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아시아 흔든 이승기의 친화력

쑥스럽고 어색한 걸 깨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벌써 데뷔 17년차. 노래와 연기, 예능까지 못하는 게 없는 이승기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언어·문화가 다른 대만의 스타 류이호와 아시아 방방곡곡을 누비며, 미션을 수행하는 예능에 출연한 것. 넷플릭스의 새 예능 <투게더>가 도전의 제목이다. 국내 스타와 해외 스타의 버디 예능이라는 점, 그리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둘이 해외를 돌아다니는 것에서부터 <투게더>의 차별점은 명확하다. <투게더>가 공개되자마자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 가수 이승기 ⓒ넷플릭스

넷플릭스 새 예능 <투게더>는 이승기와 영화 <안녕, 나의 소녀>로 국내서도 잘 알려진 대만의 스타 류이호의 어색한 첫 만남서 출발한다. 서로 웃고는 있지만 아주 가깝지는 않은 두 사람의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친화력 만렙

웬만한 예능이라면, 여기에 사람들이 더 붙고 시답지 않은 근황을 전하고 억지로 분위기를 띄우며 본론으로 들어가기 마련인데, <투게더>는 두 사람에게 친해질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즉시 미션을 던져준다.

어색함이 감도는 상황 속에서 이승기와 류이호는 짧은 영어와 바디랭귀지로 소통하면서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SBS <런닝맨>,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등에서 치밀하고 세세한 미션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조효진 PD는 이승기의 친화력을 굳게 믿은 듯 다소 무리로 보이는 구성을 택했다.

그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승기는 둘 사이 어색함을 무너뜨리고 조금씩 자연스럽게 류이호와 어울렸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게 엿보였다. 후반부에는 서로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인간적인 뭉클함도 드러났다. 


두 남자의 선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힐링 예능 <투게더>는 빠른 기간 내에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TOP10에 올랐다. 이승기의 친화력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서도 통한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쉽지 않았을 새로운 도전을 보기 좋게 성공시킨 이승기를 만났다. 그의 마음속에는 류이호와의 짧지 않은 추억이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 있는 듯했다.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많은 나라서 좋아해주시고 있어 감사드린다. 촬영할 때만 해도 이런 좋은 반응을 기대하지는 못했다. 감회가 남다르다. 바로 또 다른 나라도 가고 싶은데, 현재는 개인적인 여행조차도 불가능하다 보니까 아쉬움도 있다.”

<투게더>서 두 사람은 첫 여행지인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시작으로 발리, 태국 방콕, 치앙마이, 네팔의 포카라와 카트만두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기까지 약 한 달간 여행을 진행한다. 여행지는 각국에 있는 두 사람의 팬이 짜준 동선으로 만들어졌다.
 

▲ ⓒ넷플릭스

KBS2 <1박2일>, tvN <꽃보다 누나> <신서유기> 등 여행 예능 경험이 다양한 이승기의 내공이 방송 내내 돋보인다. 제작진이 설정한 미션을 빠르게 이해하면서, 적절한 리액션과 현장서의 즉각적인 유머를 만들어낸다. 이승기의 안정감 있는 진행 덕에 류이호도 빠르게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둘이서 떠나는 여행을 사적으로도 해본 적이 없다. 도전정신을 갖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한 것 같다. 인원이 둘밖에 없으니까, 생각할 게 많았다. 오디오도 잘 채워야 하고 게임도 집중해서 해야 했다. 두 명의 출연자라는 조건은 내게 많이 부담이었다. 가기 전에는 두려움이 컸다. 그럼에도 류이호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하게 됐고, 그의 긍정적인 힘 덕분에 전반적으로 잘 풀린 것 같다.”

초반부 이승기는 뭔가 다급해 보이기도 한다. 게임과 미션, 리액션, 소통 등을 동시에 수반하다 보니 버거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보면서 ‘다른 한국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승기에게 주어진 책임은 커 보였다.


“조금도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반응”
“넷플릭스 시스템 걱정과 설렘 동반”

“힘들긴 했지만, 한국 사람이 나 하나라는 점이 <투게더>의 색깔을 더 짙게 만든 것 같다. 한국 친구가 또 있었다면, 한국 예능의 익숙함이 더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 한국 사람이 없는 게 배수의 진처럼 느껴져서 더 집중하게 됐다. 다음에도 둘이서만 다녀오고 싶다.”

