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21·22) 부추, 삼채

유명한 채소와 낯선 채소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부추 ⓒ옥천군

 

부추

이응희 작품으로 이야기 시작하자.

韮(구)
부추

嘉蔬隨地種(가소수지종)
싱싱한 채소 곳곳에 자라니
敷我屋西東(부아옥서동)
내 집 서동 쪽에 펼쳐졌네
秀直針身似(수직침신사)
빼어나고 곧음은 침과 같고
尖纖柏葉同(첨섬백엽동)
뾰족하고 가늘기는 잣나무 잎이네
雨剪佳賓至(우전가빈지)
반가운 손님 오면 비 맞으며 베어
朝供遠客逢(조공원객봉)
아침에 멀리 온 손님 대접하네
工部千年後(공부천년후)
공부가 간지 천년 후에
馨香屬老翁(형향속노옹)
진한 향기 늙은이 소유 되었네
  
工部(공부)는 당(唐)나라 숙종 때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을 역임한 두보(杜甫)를 가리키는데 그가 20년 만에 친구를 만나 반갑게 접대 받고는 다음과 같이 회포를 풀어냈다. 

夜雨剪春韭(야우전춘구)
밤 비 맞으며 봄 부추 베어
新炊間黃粱(신취간황량)
노란 좁쌀 섞어 새 밥 지었네


위 작품 하반부가 바로 이 대목을 인용한 것으로 이응희는 자신의 집 주위에 자라나는 부추를 보며 두보를 연상하고 또 부추와 함께 하겠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그런데 왜 이응희는 부추가 자신의 소유라고 했을까.

홍만선의 ‘산림경제’를 살피면 흥미로운 대목이 등장한다.   

韭最益人。宜常食之。而韭殊辛臭。養性所忌
부추는 사람에게 가장 유익하므로 마땅히 늘 먹어야 하나, 특별한 매운 냄새 때문에 성정을 함양하는 면에 있어서는 기피하게 된다. 

위 내용을 상세하게 살피면 아이러니하다.

먹으라는 말인지 말라는 이야기인지 혼돈스럽다. 하여 내용을 나누어 살펴보려 한다.

먼저 인간에게 가장 유익하니 매일 먹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다.


이는 <경향신문>에 실려 있는 내용으로 대체한다.

「부추는 비타민A와 C가 풍부하며 황화아릴성분에 의한 독특한 향미가 있다. 황화아릴성분은 소화를 촉진시키고 식욕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 비타민B1이 많다. 비타민 B1은 몸속의 피로물질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해 피로회복에 탁월하다.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직장인, 주부, 학생 등이 피곤할 때 먹으면 좋은 음식이다.」

다음은 특별하게 매운 냄새가 성정을 함양함으로 기피하게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다.

이른바 성정 즉 정력과의 문제다.

홍만선에 의하면 부추가 정력 강화에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어 이를 금기시해야 한다는 말인데, 현대 의학서도 부추는 혈액순환뿐 아니라 신진대사도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며 정력을 강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타민A·C 풍부… 황화아릴성분 독특한 향미
뿌리는 미나리를 닮았고 머리는 인삼과 비슷

그런 이유로 부추를 부부간의 정을 오래 유지시켜준다는 의미서 정구지(精久持), 남자의 양기를 세우는 풀이라는 의미의 기양초(起陽草), 오랫동안 먹게 되면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는 의미의 파벽초(破壁草)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 선조들은 술자리에 항상 부추를 함께 했는데 매월당 김시습의 시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翦韭復釃酒(전구부시주)
부추 뜯어오고 또 술 걸러 
相與期酩酊(상여기명정)
권커니 자커니 곤드레만드레 취하네 

김시습이 자신의 거처에 불쑥 찾아온 낯선 이에게 부추를 뜯어 안주 삼아 술 대접하고 난 이후 지은 작품 중 일부다.

