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잃은 박원순계 운명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20 10:14:55
  • 호수 12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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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가 보이지 않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 수장을 잃은 계파가 표류하고 있다. ‘박원순계’ 이야기다. 정치권에선 21대 총선을 통해 박원순계가 20여명으로 늘었다고 본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일요시사>가 경우의 수를 따져봤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원순계’는 선장을 잃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박원순계는 21대 국회 들어 순항할 듯 보였다. 지난 총선서 다수의 박원순계가 합류해 세를 불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기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홍근·남인순·기동민·진성준 의원이 총선서 승리했으며, 여기에 김원이·민병덕·윤준병·천준호·허영 의원 등 초선이 합류했다. 정치권에선 20대 국회서 10여명 정도였던 박원순계가 21대 국회서 20여명으로 약 2배가량 세를 불렸다고 본다.

분위기
좋았는데…

세부적으로 따지면 이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범친노인 정세균계는 1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유력 대권·당권주자인 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NY계’는 이 의원의 ‘식사정치’ 등으로 세 확장에 성공, 박원순계와 비슷한 수준의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내부서 박원순계는 촉망받는 계파 중 하나였다.

순항할 것 같던 박원순계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돌연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가 생을 마감하며 던진 숙제가 계파의 존립을 걱정해야 될 정도로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는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즉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은 박 전 시장의 유고로 공소권 없음 처분 대상이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사회단체 곳곳에서는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원순계 인사들은 대부분 박 전 시장과 함께 서울시서 근무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박 전 시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경우에 따라 불똥이 박원순계로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원순계가 곧 뿔뿔이 흩어질 것이라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즉 박원순계 인사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같은 신호는 벌써부터 감지된다.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시장에 대한 입장이 박원순계 내부에서도 갈리고 있다.

크게 보면 두 갈래로 입장이 나뉜다.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각을 세우는 의원들이 있는 반면, 고소인이 2차 피해를 받지 않는 일이 급선무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한순간에 초상집…20명 어디로?
각자도생이냐, 새 얼굴 옹립이냐

민주당 윤준병·진성준 의원은 앞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각을 세우며 논란을 불러왔다.

먼저 진 의원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그는 지난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피해 호소인이 얘기하는 바도 물론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박 (전)시장이 (성추행)가해자라고 하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일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장례식 자체를 시비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장 ⓒ사진공동취재단

진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이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성추행 혐의 고소 사건을 정치적 쟁점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했다. 진 의원은 박 전 시장 밑에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의 발언은 더욱 큰 논란을 불러왔다. 그는 자신의 SNS에 “고소 진위에 대한 정치권 논란과 그 과정서 피해자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죽음으로서 답한 것”이라며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 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했다”고 평가했다. 

윤 의원 역시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으로 근무하면서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서(성추행 피해 고소인 측의 기자회견 내용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내부서도
의견 갈려

윤 의원은 자신의 글이 논란이 되자 이를 해명했다.

자신의 글을 인용해 일부 언론서 가짜 미투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 근무하면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미안하다”며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일상과 안전이 조속히 온전히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자세를 낮췄다.

고소인의 상처를 헤아리는 일이 급선무라는 박원순계 인사들도 있다. 민주당 박홍근·천준호·남인순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박 전 시장의 과오를 직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전 시장의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던 박홍근 의원은 지난 14일 장례를 마치고 “고인으로 인해 고통과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인의 상처를 제대로 헤아리는 일은 급선무”라며 “물론 이 문제에 대해 그 어떤 언급을 하는 것조차 고소인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거나 유족이나 고인에게 누가 될까 봐서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이 스스로를 내려놓은 이유를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정치인 중에 가깝다는 제게도 자신의 고뇌에 대해 일언반구 거론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저는 고인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기에 스스로 목숨을 던진 것은 아닐까 라고 추측할 뿐”이라고 했다.

천준호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그의 과오에도 마음을 열고 경청하고 성찰해 극복하려 노력하겠다”며 “나에겐 누구보다 존경하는 선배였고, 친구였고, 동지였던 그가 남긴 수많은 업적과 공을 계승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단, 왜곡된 정치적 선동과 비인간적 행태에는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비상 걸린 
전 비서실장

대표적인 박원순계 중 한 명인 남인순 의원은 지난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반복되는 사건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피해 호소인이 현재 느낄 두려움과 당혹감에 마음이 아프다”며 “피해호소인이 겪을 고통에 대해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 자리서 서울시에 피해 호소 묵살 및 엄폐 여부, 성평등 조직문화 저해 요소 조사 등을 위한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기구 구성을 요청했다. 국회에서는 성희롱이나 차별 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 제정에 앞장서겠다는 것이 남 의원의 입장이다.

현재 남 의원은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태스크포스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원순계인 민주당 허영·박상혁 의원 등은 성추행 의혹에 말을 아꼈다. 대부분 초선 의원들이다. 허 의원은 서울시 비서실장, 박 의원은 정무보좌관 출신이다. 

지난 15일 서울시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비서였던 만큼, 전직 비서실장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지난 2015년부터 4년 동안 서울시장 비서실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등을 비롯해, 국회 진출에 성공한 전직 비서실장 출신 박원순계 의원들에게까지 조사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전당대회 역할론 부상
GT계 모델? 손학규계?


박원순계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느슨한 연대를 유지하며 8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와 차기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서 일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이른바 ‘GT(김근태)계 모델론’이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을 중심으로 뭉쳤던 GT계는 김 전 의장의 별세라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GT계’의 결속력은 흔들렸다. 한때 거대 계파였던 GT계의 당내 영향력이 약해져갔고, 결국 친노(친 노무현)에게 추월당했다. 계파의 수장을 잃었다는 점만 놓고 본다면 박원순계가 처한 상황과 유사하다.

그러던 GT계는 김 전 의장의 아내인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남편의 뒤를 이어 국회에 입성, 구심점을 찾았다. 이는 GT계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모임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더 나아가 GT계는 당정의 요직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 우원식 전 원내대표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장 박원순계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서 적지 않은 입김을 발휘할 수 있는 규모다. 민주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김부겸 전 의원은 박양숙 전 서울시 정무수석을 캠프 대변인으로 영입, 박원순계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박원순계가 단일대오를 이뤄 김 전 의원을 지지할 가능성은 낮지만,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공산은 크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열리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원순계가 뭉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손학규계’처럼 와해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손학규계는 손 전 대표의 탈당으로 각자도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찬열 전 의원이 손 전 대표를 따라 탈당했지만, 강훈식·전혜숙·고용진·김병욱 의원 등은 당에 남았다. 당에 남은 이들은 친문과 교류하며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와해 VS
단일대오

손학규계처럼 박원순계가 와해될 것이라 전망하는 쪽은 박원순계가 수평적이 아닌 방사형 구조라는 점을 이유로 든다. 계파 내 인사들이 서로 인연을 맺어온 구조가 아닌, 박 전 시장을 중심으로 모인 구조라는 것. 박 전 시장이 사라진 마당에 서로를 향한 끈이 사라진 박원순계는 자연스레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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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