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플랜 입체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06 10:04:04
  • 호수 12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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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는 기정사실! 그런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잠룡에게 ‘대권 의지’란 대권이라는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비록 복수의 여론조사서 박 시장의 선호도 순위가 낮게 나오지만, 3선 서울시장으로서의 그의 경쟁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일요시사>는 박 시장의 대권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다각도로 추적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정권교체, 국민이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바꿉니다. 우리는 오늘, 함께 출마합니다. 국민과 문재인이 함께 갑니다.”(문재인 대통령, 2017년 3월24일) “국민들이 꿈으로만 가졌던 행복한 삶을 실제로 이룰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박근혜 전 대통령, 2012년 7월10일) “저는 한나라당의 후보로 반드시 정권을 교체하고야 말 것입니다.”(이명박 전 대통령, 2007년 5월10일) “어느 때부터인가 제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노무현 전 대통령, 2002년 2월24일)

꿈틀대는
잠룡들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대선 출마 선언문의 일부 내용이다. 모두 대권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 박 전 대통령은 행복한 삶, 이 전 대통령은 경제부흥, 노 전 대통령은 기득권 타파를 내세워 본인이 바로 차기 대권의 적임자라고 호소했다.

잠룡에게 대권 의지는 대권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20대 대선을 20개월여 앞둔 현 시점서도 이는 유효하다. 

복수의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지난 1월 “책임질 일은 결코 회피하지 못하는 길을 걸어왔다”며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보수 야권의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25일 “쓰러져 있는 보수의 영역을 넓히고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일어서는 데(제가) 적격자라는 생각을 감히 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달 9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미래혁신포럼 특강에서는 “인생 중 가장 치열한 2년을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대권을 염두에 둔 발언을 내놨다.

대권 의지가 잠룡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하고, 지난달 30일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10.1%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그보다 앞선 대권주자는 민주당 소속 이낙연 의원(30.8%)과 이재명 경기도지사(15.6%)뿐이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는 “윤 총장이 모름·무응답 등 유보층과 홍준표·황교안·오세훈·안철수 등 범보수·야권주자의 선호층을 흡수했다”며 “이낙연·이재명과 함께 3강 구도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윤 총장의 선호도가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윤석열 때리기’를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유권자들에게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반사효과’와 정권의 공격을 받는 상대적 약자를 지지하려는 ‘언더독 효과’가 시너지를 내 지금의 높은 선호도로 이어진 것.

역대 대통령 출마선언문 보니…
참모들 대권 여부 물었다는데…

윤 총장 본인의 대권 의지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윤 총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범보수 지지층서 반문재인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반문(반 문재인)의 대표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이는 본인이 강한 대권 의지를 지녀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윤 총장이 대권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간 정계진출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기 때문이다. 앞서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 위원들로부터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만난 일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과거 양 원장으로부터 총선 출마를 권유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세계일보>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서 2위에 오르자, 윤 총장은 “여론조사 후보에서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킹메이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윤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본인이 생각이 있으면 나오겠지”라고 말했다. 잠룡에게 대권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권을 대표하는 잠룡 중 한명이다. 지난 2018년 6월 박 시장은 민선 최초 ‘3선 서울시장’에 성공했다. 그런 박 시장이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서 제외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박 시장의 차기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 대화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박원순 서울시장

그렇다면 박 시장의 대권 의지는 얼마나 될까.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의지는 그 어느 잠룡과 비교해도 확고하다. 

정치권에선 박 시장의 참모들이 지난달 초 박 시장에게 대권 도전 여부를 물었고, 이에 박 시장은 “그걸 굳이 내입으로 얘기해야 하느냐”라고 답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에게 그런(대권 도전) 것을 물어보면 준비는 한다고 말씀하신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박 시장에게 대권 도전 여부를 물어본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목마른 쪽
우물 판다

<조선일보>는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중도 사퇴 시점을 고려한 ‘대선 출마 관련 시장직 사퇴 시한 검토’라는 문건을 작성했다고 지난달 13일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는 서울시가 박 시장의 사퇴 시점을 세 가지로 가정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9일 열린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박 시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12월9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문건에는 사퇴 가능 시점 중 하나로 해당 날짜가 포함됐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선일보>를 통해 “박 시장이 대선후보 잠룡이라고 언론에 나와서, 저희 입장에서는 그렇게 될 경우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 보려고 검토를 했던 것”이라며 “시장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시장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시장은 서울시장을 3선이나 했기 때문에 이제 선출직은 대권만 남았다”며 “은퇴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상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이라고 전망했다.


