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 대고 코 푼’ 김종인의 꽃놀이패

강경 밀치고 호남 안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본격적인 당 개혁 작업에 나섰다. 이례적인 ‘좌클릭’에 당 내홍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당이 이대로 결집한다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까지 남은 기간은 8개월. 김종인 비대위가 흔들리면 내년 재보궐선거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창당 이래 최고 지지율을 기록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앞서 수해 현장을 찾고, 각종 이슈 선점에 나서는 모양새다.

취임 3개월
성적표 보니…

옛말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이 기세를 몰아 당 혁신 작업까지 들어간 상태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당 분위기가 가장 좋은 것 같다는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 전 한 달간의 진통을 겪었다. 당내 주류 의원들은 당적을 여러 번 바꾼 ‘용병’에게 당을 맡기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다. 대신 이들은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기르자는 ‘자강론’을 내세웠다. 이면에는 김종인 발 ‘혁신 드라이브’에 본인들의 당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섞였다.

일각에선 이들과 김 위원장의 세력 싸움이 커질 것으로 보고 염려했다. 김 위원장과 초선의원들이 한 팀이 되고, 중진의원들이 이를 견제하는 ‘계파전’이 형성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당의 환골탈태를 위해서는 김종인 비대위 말고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기대 반, 우려 반 분위기 속에서 김 위원장은 통합당으로 복귀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 초반에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당의 보수 색채를 빼고 ‘좌클릭’하는 것에 대해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저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홍준표 의원은 “좌파 2중대 흉내내기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우리는 좌파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외부의 히딩크 감독에게 변화를 강요받는 현실이 초현실인지, 머리를 뭔가로 얻어맞은 기분”이라며 에둘러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그의 정치 노선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가 ‘이슈 메이커’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에 ‘경제민주화’ 정책을 내세워 박근혜정부 출범에 크게 기여했다. 통합당 비대위 출범 직후에는 ‘기본소득제’ 의제를 꺼냈고 나비효과는 예상 외로 거셌다. 거물급 인사들이 공식 석상서 기본소득제를 앞다퉈 다뤘다. 당시 ‘알맹이 없이 화두만 던져진 문제의식’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역시 김종인이었다.

이대로 당 결집? 조기 전대?
내년 재보궐 승산 있는 쪽은?

최근 통합당의 지지율이 집권 여당을 바짝 따라 붙으면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힘이 실렸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원내 투쟁 전략이 먹히면서 당내 강경 노선을 주장했던 의원들이 잠잠해졌다. 정치권에 ‘윤희숙 신드롬’이 불자, 원내서 정책전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확보된 셈이 됐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첫 회의서부터 당의 전면 개혁을 주문했다. 특히 강조했던 ‘약자와의 동행’ 슬로건에는 기득권층만 대변하는 당의 이미지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김 위원장은 당의 지지세가 낮은 호남, 청년 등을 향해 손길을 뻗치며 지지층의 외연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이들을 끌어안고 전국 정당으로 도약하겠다는 간절함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당의 과제와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의 최종 목표는 2022 대선 승리다. 그는 “일반적 변화가 아닌, 엄청난 변화만이 대선 승리의 길”이라며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보수, 자유 우파라는 단어에 대한 경계심도 보였다. 강경 보수 세력에 의해 소비된 두 단어의 부정적 어감을 버리고, 진영 논리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구태 정치를 버리고,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수해현장 찾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그러기 위해서는 8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1년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내년 재보궐선거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미니 대선급’으로 불린다. 민주당 출신 광역지자체장들의 유책 사유로 치러지는 선거기 때문에 통합당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김 위원장은 위기 상황에 늘 빛을 봤는데 그의 특기로도 불린다.

과거 2011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비대위를 꾸려 당의 쇄신에 나섰을 때다. 당은 2010년 지방선거 패배를 시작으로,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논란 등 연이은 악재를 맞은 상태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영입한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서 절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해 대선서도 승리했다.

출범부터 진통
신경전 진행형

2016년 민주당 비대위를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국민의당 창당에 따른 민심 분열로 호남서 참패를 겪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20대 총선 때 수도권서 압승하면서 원내 1당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12일 국민통합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에는 전북 전주 출신의 정운천 의원을 내정했다. 특위는 호남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으로 담아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전국 정당으로서 미흡했던 부분은 반성하고 호남 지역 주민의 지지를 받겠다는 계산이다.

