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주교도소 7사의 비밀 ③교수님의 수감담

“교도소가 재소자 더 폭력적으로 만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김정수 기자 = 교도소는 작은 불씨에도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다. 밥 한 숟가락,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된 불씨가 폭력과 결합돼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진다. 7사는 이 과정서 불을 더 크게 키우는 촉매 역할을 한다. 교도소서 시작된 불은 이제 사회로 향하고 있다.
 

▲ 이병진 동명대 교수 ⓒ고성준 기자

“한 나라의 대통령님께서도 (재소자가)죄인들이니까 나쁜 놈들이니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재범이 일어나고 부패를 배워나간다. 청렴하게 이끌어주실 공무원들이 인격 이하의 짓을 하는데 어찌 저희 죄인들이 무엇으로 존경하고 따르며 지낼 수 있겠는가. 서로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우리는 짐승이 아니다. 길들이려 억압하고 탄압하면 그 순간뿐이다.”

4명 중 1명
다시 교도소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표두형이 지난해 대검찰청에 보낸 편지의 일부다. 지난 3월 전주교도소서 출소한 그는 불과 3개월 만에 재수감됐다. 표두형은 술에 취한 채 쇠파이프를 들고 전주교도소로 들어가려 했다. 다시 구속된 그는 “교도관들이 자기를 칼로 찌르는 꿈을 계속 꾼다”며 울먹였다. 

출소 이후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표두형은 사회에 나와서도 ‘전주교도소 트라우마’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주교도소서의 일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교도관에 대한 불만은 분노로 변해 타인을 향했다.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지만 법무부, 교정본부,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그의 화병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전주교도소서 교도관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박성철은 현재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박성철의 어머니 서두옥씨는 “요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며 “아들의 편지 글씨체가 전주에 있을 때하고 확연히 달라졌다”고 편지를 내보였다. 서씨에 따르면 박성철은 전주 때보다 훨씬 안정된 상태로 수감생활 중이다. 

서씨는 “아들이 전주에 있을 때는 무슨 일이 있을까 늘 전전긍긍했다”며 “접견실서 만나면 눈에 핏발이 벌겋게 서서 ‘(CRPT들을)죽여버릴 거다’ ‘치 떨리는 놈들’ 같은 말을 하곤 해서 마음을 많이 졸였다”고 전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매년 출소자 재복역률을 조사하고 있다. 출소자 재복역률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됐던 사람이 출소 이후 재수용되는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출소 3년 이내 출소자의 재복역률은 26.6%였다. 출소자 4명 중 1명은 3년 이내에 교도소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상상할 수 없는 폭력 일어나”
“최소한의 인간다움 지켜줘야”

법무부 교정본부는 “2002년 출소자를 대상으로 재복역률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법무부 교정본부서 시행하고 있는 교정교화 교육이 출소자의 재사회화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평가는 실제 교도소 재소자나 출소자의 인식과는 괴리가 있었다. 

이병진 동명대 교수는 “재소자에게 ‘너는 개야, 쓰레기야. 사회서 지워져야 해’ 같은 폭력을 5년, 10년 가하다 보면 재소자 스스로도 자신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게 된다. 짐승이 사람을 물 때 양심에 걸려 멈추는 일은 없지 않나.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재소자의 폭력성이 강해질수록 그 피해는 사회에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7년까지 8년 동안 전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주교도소의 알몸 검신, 서신검열에 문제를 제기해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지난 23일 오후 <일요시사> 회의실서 이 교수를 만났다. 그는 전주교도소 7사를 비롯해 교도소 내부 상황을 구조적인 측면서 진단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주교도소 7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빛이 들어오지 않고 완전히 밀폐돼있어 문을 닫으면 재소자에게 굉장한 공포감을 주는 공간으로 알고 있다. 교도소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극약처방이다. 7사에 갔다 왔는데도 통제되지 않는 재소자가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내버려둔다. 교도관들도 7사까지 갔으면 갈 데까지 간 놈이라고 여긴다.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폭력이 일어나는 곳이다. 

-전주교도소서 7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교도소는 특수권력관계 조직이다. 위계적인 힘에 의해 작동한다. 행위자는 교도관 한 사람일 수 있지만, 그는 교도소 즉 조직의 논리대로 움직인다. 사회적으로 격리된 공간이기 때문에 더 조직적일 수밖에 없다. 

법무부 평가
실제와 괴리

-재소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교도소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처음에는 회유하려 들다가 안 되면 협박한다. 출력(교도소서 일하는 것)을 자르거나 처우를 차단해 고립시킨다. 그 다음에는 자극을 가한다. 검방(재소자들의 방을 불시에 검사하는 것)으로 약점을 잡아 징벌방에 보내는 식이다. 여기서 재소자가 타협하면 유야무야 되는 것이고, 저항하면 7사 같은 곳에 끌려가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재소자가 교도소와의 싸움서 이길 수 있나.

