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토니모리 잔혹사

빠져나오기 힘든 ‘적자의 늪’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토니모리가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진은 그나마 선방 중이지만, 딸린 식구들이 1년 농사를 망친 모양새. 빚에 의존하는 경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 ▲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

2006년 8월 출범한 토니모리는 효율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에 힘입어 단기간에 뷰티업계 강자로 거듭났다. 지난해 말 기준 530여개 국내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0년 이후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외형과 내실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 3년간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돈만 
까먹는다

2016년 연결 기준 176억3900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토니모리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19억1300만원 손실로 돌아선 뒤부터 줄곧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2018년 영업손실은 50억3600만원에 달했다.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2016년과 비교하면 무려 227억원 급감한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다. 중국정부의 사드 보복에 따른 수출 부진, 유커 급감에 의한 국내 매장 매출 급감, 동종 업체 간 출혈 경쟁이라는 악재가 동시에 터진 여파였다.

지난해 역시 영업손실 2억7500만원을 기록했지만, 적자 규모를 전년 대비 94.5% 줄였다는 건 그나마 위안 삼을 일이었다. 기타판관비로 처리된 항목이 2018년 171억원서 지난해 75억원으로 급감한 게 손실 폭을 줄인 주된 요인이었다.


다만 이 과정서 가맹점에 대한 지원을 최소화하면서 손실 폭을 줄이고자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2018년 기준 69억원, 102억원이던 토니모리의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는 지난해 58억, 56억원으로 축소됐다.
 

순이익도 처참하긴 마찬가지다. 2016년 129억원을 기록했던 순이익은 이듬해 55억500만원 손실로 돌아선 데 이어, 2018년 78억300만원, 지난해 56억9900만원 등 최근 3년간 적자 행진을 거듭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2017년 5월 자회사 메가코스의 공장 완공과 초기 안정화에 따른 적자 발생이 수익성 악화로 연결됐다”며 “올해부터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익 고사하고 손실만 잔뜩
빚 의존도 심해지는 양상

수익성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볼륨마저 줄어드는 양상이다. 2016년 233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토니모리는 ▲2017년 2057억원 ▲2018년 1810억원 ▲2019년 1720억원 등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특히 직영점 및 가맹점의 매출 하락이 눈에 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 가운데 36.27%(746억원)를 책임졌던 직영점 및 가맹점은 2018년 31.44%(569억원)로 매출 비중이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20.95%(360억원)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은 ▲2017년 15.79%(325억원) ▲2018년 16.83%(305억원) ▲2019년 22.03%(379억원)으로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비용 변동추이는 수익성 하락 궤도와 비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연구개발비/매출액 비율은 ▲2017년 2.05%(42억원) ▲2018년 1.87%(34억원) ▲2019년 1.66%(29억원)로 감소했다. 연구인력 효율화에 따른 인원 감축과 정부 연구과제 수행에 따른 변동으로 해석된다.
 

적자가 거듭되는 가운데 부채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토니모리의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실적 하향세가 두드러졌던 최근 3년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7년 1996억원이던 총자산은 지난해 2408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는 전년(2041억원) 대비 18% 상승한 수치다.

총자산이 불어난 건 전적으로 부채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이 과정서 총자본은 빠르게 감소했다. 토니모리의 총자본은 2016년 1271억원 최대치를 찍은 뒤 ▲2017년 1142억원 ▲2018년 1055억원 ▲2019년 986억원 등 매년 줄어드는 상태다.

현실이 된
빚의 수렁

반면 같은 기간 총부채는 ▲2016년 548억원 ▲2017년 855억원 ▲2018년 987억원 ▲2019년 1423억원 등 매년 증가했다. 급기야 지난해를 기점으로 총부채가 총자본을 역전한 모습이 눈에 띈다.

총자본 감소와 총부채 증가가 동시에 발생한 탓에 부채비율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토니모리의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은 144.35%. 통상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다.

다만 ▲2017년 74.8% ▲2018년 93.5%서 볼 수 있듯이 부채비율이 최근 급격한 상승 추세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실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6년의 경우 부채비율이 43.1%에 불과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리스 자산 증가와 1회차 CB 상환 재원 마련 차원서 선제적으로 발행했던 BW로 인해 부채비율이 증가했지만, 이 두가지 효과를 제외하면 오히려 부채비율은 감소했다”며 “1회차 CB는 발행액 300억원 중 260억원을 지난달까지 상환한 상태”라고 말했다.
 