호남 지역에 대한 통합당의 구애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10일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집중 수해 지역인 호남으로 향했다. 계획에 없던 호남행은 김 위원장의 깜짝 제안으로 성사됐다. 수해 현장 방문은 통상적인 정치 행보지만, 호남 지역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보다 통합당이 앞선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주 원내대표는 “어려울 때 함께하는 게 국민통합을 위한 길 아니냐. 호남이 외롭지 않게 하겠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전 통합당과 달리 강경 보수 세력과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황교안 전 대표 때와는 다르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여당의 실책에 반사이익조차 누리지 못하던 당이었다. 오히려 극우적 망언 논란으로 위기를 자초해 여당의 실책이 묻히곤 했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 출범 후 통합당은 강경투쟁과는 거리를 두고 민주당과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그는 “지금 세상이 과거와 다르다. 길에 나가 외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장외투쟁론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통합당은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역시 보통이 아니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지금보다 더 파격적인 활동으로 중도층을 섭렵할 것으로 보인다. 수해로 인한 4차 추경 요구 역시 야권서 먼저 띄웠다. 이뿐 아니다. 김 위원장은 오는 19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당이 호남 지역에 관심을 두지 않은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1대 총선서 통합당은 호남의 28개 지역구 가운데 12개 지역구서만 후보를 냈다. 최근 호남에 통합당 지지율이 상승하자, 김 위원장은 호남에 대한 당의 관심에 지역주민들이 반응을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 통합
호남 구애

지난해 황 전 대표는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묘지를 참배하지 못하고 2개월쯤 뒤 비공개로 참배해야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호남 지역서 거부감이 덜하다. 김 위원장은 광주서 초·중학교를 다녔고,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냈다. 무엇보다 호남 주민의 ‘역린’으로 꼽히는 5·18 논란서도 자유롭다. 김 위원장의 행보에 호남 민심이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합당은 지난 13일 정강정책개정특위가 개편한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정강정책은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을 담는다는 점에서 비대위의 쇄신 의지를 가늠할 척도가 된다.

당 일부 중진 의원 사이에선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가 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위배된다는 반발도 나왔다.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 출신인 통합당 정경희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이 주최한 토론회서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보수 진영의 ‘1948년 건국론’을 제기했다. 이는 임시정부 정통성을 인정하는 김 위원장과 정면 충돌하는 지점이다.


김 위원장의 좌클릭은 한동안 잠잠했던 내홍을 악화시키는 뇌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수감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금껏 탄핵에 대한 당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반성이 부족했다 점을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여전히 석방을 외치고 있고, 핵심 지지층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관련된 언급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3년이 지났지만, ‘박근혜 딜레마’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은 박 전 대통령의 잔상을 지우기 위해 당명도 여러 번 바꿨다. 하지만 통합당은 총선 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외치는 극우세력들과 선을 긋지 못했다. 결국 비호감 이미지 탈피에 실패하면서 전국 단위 선거서 내리 4연패했다.

약자와 동행 강조…파격적인 좌클릭
내홍 뇌관? 중진들과의 불편한 동거

김 위원장의 혁신 드라이브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7일 재보궐선거 때까지다. 김 위원장이 재보궐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공천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선거에 내세울 만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보이질 않는다. 김 위원장은 차기 서울시장 후보자의 조건으로 ‘참신하고 젊은 인재’를 꼽았다.

통합당 외부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내년 2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지역적인 특성을 감안해 내년 2월에 실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올해 12월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12월은 정기국회가 열리는 만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2월 조기 전당대회가 그나마 유력하다. 명분은 2월에 전당대회를 마무리하고 일찌감치 선거 체제에 돌입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이는 외부 인사에 관심을 두는 김 위원장에 대한 중진의원들의 견제가 담긴 것으로, 공천권을 김 위원장에 주지 않겠다는 속셈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조기 전당대회는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보장돼있고, 초선 의원들 역시 조기 전당대회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중진 의원들은 당권에 관심이 있는 인물들로, 이들에 대한 초선 의원들의 견제 심리가 발동한 셈이다.

통합당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당의 지지율 상승에는 정부·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 측면이 크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위원장의 혁신 드라이브가 성공해야 안정적인 상승세로 나아갈 수 있다. 다만 당내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당내 결집 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상승세
언제까지?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위원장의 혁신 동력이 떨어진다면, 조기 전당대회 등으로 당이 분열할 공산이 높다. 이는 김 위원장의 임기 연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종인 비대위가 재보궐선거서 당의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김 위원장이 2022년 대선 때까지 당을 책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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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