의하며 한반도 평화가 머지않았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합의서에는 ▲핵시설 폐기 등 완전한 비핵화 협력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 ▲보건의료 협력 즉시 추진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유치 협력 ▲연내 동서철도·도로협력 착공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이 핵심 내용으로 포함됐다. 

남북 정상이 핵시설 폐기 등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협력에 합의했다는 점이 대서특필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 올라 손을 맞잡는 모습은 한반도 평화가 머지않았음을 기대하게 했다.

분위기는 2019년에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것. 특히 북미 정상 간에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우리 언론은 물론 외신까지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 조 바이든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은 별다른 합의 없이 종료됐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두 정상은 비핵화와 경제 주도 구상을 진전시킬 다양한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며 “현 시점에서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1년 동안 급물살을 탔던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여정이 암초에 걸린 것이다.

얼어붙은
한반도

한반도 정세는 급랭했다. 한미 간 논의는 이루어졌지만, 북미 간 대화는 재개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 분야 원로·특보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지난해 북한과 미국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것이 너무 아쉽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문재인정부 초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인 이도훈 전 본부장 임기 동안 이뤄진 일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비건 대표와 탄탄한 소통 채널을 구축해 2차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을 기점으로 북미 간 대화가 중단되는 악재를 맞았다.
 

▲ 노규덕 한반도교섭본부장

결국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점에 맞춰 노 본부장을 새로운 북핵 협상대표로 임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노 본부장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북 정책 조율 및 소통 채널 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 측의 입장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반영되도록 바이든의 외교·안보 라인과 접촉, 빠른 시일 내에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과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올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북한은 아직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그 이유로 내년 1월로 예정된 당 대회 준비를 꼽는다.

북한 노동당 대회 임박
김여정 지위·실권 격상

제8차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개최가 예정돼있다. 김 위원장은 바이든 당선 이후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내부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외 메시지는 1월 당 대회 이후 발표될 공산이 크다. 


한미의 경우처럼 북한 역시 새로운 대미 협상팀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인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화는 공화당인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이 새로운 대미협상팀을 구성하는 시기 역시 내년 1월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로 상정해왔다. 대미 협상의 핵심 인물이다. 그러나 북한의 인사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 외교가의 정설이다. 북한은 올해 대남라인에서 자주 모습을 보였던 리선권을 외무상으로 임명한 바 있다. 대미협상팀 구성을 쉽사리 예상하기 힘든 이유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올해 초부터 대남·대미 등 대외 사안을 총괄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북한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하자 김 부부장은 ‘강경화의 망언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통일전선부, 외무성 등이 아닌 김 부부장이 직접 대응했다는 점이다. 내년 1월 당 대회를 통해 김 부부장의 지위와 실권이 격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외교가 안팎에서 들려온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대미협상팀 구성 이전에 비핵화 논의를 시작할 전망이다. 노 본부장은 지난 22일 비건 대표와 전화로 상견례를 겸한 첫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노 본부장은 비건 대표로부터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했고, 우리 정부와 대북 정책 조율 및 협력을 위한 협의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달받았다.

북미 대표
교체 앞둬

또 비건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발생한 과도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한미 간 소통·협력을 지속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두 사람은 축적한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목표로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양국 간에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제사회 논란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왜?

유엔과 미국 의회, 행정부에 이어 영국 의회, 일본 언론까지 우리 국회에서 통과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바 있다. 

크리스 스미스 미국 하원 의원이 해당 법안을 두고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억압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사태는 시작됐다.

미국 의회는 내년 1월 관련 청문회 개최를 준비하며 국민의힘 등 우리 측 야당 및 탈북단체 등과의 공동 작업을 요청했다.

미국 국무부 역시 해당 법안의 취지와 배치되는 공식 입장을 밝히는 등 사태는 확대되는 추세다.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정부여당은 전방위적인 해명에 나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영길 의원은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기고문을 보내 “군사분계선의 풍선 날리기는 사실상 북한 정권 타도를 목표로 한 군사적 심리전”이라며 “법률적으로 전시 상황인 한반도에서 심리전 수행을 방치하며 북한에 핵무기 개발 포기를 설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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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