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밀린 3040 ‘청포족’ 선택은?

아파트 거래 규제 강화와 높은 청약가점 등으로 3040세대가 아파트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오르면서 주택 구매를 포기한 신혼부부, 젊은 직장인들이,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누리면서 아파트 못지않은 주거환경도 공유할 수 있는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아파텔은 아파트를 대체하는 오피스텔의 약자로, 전용 40㎡를 초과하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말한다. 과거에는 오피스텔 하면 원룸이나 1.5룸(방+거실)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 오피스텔은 전용 59~84㎡ 규모의 3룸과 4베이 판상형 구조로 지어져 아파트와 유사하다.

3040세대가 아파텔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오피스텔이 법률상 주택에 포함되지 않아 아파트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매수해도 주택 청약 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무주택자로서 계속 청약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주거용 오피스텔은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0.5%로 인하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아파텔 투자가 활황인 이유다.

59~84㎡
3룸 4베이

기존 오피스텔은 최대 약점으로 거론된 건물 노후화, 학군, 공동 커뮤니티 시설, 브랜드 가치 미비 등도 대형 건설사들이 핵심 입지에 메인 브랜드를 적용한 오피스텔을 공급하면서 약화되는 추세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용면적 40㎡를 초과하는 오피스텔 매매 가격지수는 105.53으로 전달 대비 0.08% 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오피스텔 청약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당첨자 10명 중 3명이 3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40대와 별 차이가 없다. 경쟁률 상승과 낮은 가점 등으로 ‘청포족(청약포기족)’이 된 젊은층이 비교적 당첨 확률이 높은 주거용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30대가 아파트보다 주거환경이나 투자가치가 낮은 오피스텔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용 59㎡ 단일면적으로 나온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오피스텔 당첨자 가운데 30.9%는 30대가 차지했다. 40대(31.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이다. 전용 84㎡ 중심으로 구성된 대전 ‘힐스테이트도안’오피스텔 역시 30대가 33%를 차지, 40대(35%)에 이어 두 번째로 계약자 수가 많았다. 

오피스텔은 모든 공급물량을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한다. 오피스텔은 주로 중장년층의 투자대상이었다. 임대를 놓고 월세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적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30대의 오피스텔 열기는 이례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오피스텔이 주거형, 이른바 아파텔로 청약 전선에서 밀린 젊은층들이 아파트 대신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대출 규제가 덜하다. 청약도 어렵고, 기존 주택은 대출도 쉽지 않다 보니 주거용 오피스텔에도 30대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업체의 설문조사 결과 3040세대의 절반 이상이 대출 규제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 현상은 최근 분양하는 신규 주거용 오피스텔 청약경쟁률만 봐도 증명이 가능하다.

아파트 진입 쉽지 않은 30~40대
주택 포기하고 아파텔로 눈 돌리나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공급한 주거형 오피스텔 ‘청량리 더퍼스트’는 평균경쟁률 14.14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15억원 이상인 전용 84㎡OE(2실)와 전용 84㎡OF(2실) 기타 경쟁률은 각각 97대 1, 312대 1로 집계됐다. 이 단지는 전용 40㎡ 초과 타입 비중이 88.27%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대전에서 분양한 주거용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도안’도 평균경쟁률 223대 1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이 단지는 전용 63~84㎡의 중대형 아파텔로, 입주민들을 위한 특화설계와 주거용 AI 시스템, 드레스룸, 팬트리 등을 갖춰 아파트와 동일한 품질을 갖췄다.


아파텔 인기가 늘면서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올해(1~4월)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5만3068건으로 작년 동기 4만5297건 대비 약 17.16% 증가했다.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의 경우 같은 기간 증가율이 약 18.21%(3만1969건→3만7789건)로 거래량이 더 늘어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준금리 하락 추세가 당분간 이어지고, 아파트 위주의 규제도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 투룸 이상의 주거용 오피스텔 시장에 반사이익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아파텔은 아파트 단지들에 둘러싸여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하기 편하고, 특화설계·커뮤니티 등이 동일하게 설계돼 주거용으로도 손색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피스텔 상품성이 높아지는 데다 대출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해, 투자수요뿐만 아니라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젊은 수요자들이 아파텔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수도권에 분양(예정) 중인 아파텔.
 

▲용산 더힐 센트럴파크뷰= ㈜원일개발이 서울 용산구 문배동 8-5번지 일원에 선보일 ‘용산  더힐 센트럴파크뷰’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20층, 전용면적 21.53~33.65㎡, 총 133실로 구성된다. 

남영역(1호선)과 삼각지역(4·6호선), 효창공원앞역(6호선·경의중앙선)을 도보로 2~10분이면 이용할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한강대로, 마포대교, 올림픽대교, 원효대교를 통해 도심 및 수도권 어디든 빠르게 진·출입이 가능해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지녔다. 