여행 중반부부터 이승기와 류이호는 오래된 친구처럼 급격히 가까워진 느낌이 전달된다. 작은 행동서 두 사람의 배려와 존중, 그리고 서로 간에 호감이 느껴진다. 그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만나는 외국인들과 배드민턴, 족구 등을 하는 과정서 이승기와 류이호는 쉽게 어울린다. 이승기의 친화력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나는 내가 그렇게 친화력이 좋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이번에 보니 있는 것 같긴 하다. 나의 친화력도 있지만, 사실 예능을 하다 보면 누군가는 먼저 그 쑥스럽고 어색한 걸 깨줘야 한다. 나는 오랜 예능 경험으로 그런 것들을 먼저 하는 버릇이 있다. 그게 외국서도 먹힌 것 같다. 익숙한 환경은 아닌데, 반갑게 받아주시니까 나도 편하게 대했던 것 같다.”

넷플릭스 예능은 벌써 두 번째다. <범인은 바로 너>에 이어 <투게더>까지, 고정적인 패널로서 이승기는 국내서 유일무이하다. 국내 방송사와 OTT서비스인 넷플릭스 예능의 차이점을 두고 그는 규모의 차이를 꼽았다. 

“국내 방송사나 넷플릭스나 모두 많은 준비와 배려를 해주셔서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극명하게 다른 게 있다면, 넷플릭스는 만들어놓고 동시에 190여개국에 송출한다는 데 있다. 촬영 후 빠르게 피드백이 없다는 점은 걱정과 설렘이 동반된다. 또 패러글라이딩 미션처럼,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미션은 넷플릭스서만 가능한 시도 같다. 빠르게 촬영하고 편집해야 하는 국내 예능에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선 그를 두고 ‘예능 고수’ 혹은 ‘예능 만렙’이라고도 부른다. 그가 나온 예능 대부분이 성공했고, 이승기가 주춧돌 역할은 맡은 SBS <집사부일체>도 순항 중이다. 

“스스로 ‘고수’라고 말하긴 부끄럽다. 그저 예능을 좋아했던 것 같다. 초창기에는 웃길 자신이 없어서 도망가고 싶기도 했는데, 호동이형과 <1박2일>을 하면서 핸디캡이 자신감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걸 열심히 했을 뿐인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이승기는 <1박2일>과 <신서유기>에서는 강호동과 <범인은 바로 너>에서는 유재석과 함께 활동한 바 있다. 두 사람을 모두 고정적인 패널로 경험한 방송인은 많지 않다. 이승기는 국내 최정상급 예능인이라 불리는 두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봤다.

“두 분은 확실히 다른 리더인 거 같다. 호동이형은 척박한 환경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을 주시는 분이고, 재석이형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는 대장이다. 두 분의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어렸을 때 호동이형을 통해 생존력을 배웠고, 지금은 재석이형과 하면서 많은 배려를 어깨 넘어로 배우고 있다. 재석이형은 인생토크 면에서 저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호동이 형은 크게 고민이 있을 때 상담을 받는 편이다. 국내 예능계에 지대한 공이 있는 두 사람이라 생각한다.” 

국내 최정상 예능인 사이서 이승기는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 배우와 가수 활동은 물론 방송인으로서 자신이 주축이 된 예능을 이끌고 있다. <집사부일체>서 이승기에게 주어진 역할은 강호동, 유재석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이승기는 두 사람의 중간의 영역서 배려하는 MC가 되고 싶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었다.

강호동과 유재석


“저는 딱 두 분의 중간지점에 서 있는 것 같아. 방송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어떨 때는 막 몰아붙이기도 했다가, 모두가 또 즐거울 수 있게 하려고도 한다. 좋게 말하면 두 분의 장점만 흡수한 방식으로 예능을 하는 것 같다. 저는 격려를 많이 하고 백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웃기지도 않고 센스가 특출나지 않았음에도 많은 분의 사랑을 받았던 건, 내 옆에서 잘 백업해줬던 아량 넓은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누군가의 재능을 보고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 ‘이승기와 함께 했을 때 다른 프로그램보다 내가 더 돋보였네’라는 평이 나오는 MC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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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