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강연계 BTS’ 김창옥의 힐링 메시지

상처 가득한 맨몸을 드러내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김창옥 강사는 현재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이들에게 거의 신격화된 존재다. 유머를 가미해 아픈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그의 강연은 듣는 이에게 위로와 힐링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강연을 듣는 순간만은 왠지 모르게 현재의 아픔이 깨끗하게 잊히는 마력이 있다. 그가 ‘강연계의 BTS’라 불리는 이유도 그 힘 덕분이다. 아픔을 보듬어주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김 강사가 용기를 냈다. 강사라는 철갑을 벗고 인간 김창옥이라는 민낯을 보여주는 용기.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나요?>에서는 김 강사의 상처 가득한 맨몸이 보인다. 그렇게 자신을 드러낸 김 강사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 ‘강연계의 BTS’로 불리는 김창옥 강사

‘소통전문가’라 불리는 김창옥 강사에게도 아픔이 있을까. 강연서 아버지와의 관계가 썩 좋지 못하다고 털어놓기는 하나,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픔이 그리 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스스로 소통전문가라 칭하는 그에게 인간관계서 오는 아픔이 크면 또 얼마나 크겠느냐는 얕은 편견도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나요?>를 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우울증만 두 번, 몇 년 전에는 정신과 치료도 받은 적이 있는 그였다. 반백년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아버지와 교감 한 번 제대로 나누지 못한 그는 꽤 많이 아파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경험을 통해 깨우친 깨달음을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솔직하게 전하는 그의 이면에는 해묵은 숙제가 있었다.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아버지의 귀를 치료하는 것이다. 오랜 고민 끝에 아버지의 귀를 치료하는 과정, 이것은 사실 영화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 자신이 주위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도 엿볼 수 있다. 늘 바쁘게 빨리, 열심히 사는 동안 얻게 되는 불안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 영화를 통해 드러난다. 

영화는 그가 내면의 아픔과 불안을 직면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몇 개월을 담고 있다. 


아버지와 가족 간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조금은 더 희망찬 내일을 바라보는 영화 <들리나요?>의 김 강사를 최근 삼청동 한 커피숍서 만났다. “영화를 보고 부끄러웠고, 쪽팔렸다”고 말하는 그는 영화 촬영 이후 조금씩 성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숨겨져있던 속살을 내비친 작품인데. 기자간담회 때도 창피하다고 말하긴 했었는데. 

▲아마 그렇게 찍겠다고 했으면 안 했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제가 보기엔 제가 너무 ‘돌아이’ 같더라. 내가 화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화가 많더라. 속내를 너무 드러낸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사실 더 한 게 많았는데, 편집하고 드러낸 게 그 정도였다. 

-그렇게 자신의 민낯을 봤는데, 그 느낌은?

▲제일 먼저 선명했던 감정은 ‘부끄럽다’였다. 더 명확하게 말하면 ‘쪽팔린다’에 가깝다. 되게 당황스러웠다. 나조차 한 번도 못 본 내 등을 저 큰 스크린으로 본 것이다. 메이크업을 안 한 내 얼굴을 많은 사람과 함께 본다는 것에 당혹감이 있었다.
 

▲ ▲▲ 김창옥 강사 ⓒ트리플픽쳐스

-평소에 강연할 때 자신이 가면을 쓴다고 했다. 그래도 그렇게 민낯을 보여주고 나니 후련하다는 감정은 없었나?

▲사실 가면이 나 자신을 숨긴다는 의미의 가면이 아니라, 영화서 표현하는 캐릭터의 형태로 사용한 가면이었다. 강연할 때 나는 광대처럼 군다. 사실 광대 표정을 안 하고 싶을 때도 많다. 광대 표정을 지어야지만 사람들이 마음을 연다. 그래야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들어간다. 


남에게 보이는 나와 실존의 나가 있었는데, 실존의 나를 보여줬다. 시원하긴 하다. 이제 커밍아웃을 했으니. 이런 면은 나 혼자만 죽을 때까지 알고 있을 부분이었는데, 다 깠다. 이 영화가 없었다면 나는 남에게 들킬까봐 두려운 마음에 계속 살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미 내 모습을 다 알고 있는데, 또 내게 관심조차 없는데 나 혼자만 노심초사하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의 귀를 치유하는 과정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어떻게 해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건가?