실수요자 
선호도↑

반경 3km 이내에 용산구청·서부지방법원·삼성서울병원 등 다수의 공공기관과 대형병원을 비롯해 서강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종합대학이 산재해 배후수요가 든든하다. 용산아이파크몰·이마트·신라면세점·롯데하이마트·용산전자상가·CGV·전쟁기념관·국립중앙박물관·남산도서관 등 쇼핑 및 문화시설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내부에는 천정형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인덕션, 스타일러, 전자레인지등이 미리 비치돼 주거만족도를 높여준다. 테라스야외 휴게실 겸 바비큐장이 별도로 개설돼 입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높은 경쟁률  
성공적 분양

주변에는 대규모 개발호재가 상존한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 하이드파크보다 더 유명한 명품공원으로 등장할 용산민족공원(2027년 완공 예정)을 조성 중이다. 이 중 리모델링이 끝난 일부 건물을 포함해 녹지 4만㎡를 개방할 예정이다. 용산역~서울역 지하화,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용산역과 신사역간 신분당선(2027년 완공 예정)연장,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2026년 개통 예정)·B노선(2029년 개통 예정)신설 등 굵직한 사업들도 한창 진행 중이다.

선착순으로 원하는 동호수 지정이 가능하다. 계약금 10% 준비 후 계약 시 중도금 50%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분양 관계자는 “저금리 속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태이고, 아파트 대체상품이자 소액투자가 가능해, 실수요자나 주택임대업자들의 방문과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를 피할 수 있고, 교통요지에 풍부한 임대수요와 개발호재가 많아 적잖은 시세차익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신내역 시티프라디움= 시티건설이 서울 양원지구에 선보인 ‘신내역 시티프라디움’오피스텔을 선착순 분양한다. 최고 경쟁률 24.89대 1로 청약이 마감될 만큼 인기몰이를 했는데, 현재 일부 잔여 세대에 한해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주거단지 총 1438세대와 스트리트형 상업시설로 구성된다. 이 중 1차 분양분은 주거용 오피스텔 지하 4층~지상 25층 8개동, 전용 40~84㎡ 총 943실 규모다.


생활 인프라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는 공공택지지구에 위치해 있다. 오랜 기간 그린벨트로 지정됐던 지역인 만큼 친자연적인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말 개통한 지하철 6호선 신내역과 경의중앙선 양원역이 도보권에 있어 더블 역세권을 자랑한다. 

입지 장점 외에 눈길을 끄는 특징은 주상복합용지 단지 내 구성이다. 건축법상 오피스텔로 분류되지만, 아파트 평면처럼 구성한 아파텔로 주거단지와 스트리트형 상업시설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초·중·고 모든 학군이 도보권에 자리하며, 대형쇼핑시설과 의료시설 등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쉽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추후 분양 예정인 스트리트몰의 복합상가도 분양에 들어갈 예정으로, 원스톱 주상복합시설이다. 입주는 2023년 11월 예정.

아파트+오피스텔
당첨 확률 높아

▲주안역 미추홀 더리브= 이테크건설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도화동에서 주거단지인 ‘주안역 미추홀 더리브’를 선보인다. 지하 5층~지상 27층, 아파트 3개동과 오피스텔 1개동으로 총 5개동 665세대 규모로 공급된다. 오피스텔은 320실로 구성되며 전용면적별 호실수 76㎡ 106실, 78㎡A 53실, 78㎡B 53실, 83㎡ 108실 아파텔로 구성된다. 

인천 도심을 연결하는 인천 2호선 주안역과 시민공원역 인근에 위치해 교통편의성이 높다. 단지 인근 GTX-B 노선 인천시청역이 들어설 예정으로, 향후 교통여건은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제2경인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 도로망도 우수해 서울 및 수도권 곳곳으로의 이동편의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인선, 인천2호선, 7호선 연장 및 인천 원도심 재생사업 등 개발호재도 품고 있다. 


단지 인근에 CGV, 인천사랑병원 등 중심상업지 편의시설과 시민공원역 복합쇼핑몰(예정)이 자리하고 있다. 주안체육공원 등 쾌적한 자연환경도 돋보인다. 안전한 교육환경도 주목할 만하다. 도화초, 석암초, 인천고 등 여러 학교가 단지 반경 1㎞ 반경 내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복합단지내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힐스테이트 의정부역’오피스텔은 60실 모집에 8702건이 몰려 평균 145.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아파트 172세대와 함께 조성되는 이 오피스텔은 맞통풍이 가능한 4베이 판상형 구조로 설계돼 소형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비슷한 시기 평균 30.21대 1의 경쟁률로 청약 마감한 ‘화서역 푸르지오 브리시엘’오피스텔 역시 아파트 665세대와 함께 조성되며, 4베이 판상형 구조로 설계됐다. 

규제 덜하고
차익도 기대

분양 관계자는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쏟아지면서 아파트 대비 규제는 덜하고, 입지나 상품은 비슷한 복합 단지내 오피스텔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면서 “복합단지 내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와 한 단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아파트 가치에 비례해서 오피스텔의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어 당분간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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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