대권의 초석은 다져졌다. 21대 총선을 통해 박원순계는 세력을 확장했다. 기존 박원순계 의원들은 생환에 성공했다. 남인순·박홍근·기동민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박 시장과 가까운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서울 송파병 지역서 당선됐다. 남 의원은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의 실무 총책임자인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아 헌정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 달성에 일조했다.

서울 중랑을이 지역구인 박홍근 의원도 박 시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박원순 캠프서 서울 중랑 지역 선거책임을 맡아 당선에 기여한 바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2014년에는 박 시장의 두 번째 선거 때도 캠프에 합류해 그의 당선에 공헌했다.

서울 성북을 지역구의 기동민 의원 역시 생환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2011년 박 시장 1기 정무수석비서관·정무부시장으로 발탁되며 박 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기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출마를 선언하며 “박 시장과 함께하며 새로운 소통과 협치의 시대를 열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시민들의 소소한 삶의 변화에 주목하는 새로운 10년의 기초를 박 시장과 함께 만들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새 피 수혈’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경기 안양 동안갑서 당선된 변호사 출신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파란의 주인공이다. 민주당 경선 당시 두 명(이석현·권미혁)의 현역 의원을 꺾었다. 특히 6선의 이석현 전 의원을 꺾은 대목은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빨라진
대선시계


민 의원은 ‘박원순의 변호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 2015년 박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 16명을 고발했으며, 2017년에는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박원순 시장 제압 문건’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고소하기도 했다.

경기 하남서 당선된 최종윤 의원은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박 시장 부인인 강난희 여사가 그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전남 목포서 당선된 김원이 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박 시장은 김 의원의 정무부시장 퇴임식에 참석해 “김원이 (전) 부시장이 그리워질 것 같다”며 “다음에 서울시로 올 때는 서울시가 국정감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그의 출마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전북 정읍·고창서 당선된 윤준병 의원은 민주당으로부터 단수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인 윤 의원 역시 북콘서트를 열었을 당시 박 시장의 축전을 받았다.
 

▲ 시도지사 간담회 갖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은 축전을 통해 “(윤 전 부시장은)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향인 정읍·고창이 이 분을 통해 많은 발전을 거뒀으면 하는 의미서 정치인이 될 것을 적극 추천했다”며 그를 지지했다.

서울 강북갑의 천준호 의원은 지난 2011년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캠프 시민유세단장을 시작으로, 박 시장 기획보좌관,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박 시장을 지근거리서 보좌했다. 이 때문에 그는 박 시장의 ‘정치적 아들’로 불린다.

경기 김포을의 박상혁 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법률고문을 거쳐 서울시 공익변호사단, 서울시 정무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민주당 내 박원순계는 10명 내외로 추정된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3∼4명서 두 배 이상 규모가 늘었다. 그동안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 시장의 향후 대권행보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내년 12월9일 분수령
이재명과
아이템 대전

문제는 낮은 지지율이다. 지난 2017년 1월2일 박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에 성사된 19대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결심이 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박 시장은 “온 국민이 대한민국의 총체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점서 평생을 혁신과 공공의 삶을 살아온 저는 시대적 요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돌연 불출마로 입장을 바꿨다. 그는 2017년 1월26일 국회 기자회견장서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동안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불출마 사유를 밝혔다.

박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는 ‘낮은 지지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대처를 놓고 박근혜정부와 각을 세웠던 시점 이후 박 시장의 지지율은 줄곧 하향세를 보였다. 

낮은 지지율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박 시장의 지지율은 2%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대권을 위해서는 박 시장 스스로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어내야 한다. 
 

▲ 청와대 ⓒ문병희 기자

해답은 아이템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 시장은 본인의 아이템이 없다. 제로페이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며 “남은 기간 동안 아이템을 찾아내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대권이 달렸다”고 분석했다.

박 시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아이템 대전’을 펼치고 있다. 박 시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을,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국민을 고용보험에 가입시켜 코로나19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박 시장의 주장이라면, 이 지사는 노동하지 않는 국민도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이템 대전은 ‘배달앱’으로 확전됐다. 시작은 이 지사가 빨랐다. 경기도는 이 지사의 주도로 배달앱 독과점 폐해 방지, 소비자·소상공인·플랫폼 노동자 상생 등을 위한 공공배달앱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명부터
찍고 간다

이에 맞서 박 시장은 제로페이와 민간 중소업체들의 배달앱을 결합한 ‘제로배달 유니온’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은 새로운 배달앱을 만들거나 공공 재원으로 수수료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간 타 지자체가 추진해온 공공배달앱과는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와 경기도를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두 잠룡 지자체장의 아이템 대전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시 추경 330억원 왜?

서울시가 330억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했다.

외국인에게도 코로나19 관련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하기 위함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재난지원금 정책서 외국인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정책 개선을 권고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를 수용했다.

같은 권고를 받은 경기도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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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