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연약하면서 강한’ 이진주
<아트&아트인> ‘연약하면서 강한’ 이진주
  • 장지선 기자
  • 승인 2020.09.23 11:45
  • 호수 12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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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사각지대를 좇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가 2020년 가을 기획전시장 언더그라운드 인 스페이스서 이진주 작가의 개인전 ‘사각’을 소개한다. 이진주는 삶과 현실에 대한 집요한 관찰을 토대로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기억의 편린이나 일상의 상징적 오브제들을 세밀하게 그려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실에 기반하면서도 낯설고 생경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 사각 死角 (a) The Unperceived (a) ⓒ 2020 Jinju Lee_세부
▲ 사각 死角 (a) The Unperceived (a) ⓒ 2020 Jinju Lee_세부

우리는 저마다 경험과 사고의 틀 내에서 주관적으로 세상을 인식하면서 살아간다. 한편으로는 볼 수 없는 혹은 보이지 않거나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들도 있다.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어딘가 왜곡되거나 결핍된 ‘불완전한 보기’다. 

왜곡과 결핍

이진주는 이번 전시서 이미지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없도록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A자 구조로 작품을 배치했다. 펼쳐진 두루마리를 감상하듯, 관람객들은 눈높이에 맞춰 제작된 작품을 따라 움직이며,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필연적인 사각을 발견한다.

이 과정서 삶의 곳곳에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진실의 구조를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다. 

작품 사각은 가로 폭 4.8m 회화 2점과 2.4m 회화 1점이 영어 알파벳 A자 형태를 이루는 대형 설치 회화다. 두루마리처럼 가로로 길게 펼쳐진 화면 위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풍경과 수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이미지들은 파편화되고 비논리적이지만 매우 현실적이면서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됐다. 

현실과 닿아 있지만
낯설고 생생한 풍경

발끝으로 아슬아슬하게 디디고 선 현실에 놓인 개인의 경험과 기억, 상상이 스며든 주관적 진경이다. 환경과 종교, 코로나19 등 사회적 이슈와 개인의 평범한 일상이 뒤섞인 중에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며 애쓰고 노력하는 희망을 엿볼 수 있다. 

A면은 삶의 한 단계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마디마디를 상기시키는 흰색 벽으로 구분했다. 그 벽들 사이로 의사가 갓 태어난 아기를 거꾸로 들고 엉덩이를 때리는 모습, 곳곳에 놓인 외래종 식물들, 바닥에 떨어진 종교적 도상, 숭어를 든 손, 곤충 표본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앞뒤가 맞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뒤섞이며 나타난다.

B면은 어지럽게 뒤엉킨 흰색 광목천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끈적거리는 느낌의 적갈색 물, 핏빛 속살을 드러낸 고무나무, 고무나무 수액으로부터 채취한 라텍스를 말리는 모습 등 무질서한 혼돈의 풍경을 드러낸다.
 

▲ 허망한 수사들 Futile Rhetorics, 2020, Korean color on linen, 68.4x50.7cm ⓒ 2020 Jinju Lee
▲ 허망한 수사들 Futile Rhetorics, 2020, Korean color on linen, 68.4x50.7cm ⓒ 2020 Jinju Lee

천을 받치고 있는 가느다란 막대와 얇은 끈들이 무질서함 속에서 서로를 연결하고 지탱하면서 버티고 있다. 

A와 B의 세계를 지나 C면에 다다르면 고요함과 침잠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어두운 검은색 배경의 한가운데에 한 여인과 미성숙한 여아가 눈을 감은 채 앉아있고 주변으로는 눈꽃처럼 잿가루가 흩날린다. 잿가루는 실제 향을 피워 나온 재에 동양화 접착제인 아교를 섞어 조제한 잿가루 물감으로 그렸다.

이진주의 남편 이정배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애도의 표현으로 향을 피우고 재를 모아 물감을 만들어 회화작업을 했는데, 그 남겨진 잿가루를 작품에 사용했다. 

A자형으로 작품 배치
향의 재로 물감 만들어

작품 ‘허망한 수사들’은 이진주의 블랙 페인팅 시리즈 중 하나다. 블랙 페인팅 시리즈는 주로 손이나 얼굴 등 파편화된 신체를 매우 순도 높은 검은색 바탕 위에 배치해 대상을 집중력 있게 드러낸 작품이다. 허망한 수사들 속 인물은 검게 덮인 화면서 유일하게 드러난 얼굴마저 두 손으로 은폐하고 표정을 읽을 수 없도록 만들어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작품 ‘검음, 얼굴들’에서는 마주 겹쳐진 남녀의 얼굴 사이를 뾰족하게 깎은 날카로운 연필 한 자루가 관통한다. 평소 모델을 무표정하게 그리는 것과는 별개로 이웃에 살고 있는 부부의 인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했다. 검은 배경은 부부 사이에 켜켜이 쌓인 보이지 않는 이면의 복잡한 관계와 심리를 드러낸다. 

불분명한 완성

조숙현 미술평론가는 “이진주의 미학은 한없이 연약한 면을 드러냄으로써 강함을 표현하는 방식을 취한다. 다양한 손의 표정을 포착하는 섬세함, 디테일하게 주변 풍경을 담아내는 정교함, 조명 기법처럼 강약의 조절이 분명한 색 감각, 미완의 분명함보다 불분명한 완성을 추구하는 태도 등은 이진주만이 갖고 있는 스타일이자 예술가의 사회적인 자아와 따뜻한 온기로부터 비롯되는 창작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세계는 불분명하기에 더없이 솔직하고 위태롭기에 스릴 넘친다. 어느 예술가가 말했듯 ‘상처받기 쉬운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강한 것’이라는 말을 나는 믿는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이진주는?]

▲학력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졸업(2003)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석사 졸업(2014)

▲개인전
‘사각 死角’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2020)
‘Tilted’ 트라이엄프 갤러리(2019)
‘SYNAPSE-Life wanders but memories remain’ 에드윈즈 갤러리(2018)
‘Dialogical Self’ BAIKART갤러리(2017)
‘불분명한 대답’ 아라리오 갤러리(2017) 외 다수

▲수상
광주화루 우수상(2019)
송은미술대상전 우수상(2014)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 우수상(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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