▲힘의 관계서 재소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재소자는 녹취나 사진, 영상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재소자가 증언을 약속해도 교도관 입장서 (증언을)포기시킬 방법은 무수히 많다. 영치금, 출력 같은 재소자들의 아쉬운 부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안 되면 이송시키는 방법도 있다. 기법은 수천, 수만 가지다.
 

-교도소서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는 건 아닌가.

▲교도소 자체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살얼음판, 전쟁터다. 재소자들은 음식과 의료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적은 양을 많은 사람에게 나누다 보니 재소자들은 늘 제 몫을 챙겨야 한다는 긴장상태에 있다. 밥 한 숟가락, 약 한 알 같은 일반인이 보기엔 너무나 사소한 일로 다툼이 시작된다. 우발적인 싸움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교도관이 재소자를 제압하는 과정서 가혹행위로 번지는 경우도 있는데. 


▲폭력은 일순간에 재소자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크다. 7사 같은 가혹한 상황으로 재소자를 밀어넣으면 끝이다. 재소자들의 인권을 아예 부정해버리는 방식이다. 교도관들은 본인도 모르는 새 그 방식에 중독된다. 교도관의 폭력에 노출된 재소자들은 더 강렬하게 저항하고 진화해 업그레이드된 폭력성을 내재한 채로 사회에 나가게 된다. 

사소한 다툼
제압의 폭력

-최근 조두순 사건도 그렇고, 재소자의 인권 문제는 늘 논란이었다.

▲재소자의 인권은 국민의 법감정과 충돌한다. 국민 정서 상으로는 ‘찢어 죽여도 모자랄 놈’이지만 법적 판단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서 생기는 괴리감이다. 재소자는 범죄자이기 때문에 인권을 보장해줘선 안 된다는 주장은 왜곡된 법 감정서 비롯된 것이다. 인권을 복지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권 자체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다.

다만 특수한 조건이나 환경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다. 죄를 지은 사람을 사회로부터 격리해 교도소에 수감하는 경우도 한 사례다. 재소자들은 이미 인권을 제한당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너는 죄를 짓고 교도소에 왔으니 인간이 아니야, 개, 돼지야’ 취급하는 건 재소자들의 폭력성을 강화시킬 뿐이다. 

-교도소가 재소자들을 더 폭력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의미인가.


▲일반인을 7사서처럼 손과 발을 묶은 채 밥도 개처럼 먹으라고 한다면 채 3일도 못 돼 정신이 붕괴될 것이다. 최소한의 경계조차 넘어선 조치다. 이 경우 재소자들은 ‘어차피 갈 데까지 갔다’ ‘내가 뭘 할 수 있겠나’라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든다.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결국 일반 시민이 또 다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인지.

▲개가 사람을 물 때 ‘양심에 걸리네, 물지 말아야지’ 하는 경우는 없다. 개, 돼지 취급을 받으며 폭력에 노출됐던 재소자는 출소 후에도 그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시킨다. 그런 상태의 출소자를 우리 사회는 감당할 수 있는지, 2차적인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할지, 재소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법감정이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교도소의 가혹행위 강해질수록
일반 시민이 받을 피해 커진다”

-재소자의 폭력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최소한의 인간다움,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 적어도 내가 사람이라는 자기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선은 필요하다. 재소자의 인권을 제한하는 일이 필요하다면 은폐할 게 아니라 공론화해서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폭력이 아니라 제약을 하고 제재를 가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지적은 많았지만 교도소의 변화는 더딘 편인데.

▲일제강점기 때 치안유지법이 들어왔다. 당시 형무소는 그저 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재소자의 인권이나 2차 범죄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식민지 잔재는 그대로 이어졌고 심지어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교도소를 악용했다. 형의 집행에 대한 부분만 계속 강제한 채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또 예산이나 조직 운영에 있어 결정 권한을 전혀 갖지 못한 상태로 아직까지 ‘교정본부’에 머물러 있다. 교정본부는 법무부 전체 공무원과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거대 조직이지만 권한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표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이 교정시설에 지원을 늘리라고 말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도 있을까.

▲박근혜정부 때 경찰 공무원을 크게 늘렸다. 경찰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범죄율도 늘어난다. 그 말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인원도 증가한다는 뜻이다. 예산이나 인력은 하나도 늘리지 않은 채 재소자만 늘어나면 과밀수용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교도관들은 효율성을 위해 더 폭력적으로 변할 거고, 그럼 7사가 아니라 제2의 7사, 제3의 7사가 나와야 통제가 가능해지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임시방편뿐
더 나빠진다

“현재 교도행정은 해열제를 써서 열만 확 낮추고 그걸 정상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미 장기는 다 썩어가고 있는데 임시방편으로 눈가림만 하고 있다. 문제는 해열제의 남용으로 내성이 생기고 그 사이 장기는 다 녹아내려 손쓸 수조차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의미서 전주교도소 7사에 대한 논란은 단순히 재소자의 인권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 안전 차원서 생각해봐야 한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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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