▲ 토니모리 사옥 ⓒ토니모리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역시 악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2017년 237.3%였던 토니모리 유동비율은 2018년(175.1%) 200%대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133.68%까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는 각각 1208억원, 904억원이다.

토니모리 측은 IFRS16 효과, 1회차 CB 유동성 대체로 인해 유동부채가 증가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유동비율은 지난달 말 기준 약 201%를 나타낸다고 언급했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이나 신용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서, 통상 200% 이상을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반전커녕
악화일로


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실적 최대치를 찍던 2016년까지만 해도 40억원에 불과했던 토니모리의 총차입금은 영업손실로 돌아선 2017년에 10배 이상 증가한 411억원에 달했다. 이후에도 총차입금은 매년 증가추세다. 재무제표상에서 토니모리의 2018년과 지난해 총차입금은 각각 573억원, 764억원으로 기재돼있다. 

이는 리스비용을 제외한 채 합산한 수치다. 기준을 달리해서 유동성 리스부채 56억원과 비유동성 리스부채 216억원을 포함시켰다면 총차입금 규모는 1020억원으로 증가한다.

총차입금 중에서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나날이 높아지는 현상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의 특성으로 인해 자금 운영에 일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까닭이다.

2017년 말 기준 100억원이었던 단기차입금 항목은 2018년과 지난해 각각 240억원, 225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얼핏 보면 단기차입금이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포함된 247억원의 유동성사채를 포함시키면 단기차입금은 사실상 472억원으로 인식된다. 전년 대비 단기차입금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유동성장기부채(유동성리스부채+유동성장기차입금) 역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단기차입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 2018년 9000만원에 불과했던 토니모리의 유동성장기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58억원으로 증대된 상황이다.


차입금이 늘어난 만큼 차입금의존도 역시 눈에 띄게 올랐다. 2016년 2.2%였던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기준 42.4%로 급증했다. 통상 차임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의존는 2.2%서 26.2%로 변동이 가해졌다.
 

토니모리 재무건전성 악화 추세는 자회사들의 심각한 부진에 따른 것이다. 절반 가까운 자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고, 이 여파가 토니모리에 악영향을 준 셈이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말 기준 ▲토니모리칭다오유한공사(중국) ▲심양토리화장품유한공사(중국) ▲메가코스화장품유한공사(중국) ▲메가코스화장품상해유한공사(중국) ▲메가코스바이오 ▲메가코스 ▲에이투젠 등 7곳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종속법인 가운데 3곳은 총자본이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심양토리화장품유한공사는 2016년 설립 이래 매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2017년 출범한 메가코스화장품상해유한공사, 2018년 편입시킨 에이투젠 역시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다. 에이투젠의 경우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이 결정되기도 했다.

자회사 편중
부담만 가중

완전자본잠식에 빠지지 않은 자회사라고 해도 실적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종속기업 7개 모두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자회사의 계속되는 실적 악화는 토니모리에 부담이 되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토니모리 오너 일가 지배력

토니모리는 오너 일가 지배력이 공고한 회사로 꼽힌다. 이 같은 특징은 특수관계인 지분구조서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말 기준 토니모리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2.12%(566만4703주)를 기록한 배해동 회장이다.

배 회장의 부인인 정숙인씨(17.01%, 300만주)가 2대주주로 이름을 올렸고, 배 회장의 자녀인 배진형씨, 배성우씨도 8.50%(150만주)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의 지분 총합은 66.13%(1166만4703주)에 달한다.

오너 일가 구성원 가운데 배 회장과 장녀인 진형씨가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토니모리는 2명의 사내이사를 두고 있는데, 배 회장과 진형씨가 여기에 포함된다.

진형씨는 2016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에 선임된 후 연임에 성공했다. 1990년생인 진형씨가 사내이사에 오를 당시 나이는 27살이었다.

뉴욕대학교를 졸업한 진형씨는 2015년 토니모리 해외사업부에 입사하면서 내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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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