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애경그룹 오너 가족회사 내부거래 민낯

다 챙겨가는 회장님 핏줄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그룹 차원에서 총수 일가를 우회 지원하는 광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암묵적으로 자행되는 ‘총수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애경그룹 총수 일가 역시 사익편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 애경그룹 사옥 ⓒ박성원 기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220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덩치는 신참
하는 짓은 거물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지주회사 총 개수는 전년(173개) 대비 6개 감소했다.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중소 지주회사가 94개에서 82개로 감소한 결과다. 6개가 신설되고 12개가 제외됐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를 가장 많이 거느린 건 GS그룹(11곳)이지만,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대기업 2년차’ 애경그룹이었다. 애경그룹은 오래전부터 ‘일감 몰아주기’가 빈번했던 기업집단으로 분류돼왔다. 그룹 차원에서 성행한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의 자식은 물론이고, 사위, 올케까지 참여하는 ‘가족경영’의 연장선상이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애경그룹은 규제 사각지대에서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흐름에 제동이 걸린 건 지난해 5월이다. 이 무렵 애경그룹은 대기업집단에 처음으로 지정됐다. 홍대 신사옥 준공, 계열사 상장 등이 이어지면서 공정자산 5조원을 넘겼기 때문이었다.


대기업집단으로의 편입은 애경그룹의 대외적 위상이 올라갔음을 뜻했다. 대신 규제 강화라는 만만치 않은 반대급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엄중한 잣대는 애경그룹이 직면한 골칫거리였다.

친인척 
한입씩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 20%를 초과하는 비상장사의 경우 연간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특혜성 거래 기회를 제공하거나 총수 일가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행위도 제한된다.

공정거래법상 애경그룹은 10곳(▲애드미션 ▲에이텍 ▲비컨로지스틱스 ▲애경개발 ▲애경피앤티 ▲에이엘오 ▲에이케이아이에스 ▲우영운수 ▲인셋 ▲코스파)의 계열사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상태다. 
 

▲ (사진 왼쪽부터)장영신, 채동석, 채승석, 채은정 ⓒ애경그룹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분류된 애경그룹 계열사들은 사실상 총수 일가 수중에 있다. 총수 일가는 우월한 지분율을 밑천으로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해왔고, 계열사는 그룹 차원에서 밀어준 일감을 독식해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이들 가운데 총수 일가 구성원의 지분율이 100%인 곳은 ▲비컨로지스틱스 ▲에이엘오 ▲에이케이아이에스 ▲우영운수 ▲인셋 등 총 5개사. 에이엘오와 인셋을 제외한 3곳은 수의계약을 통해 애경그룹 핵심 계열사들과 내부거래를 지속해왔다.

자식도 모자라 올케까지
일감 몰아주기 효과 ‘톡톡’


백화점과 통합 전산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사업을 영위하는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애경그룹 총수와 총수의 친자녀가 직접 지배하는 회사다. 장영신 회장(5.63%), 채형석 애경산업 총괄부회장(50.33%),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20.66%), 채은정 전 애경산업 부사장(13.23%), 채승석 전 애경개발 사장(10.15%) 등 총수 일가가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다.

에이케이아이에스의 내부거래 규모는 단연 돋보인다. 2017년 매출 425억원 중 91.5%를 내부거래로 발생시킨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이듬해 내부거래 매출을 272억원으로 줄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내부거래 매출이 509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내부거래율 역시 2018년 53.0%에서 지난해 69.7%로 올랐다.

에이케이아이에스의 그룹 내 위상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지분구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올해 3분기 기준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지분율 10.3%로 AK홀딩스 2대 주주에 등재돼있다. 최대주주는 지분 14.2%를 보유한 채형석 부회장이고, 총수 일가의 지분율 합계는 45.9%로 집계됐다.

에이케이아이에스의 계열사 지분 취득은 AK홀딩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애경개발(31.4%), 에이케이에스앤디(20.0%), 애경산업(18.0%), AK홀딩스(10.3%), 코스파(10.0%), 제주항공(1.7%) 등의 주주명부에서 에이케이아이에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비컨로지스틱스는 육상 운송 지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 17억6500만원이 모두 애경그룹 계열사인 애경산업과의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수의계약을 맺고 대금 지급은 현금으로 이뤄졌다. 

이 회사는 2018년에도 매출 51억원 전부를 내부거래로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억75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2%가 넘는 알짜배기 회사다. 

속보이는 거래
두둑해진 밑천

비컨로지스틱스 주요 주주는 장대영(32.5%)씨, 장우영씨(35.0%), 장지영씨(32.5%)다. 이들은 김보겸 비컨로지스틱스 대표이사의 자녀들이다. 김 대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오빠인 장위돈 전 서울대 교수의 부인이다. 사내이사 4명과 감사 1명 등 임원들 역시 모두 총수 일가 구성원이다.

1995년 설립된 우영운수는 육상 운송 서비스를 주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매출액 17억원 가운데 15억원이 애경산업과의 거래를 통해 이뤄졌고, 내부거래율은 90.1%에 달했다. 2018년에는 매출 58억원 가운데 56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얻었다. 이 당시 내부거래율은 97.1%로 집계됐다.

김보겸 비컨로지스틱스 대표는 우영운수 대표직도 맡고 있다. 김보겸 대표는 지분 6%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 94%는 김 대표의 3자녀(장대영·장우영·장지영)가 확보한 상태다.

총수 일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에이텍, 애경피앤티 역시 일감 몰아주기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 있다.

포장용기 제조업체인 에이텍의 내부거래 규모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된 계열사 가운데 에이케이아이에스 다음으로 컸다. 이 회사의 최근 2년간 내부거래 금액은 1223억원에 이른다. 2018년과 지난해의 내부거래율은 각각 49.9%, 45.1%다. 


에이텍의 지분 절반은 총수 일가의 몫이다. 일가가 장영신 회장(0.1%)을 비롯해 채형석 부회장(28.6%), 채동석 부회장(17.9%), 채승석 전 사장(3.3%)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골판지 제조업체인 애경피앤티는 에이텍(45%), 채형석 부회장(40%), 채은정 부사장의 남편인 안용찬 전 제주항공 대표(10%)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165억원, 지난해 146억원의 매출을 그룹 계열사로부터 얻었으며, 해당 기간 내부거래율은 각각 89.1%, 82.6%로 집계됐다.

코스파는 내부거래율이 극히 낮은 수준이지만 꼼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지난해 11월 코스파는 한국특수소재를 1.00:3.27 비율로 흡수합병했다. 당시 애경그룹은 공시를 통해 합병 목적을 “경영 효율성 증대 및 사업 경쟁력 강화”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특수소재가 합병 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되자, 흡수합병이 규제 회피를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플라스틱 압출발포제품을 제조하는 한국특수소재는 제품 전량을 코스파에 납품해왔다. 2018년 한국특수소재가 올린 총매출 148억원 모두 코스파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대놓고 밀어주기
곳곳에 사각지대

한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애경그룹 계열사 상당수도 내부거래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 기업이 지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사각지대 회사로 분류된 애경그룹 계열사는 ▲에이케이레저 ▲서림 ▲애경화학 ▲제주항공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에이케이에스앤디 ▲에이케이켐텍 등 총 7곳이다. 


특히 에이케이켐텍은 지난해 331억원을 비롯해 매년 수백억대 규모의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에이케이켐텍의 최대주주는 지분 81.3%를 보유한 AK홀딩스다. ‘총수 일가→AK홀딩스→에이케이켐텍’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확립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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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