▲큰딸과는 잘 지냈는데, 쌍둥이 아들들에겐 엄하고 무뚝뚝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서 문제를 일으켜 상담을 받아보니 아빠와 소통이 없어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 생각해 보니 제가 아버지와 소통을 하지 못했다. 그게 제 아들들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묵은 숙제를 풀어야겠구나, 아버지와 못했던 소통부터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부끄럽고 쪽팔렸지만 후련하다”
“영화 속 모습 ‘돌아이’ 같았다”

-영화서 보면 비판에 취약한 면이 나온다. 비속어를 강렬하게 쓴다. 그런데 일부 지인 중에 비판적인 요소가 강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괜찮았나.

▲3명 정도는 의절했다. 하하. 나한테 절대 인터뷰를 보여주지 않았다. 나도 시사회 가서 처음 본 것이다. 배우 조달환은 먼저 사과도 했다. 달환이는 ‘영화를 봤는데 내가 뭐라고 말을 저렇게 했는지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래서 내가 ‘아니다. 괜찮다. 그러니 이제 그만 보자’라고 했다. 하하. 농담이다.

속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희 말이 맞다. 하지만 70은 맞아도, 20∼30은 너희 시점으로 본 거다’라는 생각. 내가 저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내 방식의 삶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칼로 훅 찌르는 느낌도 있었다. 언어가 좀 강했다.

-여행작가로 나오는 분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김 강사가 자신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열심히 올리는 모습을 보고 힘들게 사는 것 같다고 여겼다. 남에게 보이는 나에 집착하는 듯이 말했는데, 실제로 그런가. 

▲사실 그 말은 좀 서운했다. 왜냐면 그건 그의 시선으로 날 바라본 것이기 때문이다. 김미경 강사는 홍보를 정말 잘한다. 100만명의 구독자가 있다. 정말 잘한 거다. 난 스스로 고집이 있어 홍보를 잘 안 했다. 교묘하게 치고 빠지고 사라지는 게 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안 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도 안 했다. 나는 내 개인의 삶을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안 했는데, 책을 내든 전국투어 콘서트를 하든 비즈니스적 측면에선 전혀 관리를 안 한 게 됐다.
 

▲ 강연 중인 김창옥 강사 ⓒ트리플픽쳐스

나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홍보가 잘 안 돼서 서비스를 못 받는 상황이 나왔다. 내 최소한의 양심은 책을 냈으면 적어도 홍보를 해야 하는건데, 그냥 책 소개만 달랑 올리면 인간미가 없다. 그래서 콘텐츠를 만들어서 홍보하려 했던 거고, 숙제하듯이 한 건데, 마치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한 것으로 여겼다. 그 부분은 사실 많이 서운했다.

-그러면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았는가.

▲강사 김창옥으로서는 의식을 많이 한다. 강사로서 깔끔해 보여야 하는 게 있어 옷을 가린다거나 수염을 기르지 않는 것이 그 예다. 누군가 돈 많이 벌었다고 할까봐 시계도 안 찬다. 어쩌면 이 모습이 나로 못 사는 셈이다. 평소 비속어도 안 쓰고 싶고, 웬만하면 예의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나는 긍정적인 방향의 의식적인 행동을 하는 건데, 정반대로 해석을 해버리니까 화도 좀 나고 그러더라.


-아버지의 귀는 좀 어떤가?

▲맨 처음에는 귀 수술을 해드리려고 한 게 아니라 검사만 받으려고 했다. 어차피 안 들릴 것으로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소리를 듣게 되시지 않나. 근데 소리가 들리는 거랑 언어가 해석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소리와 언어가 매칭이 돼야 한다. 언어 재활을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엄마가 해야 한다. 엄마는 까막눈이다. 엄마가 그걸 하기엔 너무 짜증이 나는 거다. 단순하지가 않다. 

그래서 언어 재활센터에 보냈었다. 버스를 30분 넘게 타고 가야 하기에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 아버지가 갔다 오셔서 2시간을 짜증냈다고 한다. 그래서 택시비를 드리려고 했다. 택시는 너무 비싸서 아깝다고 못 타신다고. 그래서 결국 아버지가 안 한다고 하셨다. 

-너무 희망적이지 않은 결과 아닌가. 

▲정말 희망적이지 않다. 하하. 어디서 얘기하기도 아름답지도 않고.

-자료에 보면 이 영화를 개봉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을 한다. 어떤 의미인가. 


