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오심에 울고 미력한 국력에 운 신아람& 조준호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09 09: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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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나라'서 열린 역대 최고 비신사적인 올림픽 "4년 피땀 돌리도"

[일요시사=김민석 기자]"더 이상 스포츠는 신성하지 않습니다." 신아람 선수의 어이없는 패배를 지켜보던 최승돈 아나운서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만들어가야 할 2012런던올림픽이 계속되는 편파판정과 운영미숙으로 어글리올림픽이 되어가고 있다. 올림픽 정신은 오간데 없고 돈을 끌어 모으기 바쁜 듯하다. 백인들의 인종차별도 서서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의 스포츠 발전을 견제하려는지 유독 우리나라 대표팀에게 유례없는 오심이 쏟아진다.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는 편파판정에 분통이 터져 잠을 못 이루는 전 국민도 피해자지만 최대 희생자는 4년 동안 흘린 땀이 눈물로 바뀌어 버린 신아람, 조준호 선수일 것이다. 우리들의 가슴 속에 진정한 승자로 남을 두 사람을 조명해봤다.

1초를 남기고 찌르기 공격이 들어왔다. 신아람은 가까스로 동시 공격에 성공해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독일의 하이데만(독일)은 대기 중엔 블레이드(펜싱 칼)가 겹치지 않도록 충분히 거리를 벌려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한 채 거리를 좁혀왔지만 심판은 이를 제지하지 않은 채 경기를 속행했다.

재차 찌르기 공격이 들어왔다. 역시 동시 공격으로 판정 났다. 전광판의 시계가 0초로 바뀌어 경기종료를 알렸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심판의 재량으로 1초로 되돌려졌다. 신아람의 얼굴표정에 어이없음이 영력했다.

심재성 팬싱대표팀 코치도 즉각 항의 했다. 항의는 무시되고 경기가 속행돼 기습공격이 들어왔다. 1차 공격은 막아냈지만 2차 공격은 막아내지 못했다. 하이데만의 득점으로 인정됐다. 그 순간까지도 전광판의 시계는 1초를 표시했다. 득점이 올라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경기가 끝났다. 이 모든 상황이 단 1초 만에 일어난 것이다. 

대한의 여검객 울린
거꾸로 가는 시계

지난달 31일 새벽(한국시각) 열린 여자 펜싱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신아람(26·계룡시청)은 어처구니없는 판정에 울어야 했다. 논란의 여지조차 없는 '명백한 오심'이었다. 정상적인 시합이라면 1초 동안 3∼4차례 공격은 불가능하다. 이를 뒷받침 하듯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하이데만 선수의 세 차례 공격에 걸린 시간은 각각 0.06초, 0.19초, 1.17초로 모두 1.42초로 분석했다. 이 역시 거리를 벌려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했기에 가능한 수치였다.


당시 심 코치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후 30분 동안 심판진의 논의가 이어졌지만, 판정은 결국 번복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신아람은 바닥에 주저앉아 서러운 울음을 터뜨려야 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최승돈 아나운서는 "그동안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더 이상 스포츠는 신성하지 않습니다"라 외쳤다.

이후 진행된 3·4위 결정전을 두고는 "누가 이 경기를 보고 싶겠습니까. 그리고 누가 이 경기를 중계하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이 선수를 여기 혼자 둘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해 국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한편 지난 1일 국제펜싱 연맹에서는 신아람의 스포츠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며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아람은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특별상은 올림픽 메달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이 풀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판정이 오심이라고 믿기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해 끝까지 판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줬다.

대한민국 제일 '여검객' 신아람 울린 '어글리 런던올림픽'
미운오리새끼에서 예쁜백조로, 21살에 국가대표 꿈 이뤄

국민을 울렸고 자신도 주저앉아 울어야 했던 대한의 여검객 신아람, 그녀는 어떤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을까? 신아람은 중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펜싱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목적도 없이 운동하려니 힘들기만 하고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어린나이에 펜싱 블레이드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특히 특별한 이유도 없이 기합 받는 게 괴로웠다고 회상했다.

그녀가 말하길 그녀는 어릴 때 무척 내성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꾸준히 배우는 것을 즐기는 성격도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펜싱 칼만 잡으면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자신 안에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것 같았고, 뒷전으로 밀리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생기더라"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펜싱은 내성적인 그녀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게 해주었고 자연스럽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됐다.