동 작품 전체를 살피면 김시습은 요즈음 말로 필름이 끓어질 정도의 상태에 처하게 되는데 부추가 애주가들에게는 술 안주로도 그만이지 않은가 생각하며 이만 줄인다.

삼채


2011년 10월26일 <한국경제>에 실린 기사를 인용한다.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 최근 낯선 채소가 등장했다. 뿌리는 미나리를 닮았고, 머리 부분은 인삼과 비슷한 이 채소는 '삼채'다. 이 채소를 미얀마서 한국으로 처음 들여온 배대열 퍼시픽에너지 대표는 원래 '별난 매운탕'으로 대박을 터뜨린 외식업체 경영자다. 배 대표는 "생긴 모양과 맛이 어린 인삼을 닮았다고 해 삼채(蔘菜)라고도 하고 쓴맛,단맛,매운맛 등 3가지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삼채(三菜)로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이 채소의 정체는 히말라야산맥의 언저리인 미얀마 샨주 해발 1400~4200m 고산지서 자라는 식물이다. 산지인 미얀마에서는 주밋(뿌리부추)이라고 부른다. 배 대표가 한 식품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 삼채에는 유황 성분이 마늘보다 6배나 많이 들어있다. 100g당 유황성분이 마늘은 0.5㎎인 데 비해 삼채는 3.28㎎이라는 것. 유황은 피부 노화를 방지하며 항암 성분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위 기사에 적시된 것처럼 삼채가 이 땅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시점은 최근이다.

그런데 그 이름인 삼채는 주로 역사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필자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신라 시대에 청색·녹색·황색의 세 가지 색깔을 띠는 토기의 이름이 삼채기 때문이다. 
 

▲ 삼채

물론 한자는 다르다.


토기 이름의 한자 표기는 三彩로 나물을 의미하는 菜가 아니라 색깔을 의미하는 彩를 사용한다.

이 대목서 나물 삼채에 대한 작명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세 가지 맛을 지니고 있다면 오히려 삼미채(三味菜)라 표기했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다.

여하튼 현재 선풍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삼채는 원산지가 히말라야 산맥이다.

그곳에서는 길가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로, 그곳 주민들은 식용으로 활용하기 이전에 감기에 걸리거나 아플 때 뜯어 먹는 약초 정도로 생각한다. 

아울러 고대 중국인과 로마인들도 화상 등에 약초로 사용했다고 한다.

반면 유럽에서는 고급 음식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하는데 이 대목서 힌트를 얻어 식용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왜 삼채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지 <문화일보> 기사로 대체한다. 

「삼채의 효능과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식이유황성분. MSM(Methyl Sulfonyl Methane)으로도 불리는 이 성분은 소화를 촉진하고, 생리활성을 도와 원기를 북돋워준다. 불가에서 파, 마늘, 달래 등의 오신채를 금기시한 것도 이 식이유황 때문이다. 식이유황은 자체가 강력한 항산화물질로 DNA 손상을 예방하고, 항염·항균작용으로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삼채의 식이유황성분이 황함유 식품의 대명사로 꼽히는 양파나 마늘보다도 많다. 전북대 헬스케어기술개발사업단의 양재헌 교수 연구팀은 삼채를 48시간 건조 후 ‘비휘발성 식이유황’ 함량을 분석한 결과 삼채의 함량(0.5%)이 같은 조건에서의 양파(0.4%), 마늘(0.3%), 부추(0.2%)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밝혔다.」 

위에 언급한 내용만으로도 삼채는 음식이라기보다도 차라리 만병통치약으로 간주함이 이치에 맞을 듯하다.

그러니 비록 삼채의 원이름이 ‘주밋’이지만 주밋거리지 말고 먹을 일이다.

‘주밋거리다’는 어줍거나 부끄러워서 자꾸 머뭇거리거나 주저 주저하다는 의미의 우리말 ‘주뼛거리다’의 북한식 표현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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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