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판치는’ 중고차 시장의 민낯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20.08.18 11:23:43
  • 호수 12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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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조작, 허위매물…어찌할꼬∼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판매 대수는 224만대(매매업자간 이전 거래 제외)에 달해 178만대가 판매된 신차 시장의 약 1.3배가 큰 거대시장으로 성장했으나, 거래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질은 낮고 사기 판매 등의 불법적인 거래는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1. 지난해 9월 대형 중고자동차 매매단지서 201X년식 SM3 최상위 모델 중고차를 첫차로 구매한 A씨. 세 번의 흥정 끝에 최초 500만원서 380만원까지 할인 받아 차량을 구입했다. 그런데 이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내 차 시세를 검색해보니 280만원으로 산정돼있었다. 사실 280만원도 비싼 금액이었다. 알고 보니 구입한 모델은 최상위 모델이 아닌 아래 등급 모델이었다. 엠블럼을 바꿔치기 한 것이다.

바꿔치기

#2. B씨는 인터넷서 매물을 보고 중고차 딜러와 연락해, 무사고 차량으로 돼있는 성능기록부를 문자로 받았다. 중고차 매매단지서 계약한 직후 차량을 가져왔고, 다음날 차량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정비소에 갔으나 정비사로부터 차량을 반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 사고 이력을 조회해보니 무려 1000만원의 수리 기록이 있었다. 차량의 성능기록부를 조작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월1일부터 7월10일까지 중고자동차 중개·매매 관련 불만 상담 건수는 총 2만783건이 접수됐다.

품목별 순위서 중고차 중개·매매는 스마트폰과 침대, 정수기 대여, 점퍼·재킷류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가격이 1000만원 대에 이르는 고가의 내구성 소비재 중에서는 불만이 제일 많은 상품이다. 연간으로도 2014년 1만2875건, 2015년 1만1800건, 2016년 1만1058건, 2017년 1만392건 등 매년 1만건 이상의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


이처럼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은 이유는 실제 차량의 성능과 상태를 조작해 판매하는 등 불법·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구입 과정서 소비자가 감금과 협박을 당하는 일도 있을 정도로 낙후된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중고차 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2016년∼2019년 6월) 유형 분석 결과서도 성능 점검, 기록 조작 등 성능·상태 점검 관련 피해가 79.7%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 사원이 중고차 인터넷 사이트에 미끼용 허위 매물을 올려 고객을 유인한 뒤, 성능기록부가 조작된 중고차를 비싸게 강매한 후 연락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24만대 22조원 규모로 급성장
불법 등 후진적 거래 행태 여전

실제로 최근 인천 서부경찰서는 인터넷에 허위 매물로 고객을 유인한 뒤 인터넷에 올린 것과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총 6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중고차 딜러 44명을 입건했고, 사기 방조 혐의로 매매상사 및 할부 대행사 대표 9명을 입건했다.

지난 2016년 7∼10월까지 4개월간 경찰청이 중고차 매매 불법 행위 특별단속을 벌였을 당시에도 총 2027명(1262건)을 검거했는데, 이들의 75.4%가 이미 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소비자의 76.4%가 국내 중고차 시장은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pixabay

부정적 인식의 주요 원인으로 ▲차량 상태 불신(49.4%) ▲허위·미끼 매물(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 등이 있었다. 특히 중고차 시장으로 대기업이 신규 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6%가 ‘긍정적’이라고 답해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응답자(23.1%) 수보다 2배 이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 보호 차원서라도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중고차 1대당 평균 매매 가격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시장규모는 약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작년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3개사 매출액을 합한 것(16조7578억원)보다 무려 5조원이 많은 규모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우려
52% 대기업 신규 진입 찬성

시장규모만 놓고 보면 수십조원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성능 조작과 허위매물, 불투명한 가격 설정 등 거래 행태는 시장규모에 걸맞지 않게 후진적인 구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내의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알려져 있다. 레몬마켓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중고차 시장 정화와 거래 투명화를 위해 국회 등이 나서고 있으나 업계의 반발 등으로 인해 실효성 있는 조치가 취해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미래통합당 원유철 전 의원은 부정한 중고차 성능점검자의 처벌을 명확히 하는 ‘자동차 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2년 동안 국회 상임위(국토교통위)에 계류돼있다가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법안 내용은 중고차 성능점검자가 거짓으로 점검하거나 점검한 내용과 다르게 자동차 매매 업자에게 알릴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6월1일부터 중고차 매매 시 발급되는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를 경우 소비자가 직접 손해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 책임보험’ 의무가입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매매 업계가 반발하고 있어 제도 안착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중고차 시장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불가능했다. 

국회·정부 시장 정화 노력
업계 반발로 제자리걸음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6년간 보호받으면서 시장 구조를 개선할 기회가 있었으나, 여전히 불법적이고 후진적인 시장 구조에 머물러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지난해 초 일몰됐지만 이를 대체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도입돼,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심의하고 있으며,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향후 5년간 대기업은 중고차 판매업에 새로 진입할 수 없게 된다.

중기부 심의에 앞서 지난해 11월6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판매업의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며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해 일부 기준이 맞지 않다고 판단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중기부에 제출한 바 있다.

동반위가 현재까지 생계형 적합업종 적합 여부를 심의한 업종 중 부적합 결론을 내린 것은 중고차 판매업이 유일하다.

피해자↑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중고차 매매상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상태로는 자체 정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 자동차 제조사 등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통해 신차 시장 수준의 투명하고 선진화된 거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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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