펜싱을 친구삼아
'7전8기' 인생


펜싱에 집중해서인지 중학교 성적은 영 좋지 않았다.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이 진학문제로 하나 둘 떠나는 것을 보면서 자신 역시 고등학교 진학을 두고 펜싱을 계속 할지 그만 둘지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펜싱을 그만두면 후회하게 될 것 같아 결국 계속 하게 되었다고. 이것이 오늘날의 신아람을 있게 한 중요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고등학교 진학 후 그녀는 각종 펜싱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5년 동안 전국대회에서 입상 한 번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고된 훈련을 이겨내 고등학교 2학년 때 마침내 유소년 대표 자격을 얻어냈다. 당시 신아람은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전국대회에서 활약하지 못한 그녀이지만 세계대회엔 첫 출전해서 단숨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굉장한 이변이었다. 각국의 유망주들이 모두 모인 대회에서 우승을 따낸 것이다. 당시 신아람은 자신의 실력이 세계무대에서 빛을 발하자 기쁨 반 놀람 반이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국가대표'를 꿈꾸기 시작했다. 불과 3년 후 그녀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나이 겨우 스물한 살.

태릉에서의 고된 훈련을 이긴 신아람은 2010 토리노세계선수권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회참가자 중 가장 어렸던 그녀지만 당당하게 8강까지 갔다. 한국 펜싱대표팀 중에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귀국 직후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며 한국의 대표 여검객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녀는 대학 4년 중 3년을 국가대표로 지냈다. 그리고 2009년 실업팀(계룡시청)에 입단해 현재 3년차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억울한 선수는 심아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7월29일 유도 남자 66㎏급에 출전한 조준호(24·한국마사회)가 바보심판 3인의 '청기내리고 백기올려' 게임의 희생양이 됐다. 경기 종료 후 3명의 심판들 모두 청기를 올려 만장일치 판정승을 받았지만 일본 측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이를 받아들인 심판위원장의 개입으로 5분 만에 판정이 번복,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한 것이다. 유도에서 승패가 번복되는 일은 유례가 없었다. 조준호는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력을 다해 동메달을 따냈다.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조준호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간 기분이었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왜 판정 번복이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경기 후반 큰 포인트를 뺏긴 것도 있다"며 "선수로서 최선을 다했고, 판정은 심판들이 하기 때문에 경기 결과에 승복한다"고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에비누마 마사시
"조준호가 이긴 경기"

하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상대 선수였던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가 "조준호가 이긴 게 맞다. 판정이 바뀐 것은 잘못됐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과 문원배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은 오심이 아니라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많은 분들이 잘 몰라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판정을 뒤집고 일본 선수의 손을 들어준 것이 정당하기 때문에 국민여러분은 자제해 달라"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유효에 가까운 큰 포인트를 내준 것이지 유효 포인트가 인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도 룰 역시 명쾌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어떻게 보면 점수 등급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유효보다 낮은 등급의 포인트인 '효과'를 없앤 것이 화근이라 볼 수 있다.

조준호의 아버지는 유도선수였다. 그래서 그에게 허락된 운동은 오직 유도뿐이었다. 유도복을 처음 입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그는 1년 만에 부산의 작은 시합에서 모두 이길 정도로 재능을 보였고 중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하여 쌍둥이 동생 조훈현과 함께 각종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번갈아 가며 따냈다.

조준호, 악바리 투혼으로 일궈낸 가장 값진 동메달
한판보다는 절반, 절반보다는 유효, 판정승 사나이

그리고 시작된 태릉선수촌 생활, 처음에 그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일 뿐이었다. 그는 선배들을 바라보며 자신도 올림픽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마음먹고 꿈을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대회 예선에서는 번번이 패배의 고비를 마셔야 했다. 그러다 기회가 왔고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탔고, 지난해 세계 선수권, 그랑프리,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더니 어느새 한국 남자유도의 최대 유망주로 떠올랐다. 일취월장 한 것이다. 2012년 그의 선배이자 라이벌 '한판승의 사나이' 최민호를 제치고 런던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유도 대표팀의 정훈 감독은 조준호를 가리켜 '내세울 것이 없는 선수'라 말한다. 이는 그가 특출한 끝내기 기술이 없다는 의미로, 그는 신기하게도 한판보다는 절반, 절반보다는 유효, 유효보다는 지도 이렇게 포인트를 착실히 따내 판정승을 이끌어 내는데 정통하다. 그렇게 승리를 하나하나 따내다 보니 결국엔 세계의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물리친다는 것이다.

내세울 것 없는데
결코 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판 기술도 없는 선수가 어떻게 같은 체급에서 경쟁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민호를 제치고 국가대표가 되었을까? 이는 조준호의 남다른 '습득력'에 있다.

조준호는 "나는 특기 기술은 없지만 잘 하는 선수들의 특기를 잘 따라 한다. 잡기는 김재범, 잡고 나서의 움직임은 왕기춘, 그리고 최민호 선배의 다양한 한판 기술들을, 유도를 시작하던 어린 시절부터 수천 수백 번 비디오를 돌려보며 따라 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의 장점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 이것이 내세울 것 없는 그가 세계랭킹 1위와 마주해도 지지 않는 이유이다.

조연을 벗어나기 위해 흘린 피땀, 그 대가로 금빛 메달을 거머쥐었어야 마땅하지만 석연찮은 판정의 희생자가 되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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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