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심 율촌재단 주먹구구 운영 대해부

뒷전으로 밀려버린 장학사업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최현목·장지선 기자 = 율촌재단의 운영방식을 두고 온갖 뒷말이 나오고 있다. 운영비 지출 내역에서 이해하기 힘든 흔적이 여럿 발견된 탓이다. 신규 사업에 20년 가까이 눈먼 돈이 투입되는 것과 달리 본래 설립 취지는 뒷전으로 밀려버린 지 오래다.
 

▲ ⓒ율촌재단

율촌재단은 1955년 6월 설립된 화암장학회에 뿌리를 둔 공익법인이다. 1984년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사재 80억원 출연과 함께 장학회를 양수받으면서 농심그룹 산하 단체로 탈바꿈했다. 신 회장의 이사장 취임 직후 화암장학회는 율촌장학회로 이름을 교체했고, 1998년부터 지금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배당으로
재원 마련

지난해 말 기준 율촌재단의 총자산은 182억원. 금융자산(37억원), 기타자산(19억원), 토지(6억9000만원), 건물(1억3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73%(132억원)는 장기투자자산으로 분류된다. 장기투자자산 가운데 117억원은 농심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 평가액이다.

율촌재단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은 자산평가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재단 1년 농사의 밑천으로 작용한다. 실적 증감치를 반영하지 않는 농심홀딩스와 농심의 배당정책이 고정수익으로 연결된 형국이다.

율촌재단은 상장사인 농심홀딩스와 농심 지분을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2.01%(9만3139주), 4.83%(29만3955주)씩 보유하고 있다. 농심그룹 비상장 유통 계열사인 메가마트 지분 4.84%(15만주)도 율촌재단의 몫이다.


농심홀딩스와 농심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각각 92억7553만원, 231억3050만원씩 결산배당을 집행해왔고, 율촌재단은 지분율에 따라 두 회사로부터 매년 13억62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이자수익 및 사업 외 수익을 합산하면 연간 14~15억원 안팎의 재단 운용소득이 꾸려진다.

배당 덕분에 안정적인 운용소득을 확보한 율촌재단은 표면상이나마 고유목적사업(설립 목적을 직접 수행하는 사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2018년 86.7%로 ‘적정(목적 사업비가 전년도 운용소득의 70% 이상)’ 수준을 훨씬 상회했던 율촌재단의 목적 사업 수행 실적은 이듬해 110%까지 치솟았다.

특히 청소년 수련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눈에 띈다. 지난해 목적 사업비(12억2000만원) 가운데 청소년 수련시설에 지출된 금액만 10억50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목적 사업비의 86.5%에 해당한다. 반면 장학금, 학술연구비, 발간 및 배포비, 연구기관 지원에 투입된 비용의 총합이 1억6000만원에 그쳤다.

본래 설립 목적은 온 데 간 데…
뒷전으로 밀려버린 장학사업

다만 단일 목적사업에 대한 대규모 집행 이력은 율촌재단의 방만 운영을 의심케 하는 여지를 남긴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지난 20년의 행적을 쉽게 이해하기 힘든 까닭이다.

율촌재단은 2000년 2월 정관상 목적사업에 ‘청소년 자연체험 활동 지원’ 사업을 추가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일대에 ‘언양 청소년 자연생태 수련시설(이하 청소년 수련시설)’을 조성하기 위한 첫 단계였다.

이듬해 8월 울산시의 사업허가 신청이 떨어졌고, 2002년 10월 진입도로 착공, 2004년 11월 본 사업부지 착공이 이뤄지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당시만 해도 준공 만료 기간인 2006년 12월이 도래하기 전에 시설 및 진입로 공사가 당연히 완료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당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공사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율촌재단은 2년 단위로 공사 연장 신청하는 데 급급했다.
 

▲ 메가마트 기장점 ⓒ네이버 지도

20년 가까이 끌어 온 공사는 지난달 21일이 돼서야 ‘관리동’ 준공 소식을 알렸다. 이마저도 지난 5월 서울시 교육청이 감사를 실시하고 6차 공사 연장 기간(2019년 12월~2021년 7월31일) 내 공사 완료를 통보하지 않았더라면 더 미뤄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설계 변경 및 관리동 건축을 이유로 들며 6차 연장 허가서를 제출하면서도, 정작 주무관청에 연장과 관련한 보고를 누락했던 율촌재단의 행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사업이 20년 가까이 멈춰 있는 동안에도 율촌재단은 매년 수억원 가량의 목적 사업비를 청소년 수련시설에 투입했다는 점이다.

빗나간 예상
이제야 겨우

율촌재단이 2018년 말까지 청소년 수련시설 설치 및 운영에 투입한 목적 사업비는 약 8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투입한 10억5000만원과 올해 편성금액을 포함시키면 올해 연말 기준 총 투입 비용은 100억원에 근접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착공 당시 예상했던 건립 비용의 3배를 훌쩍 넘기는 규모다.