▲지금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이 알리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건 많이 떨린다. 강연의 경우에는 사람이 많이 안 와도 돈을 준다. 이건 사람이 오는 대로 돈을 버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더욱 홍보를 열심히 한다. 사실 처음에는 개봉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극장서 엄마와 아빠와 처음 영화를 보는 셈이다. 엄마는 글을 못 읽으셔서 외화를 못 보고, 아버지는 못 들으셔서 한국 영화를 못 본다. 볼 수 있는 영화가 없다.

근데 이 영화는 가능하다. 그것만으로 엎드려서 감사드린다. 그래서 개봉 안 해도 좋다고 했더니, 김봉한 감독이 내 돈은 어떡하냐고 해서, 개봉까지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 분이라도 보고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아버지 귀, 희망적이진 않은 결말”
“코로나로 오히려 성숙해지는 단계”

김창옥 강사에게 <들리나요?>는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아직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야 알 것 같다. 

-공고를 나와 군대 다녀와서 대학에 갔다. 성악과였다. 전혀 상관없는 강연의 길로 접어들었다. 살아온 굴곡을 보면 여러 시련이 있었다. 어떻게 강연을 선택하게 된 것인가. 

▲강연을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가 노래를 계속했다. 합창단 단원으로. 내가 좋아하는 걸 남들도 좋아할 때 잘한다고 정의를 내린다. 나는 언젠가 남들이 나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람들이 나에게 잘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돈이라고 생각했다. 돈을 안 주면 사실 잘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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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서 ‘기사 좋다’고 하는데, 돈을 안 준다면 그건 취미가 된다. 나의 노래는 페이를 받을 만큼은 아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나한테 ‘성악을 하면 잘 하겠다. 재능이 있다’고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였다. 내가 돈을 받을 수 있는 직종을 찾다가 강연을 하게 됐다. 

-영화는 소통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영화를 통해 고백을 많이 했다. 사실 강연을 봐도 다른 거장과의 강연과는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김 강사의 가장 큰 무기는 일상의 이야기라고 본다.

▲나는 거장의 학문을 공부하지 않았다. 심리학이나 철학을 공부하지도 않았다.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수면 위로 올리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 현장에서는 학문적인 언어보다는 현장의 언어가 통한다. 사람들이 쓰는 용어로 다가가야 그들도 마음을 연다. 나는 실제로 비속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비속어를 좋아해서 그런 표현을 많이 쓴다. 

정형화된 아나운서 톤이 어쩌면 나랑은 더 잘 맞는 용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 유통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폭넓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다보니 일상의 언어라는 무기를 갖게 된 것 같다. 

-요즘 SNS가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남과 비교하면서 더욱 박탈감을 느끼는 삶으로 인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SNS가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목욕물이 더럽다고 물만 버려야지 그 안에 있는 아이를 버릴 수는 없지 않나. SNS는 많이 더러워졌다. 하지만 이 안에 아이는 있다고 생각한다. 방향성을 제시하는 고급 콘텐츠가 늘어난다면 유튜브든 SNS든 얼마든지 깨끗한 채널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영상산업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종목은 게임과 포르노다. 유튜브도 어쩌면 시작단계다. 점차 고급 콘텐츠가 나오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강연계도 상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 어떻게 살고 있나. 

▲영화보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해서 난 요즘 좀 지쳐있는 것 같다. 강연은 내 인생을 다 먹어버린 철갑이었다. 그 철갑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날 지키는 무기였다. 지금은 그걸 벗고 싶다.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소명은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의도치 않게 쉬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제주도에 있었는데 유튜브만 봤다. 제주도서 서울서 해도 되는 유튜브만 본 것이다. 살면서 쉼이라는 건 내게 늘 부정적이었다. 

아버지가 석공 일을 하셨는데, 비가 오면 일을 못 했고, 추우면 일을 못 했다. 그러면 불안감이 생긴다. 쉬는 날이면 아버지는 화투를 치셨다. 그리고 와서 엄마를 때리고 폭력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내게 휴식이란 문제만 일으키는 부정적인 것이었다. 여태 일하려고 쉬었다. 쉬려고 일한 게 아니라. 처음으로 그냥 몽땅 쉬어버렸다. 처음에는 쉬고 있는 내가 너무 어색했는데, 이제 조금씩 자연스럽게 쉬고 있다. 몸이 많이 지친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몸도 좋아졌다. 강연중독자가 억지로 쉬면서 좋아진 것이다. 

-오랜 굴곡을 지나왔는데, 혹시 스스로 듣고 싶은 말이 있나.

▲애썼다. 혹은 욕봤다. 수고했다와는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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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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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