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70)용암교 물난리, 그 이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1.30 12:10:57
  • 호수 12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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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어가는데…아직도 보상금 줄다리기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늦기 마련이다. 최근 경남의 한 마을에서 시공사가 무리한 다리 공사를 진행해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시공사 측에서는 뒤늦게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보상에 나서고 있다.

▲ ⓒ침수 피해 제보자

지난 5월20일, 경남도 진주시 용암2교 재가설 공사가 시작됐다. 이 공사는 기존에 있던 다리를 없애고 새로운 다리를 짓는 것으로, 지름 약 1m 정도의 강관 3개를 매설한 후 우회 도로를 만들었다. 가설 공사란 건축물의 본 공사를 위해 필요한 임시적 시공설비를 설치해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거절

하지만 가스 배관공사와 장마로 인해 일정이 조금씩 지연되다가 9월까지 다리 공사가 이어졌다. 태풍 마이삭이 휘몰아친 9월3일, 물이 범람해 공사 현장 일대의 주민들이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이날 새벽 2시 A씨 가족의 집에도 물이 차기 시작했다. 당시 시공사 현장 소장과 굴삭기 기사도 태풍으로 인해 집이 물에 범람하는 것을 늦게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이후 우회도로를 제거할 때 물이 빠져나오면서 또 한 번 물이 범람한 것. 

A씨 가족은 “이전부터 물이 넘치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강관을 더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결국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아들은 가족의 연락을 받고 회사에 연차를 낸 뒤 부모님 댁에 와서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각종 농기계는 건드리지도 못했으며 창고에 있던 자동차 2대는 폐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황한 A씨 아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해 피해 관련 보상에 대한 민원을 접수했다.

무리한 공사 강행…하천 범람 피해
농기계·농기구 등 각종 물품 침수

그는 “마이삭이 온 9월3일 새벽, 경남 진주시에 있는 부모님 댁이 수해 피해를 입었다. 부모님이 이 집에 살면서 한 번도 수해 피해를 입은 적이 없어서 지금 무척 힘들어 하고 있다”며 “이번 수해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다. 공사를 계획하고 발주한 기관에서는 조속한 확인 및 처리 상황 공유 등 하루빨리 복구 절차를 밟아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A씨의 아들은 수해 원인에 대해 “지난 3월부터 부모님 댁 옆 하천에 다리 공사가 진행됐다. 기존 다리 철거 후, 하천 배수를 위해 지름 1m의 강관 3개만 매설했다. 이후 임시 우회 도로를 만들었는데, 태풍 때 비가 많이 오면서 우회도로에서 배수가 되지 않아 물이 범람해 부모님 댁까지 침수 피해를 봤다”고 항의했다. 

이어 “피해 내용은 소 축사 침수, 사료 침수, 각종 농기계(콤바인, 관리기, 예초기, 비료 살포기, 베일러, 포장기, 곡물 건조기, 고추 건조기, 정미기)와 무게를 측정하는 저울과 각종 농기구 및 공구류(공기 압축기, 절단기, 용접기, 전동드릴 등), 차량 2대, 침수로 인해 위치 이탈된 저온냉장고, 침수된 각종 수확 작물들(쌀, 고추, 양파, 마늘 등), 유실된 농업용 자재 및 각종 농약 등”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우회도로를 만들 때 아버지께서 배수 배관을 더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으나 시공사는 예산 부족을 핑계로 무시했고, 집에 물이 넘치고 나서야 우회도로를 철거해 바로 물이 빠지게 됐다. 며칠 뒤 시공사 직원들과 발주처 관계자들이 와서 조금 복구됐으나 그날 이후로 시공사 현장소장 말고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으며, 시공사에서는 ‘보험사에 접수해놨으니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주처의 별다른 액션은 전혀 없었고 현장소장은 우선 피해 본 부분에 대해 조치해주겠다고 했지만 나중에 가서는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인재로 인한 수재인데 발주처에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지 황당하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뒤늦게 책임 인정
발주처는 여전히 나몰라

이에 대해 경남도 도로 관리사업소 측은 “진주시 ○○○면 ○○○리 일원 ○○○교 재가설 공사 현장 인근 침수 피해 처리와 관련해 불편하게 한 점 사과드린다. 주민 의견 및 현장 여건을 고려해 가설도로 내 배수관을 당초 계획 수량보다 추가해 설치하고 태풍 및 집중호우 예보에 따라 피해 예방을 위한 인력 및 장비를 배치하는 등 현장 조치했으나 집중호우 시 갑작스러운 하천수위 상습으로 불편하게 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경남도에서는 피해 당일 인력 및 장비를 투입해 복구 작업을 지원했고, 현재 시공사에서는 공제보험을 통해 침수 피해에 대한 보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 9월9일 손해사정업체에서 현장방문 후 피해를 조사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관리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A씨 아들은 “사고 발생 2개월이 지난 시점이지만 발주처인 경남도 도로관리사업소 진주지소에서는 보상에 관심이 없다. 공사를 계속 진행해야겠다는 생각만 한 채 보상 관련해서는 ‘건설사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시공사 측에서도 ‘보상이 진행 중이니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건설공제조합에서는 보상금이 안 나온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억울해했다.

되풀이

보상에 대해선 “제대로 산정하지 않아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으나 나름대로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견적을 내보니 최소 50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보상해 줄 수 있는 수준이 2000만~3000만원 수준이었다. 건설사에서 가입한 건설공제조합에서 처음 보상 관련 업무를 진행했으나 ‘산재이기 때문에 100% 보상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남도 도로 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피해를 입으신 가족, 시공사와 보상금 관련해 서로 협의 중이라고만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5000만원 피해…보상은 2만원?

올여름 경기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안성에서 1억원원 상당의 ‘한국 자생춘란’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현행법상 지원금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재배 농가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3일 안성시와 안성에 있는 한 농가에 따르면 안성시는 올여름 폭우 피해를 본 농민들을 찾아 재난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7월 말 경기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안성 보개면의 북좌저수지가 무너졌다.


제방을 뚫고 나온 물은 마을을 덮쳤고, 저수지 인근 A씨의 비닐하우스까지 덮쳤다. 결국 A씨가 재배하는 난 3000분 중 절반인 1500분이 물에 잠겼다.

A씨가 기르는 난은 한국 자생춘란으로 야생에서 자라는 한국 고유의 난이다.

한국 춘란은 시중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일반 난과 달리, 한 분당 최소 10만원부터 최대 수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개당 5000만원이 넘는 ‘남산관’이 시드는 등 최대 1억 원이 넘는 재산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A씨는 실제 피해액의 10%도 보상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자연재해 보상 항목에 한국 자생춘란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매년 ‘자연재난 조사 및 복구 계획 수립지침’을 마련하고 자연재해 피해액을 산출한다.


지침에는 재난 발생 시 보상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팡목이 명시돼있는데, 한국 춘란은 없다.

안성시는 A씨의 피해액을 고려해 지침에 명시된 종 중 가장 비싼 ‘호접난’을 기준으로 피해액을 산정했다.

하지만 호접난의 보상 비용은 재배면적 1㎡당 1만9000원에 그친다.

약 330㎡ 면적에서 난을 기르는 A씨는 재난지원금으로 6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중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기관과 경기도 측에 재난 보상 가능 품목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건의했지만, 관련법이 없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A씨의 사정을 고려해 가장 값이 비싼 호접난으로 산정을 하더라도 실제 피해액에 비하면 미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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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