문제는 율촌재단이 청소년 수련시설에 목적 사업비를 할애하는 과정에서 서울시 교육청이 내놓은 전제조건을 수차례 여겼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서울시 교육청은 율촌재단이 청소년 자연체험 활동 지원 사업을 목적사업에 추가하는 것을 허가하는 대신 단서를 달았다.

해당 사업에 재단 연간 목적 사업비의 50% 미만을 집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율촌재단이 청소년 수련시설에 목적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지출한 것만 해도 10년 사이에 3개 회계년도(▲2013년 55.1% ▲2015년 50.3% ▲2019년 86.5%)에서 목격된다.

2010년 이전에는 청소년 수련시설에 목적 사업비를 과다 지출한 사례가 더욱 빈번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2006년의 경우 목적 사업비 12억9500만원 가운데 10억1600만원을 수련시설 조성 용도로 처리한 이력이 확인된 상태다. 당해에는 목적 사업비 1억1100만원을 지출해 청소년 수련시설에 쓸 용도로 공사용 굴삭기를 구입했는데, 이를 농심그룹 골프장 계열사가 올해 초까지 무상으로 사용해온 사실이 서울시 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 울산청소년수련원 조감도 ⓒ율촌재단

율촌재단 측은 준공 지연에 대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존재했다는 입장이다.


율촌재단 관계자는 “청소년 수련시설 부지 인근에서 고속철도 확장, 문화재 발굴 사업 등이 연이어 계획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준공까지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며 “해당 내용을 충분히 소명했고, 교육청에서도 문제없다고 결론내린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뒷전으로 밀린
재단의 근간

청소년 수련시설 건립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비용 처리 흔적을 남긴 율촌재단은 정작 본업인 장학사업에서는 소극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율촌재단이 최근 5년간 장학사업에 투입한 목적 사업비는 ▲2015년 5800만원 ▲2016년 1억1400만원 ▲2017년 6300만원 ▲2018년 1억200만원 ▲2019년 9000만원 등 연평균 860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청소년 수련시설에 지출한 금액의 1/5 수준이다.

장학사업으로 지출된 금액은 재단 이사에게 지급한 급여보다도 적은 액수다. 퇴직금과 같은 일회성 지출 내역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율촌재단은 2억2000만원 안팎의 금액을 급여 및 상여금 명목으로 산정해왔다. 

급여는 임원 1명과 직원 2명에게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에게 지급된 급여 지출이 50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임원에게 매년 1억7000만원가량 급여 및 상여금이 지출된 셈이다.


장학사업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점은 존재 자체가 불분명한 지급 기준이다. 율촌재단은 장학금 및 연구비를 학술연구기관 또는 단체에 지급하면서 명확한 선발 규정을 명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발 과정에서 서류전형 및 면접을 거친다는 말만 했을 뿐 선발위원회 개최 사실을 증빙하는 서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올해 초 율촌재단에 대한 서울시 교육청 감사를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추천자를 이사회 서면보고만으로 확정해 장학금을 지급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다른 곳 쓰기도 부족한데…
공익재단이 계열 측면 지원?

공교롭게도 재단의 근간인 장학사업에서 투명성이 결여된 흔적이 발견되자, 농심그룹 주력 계열사의 영업을 율촌재단이 간접 지원해왔다는 항간의 소문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간 율촌재단은 메가마트가 출점한 지역을 중심으로 장학사업을 벌였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몇몇 메가마트 점포의 출점 지역 및 시기는 율촌재단이 장학금을 전달한 지역 및 시기와 엇비슷하게 겹친다. 
 

▲ (사진 왼쪽부터)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2010년 6월 메가마트 부산 기장점이 오픈하고, 석달 후 율촌재단이 기장군청에 장학금 2000만원을 지급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8년 4월 춘천 M백화점이 문을 열자, 한 달 후 율촌재단이 춘천시청에 2000만원의 장학금을 쾌척했던 것도 유사한 양상이다. 2009년 9월 메가마트 천안점은 율촌장학재단을 통해 천안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메가마트의 오너 경영인과 율촌재단의 이사장이 동일 인물이라는 점은 율촌재단이 메가마트의 영업을 간접 지원한다고 의심받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신춘호 회장의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메가마트 지분 56.14%(173만8135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007년에는 아버지로부터 율촌재단 이사장직을 넘겨받은 바 있다.

꼬리를 무는 
의혹의 연속

율촌재단 관계자는 “서울시 교육청 감사를 거치며 해당 내용들에 대한 소명을 충분히 했고, 대부분의 사안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몇몇 시정조치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개선을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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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