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에어컨 잘 쓰는 법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15 10:30:54
  • 호수 12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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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한 달에 9만원 아껴보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에어컨 구매 시기가 전년보다 빨라졌다. 하지만 전기세 부담 때문에 맘놓고 에어컨을 틀기가 어렵다. <일요시사>는 똑똑하고 알뜰하게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최근 기상청은 올여름 더위가 맹위를 떨칠 것이라는 예보를 내놨다. 이번 여름철 기온이 평년(23.6도)과 지난해(24.1도)보다 각각 0.5∼1도 올라간다고 밝혔다. 폭염 일수도 20∼25일로 지난해 13.3일보다 많고, 열대야 일수 또한 12∼17일로 지난해 10.5일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폭염은 시작됐다. 지난 4일 대구·경북과 전북 지역에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경기와 강원·충남·충북·전북·경북 일부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한편,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3월 ‘세계 연평균기온 순위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75%에 이른다고 밝혔다.

구입 및 청소

상황이 이쯤되자 에어컨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가정용 에어컨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어떻게 해야 에어컨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에어컨 선택부터 효율적인 절약 방법까지 정리해봤다. 

올바른 에어컨 구입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바로 집 평수다. 적정 용량보다 크거나 작은 에어컨 사용은 전력 낭비를 초래하게 되는데 누진세 폭탄도 염두해야 한다. 


아파트 경우에는 평수의 절반, 주택은 평수의 절반보다 약간 큰 용량의 에어컨을 선택하는 것이 적당하다. 만약 25평형의 아파트에 거주한다면 12∼13평형 제품을 고르는 게 적당하며, 공부방이나 안방 같이 닫힌 공간에는 소형 벽걸이 에어컨, 거실에는 스탠드형이 알맞다.

에어컨은 가전제품 중에서도 전력 소모량이 매우 크다. 마음에 드는 모델이 있다 하더라도 무작정 구입하기보다는 반드시 제품에 부착된 에너지소비효율 라벨을 확인해 냉방효율이 높은 등급의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전기료도 절감하고 에너지도 절약하는 녹색 소비를 할 수 있다. 

집 평수 고려해 선택
여름철 적정온도 25도

에어컨은 실외기와 실내기로 나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어컨 구매를 위해 매장서 실내기는 꼼꼼히 살펴보지만, 실외기는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판매점서 실외기와 함께 전시하는 경우는 없을 뿐더러 확인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품의 라벨을 보면 실외기에 대한 규격은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냉방의 핵심부품인 압축기는 실외기에 장착이 된다. 바꿔 말하면 실외기 성능이 곧 에어컨의 냉방 능력이 되는 것. 실외기의 부피는 소음과 직결되기 때문에 아파트의 경우에는 층간소음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서 골라야 한다.

실외기는 작을수록 좋다. 크기가 작은 실외기는 환경오염 물질인 프레온가스(냉매)의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도 있으며, 아파트의 경우에는 별도로 외부에 실외기 거치대를 설치하지 않고 베란다에 두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사를 자주 다니는 가정이 대부분 그렇게 사용하는데, 실외기가 작을 경우 베란다 공간을 더욱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모든 에어컨에는 청소를 위해 분리시킬 수 있는 필터가 있다. 올해 처음으로 에어컨을 켜기 전에 필터를 반드시 세척하고, 이후로도 2주에 한 번 세척하는 게 좋다. 칫솔이나 얇은 천에 에어컨 전용 세제를 묻혀 닦은 후 깨끗한 물로 헹궈낸 후 건조시킨다. 
 


전용 세제가 없다면 친환경 재료인 베이킹 소다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척 후 물에 희석한 식초액을 뿌린 천으로 다시 한 번 닦으면 항균·살균 효과가 있다. 필터를 세척한 뒤에는 그늘에 충분히 말린다. 햇볕에 말리면 변형의 위험이 있는 만큼 그늘에 말리는 게 좋다.

에어컨에 있는 냉각핀에 먼지나 이물질이 묻으면 에어컨 사용 시 원하는 온도까지 내려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만큼 전력 소모가 많아져 경제적으로도 좋지 않다. 냉각핀은 분해가 힘들기 때문에 전용 스프레이를 구매해 틈틈이 뿌려준다. 오랜 기간 사용해 오염이 심할 경우 전문 청소대행업체에 의뢰한다.

실내기와 달리 실외기를 청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실외기도 1년에 한 번은 청소해주는 게 좋다. 실외기 덮개를 벗긴 후 흡입구나 바람이 나오는 입구에 낀 먼지를 닦아내면 된다. 주방용 중성세제와 물을 약 1:3 비율로 섞어서 뿌린 후, 천으로 닦아내면 잘 닦인다. 마른 천으로도 다시 한 번 닦아내 습기를 제거한다. 필터와 마찬가지로 청소 후에는 잘 건조시킨다.

예고된 폭염 똑똑하게 나기
팍팍 돌리고 절약 방법은?

에어컨 처음 가동할 때 강한 바람으로 작동시키는 것이 좋다. 처음 가동 시 전기 소모량이 많아 약하게 가동하다가 강하게 전환하면 전기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또 선풍기나 에어 서큘레이터를 함께 사용하면 더욱 좋다. 에어컨은 선풍기의 30∼50배의 전력을 소비한다. 에어컨을 틀 때 선풍기를 함께 틀어주면 찬 공기가 빨리 퍼지기 때문에 원하는 온도까지 맞추는 시간이 단축된다.

한국건강관리협회서 발표한 여름철 적정 숙면 온도는 25도다. 이보다 낮은 온도로 설정하면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지 않다. 실내가 건조해지면 감기에 걸리기 쉽고, 20도 이하의 서늘한 온도는 숙면을 방해한다. 22도로 가동하던 에어컨을 26도로 사용할 경우 한 달에 약 9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또 가장 더울 때 두 시간, 자기 전 두 시간 정도, 원하는 온도에 도달할 때까지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다고 너무 자주 전원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면 전기요금이 더 나올 수 있으니, 한 번에 원하는 온도까지는 사용하되 너무 오래 작동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습도가 낮으면 땀이 덜 나기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아주며 같은 온도라도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잠들기 한 시간 전에 에어컨을 틀어 실내습도를 낮추면 열대야에 수면을 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최근 출시된 제습과 공기청정 기능까지 담은 복합형 제품을 활용하면 일반 에어컨보다 더 좋은 제습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제습 기능은 장마철 집안의 눅눅함을 없애고 잘 마르지 않는 빨래를 말리는 데도 좋다.

선풍기와…

한편 코로나19 장기전 대응 차원서 방역당국은 다가올 여름에 대비한 방역 수칙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무엇보다 밀폐된 공간서의 에어컨 가동이 확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어컨 바람이 나오면서 대류현상이 일어나면 기침을 통해 나온 비말이 바람을 타고 확산할 수 있다”며 “더워지는 날씨에 에어컨, 선풍기를 사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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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