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⑬스타들의 유세 후일담

B급만 나와서 그런가 ‘약발은 별로’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선거철이 되면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연예인이다. 출마한 후보가 직계가족이거나 친분이 깊은 경우, 어김없이 유세 현장에 나타나 목소리를 낸다. 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서도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는 여전히 뜨거웠다. 
 

▲ 지상욱 미래통합당 후보의 아내인 심은하가 유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병희 기자

정치인과 연예인은 ‘악어와 악어새’ 관계다. 정치인은 유명세가 있는 스타를 통해 대중의 주목을 끌 수 있으며, 스타는 정치적 발언으로 소신을 어필함은 물론 스마트한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정치인을 통해 소속사의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다. 후보자가 직계가족일 때는 가족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되기도 한다. 

정치와 연예인
악어와 악어새

이번 총선서도 대다수 스타가 유세 현장을 찾았다. 코로나19 여파도 스타들의 유세 열기를 막지는 못했다. 특히 직계가족들은 발 벗고 나섰다. 

우선 눈에 띄던 인물은 ‘왕년의 스타’ 심은하다. 지상욱(55)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서울 중·성동을 후보자의 아내인 그는 지난 6일, 남편의 첫 집중 유세를 함께했다. 뒤로 묶은 머리와 갈색 코트 등 수수한 차림으로 ‘조용한 내조’의 전형을 보여줬다. 지난 7일에는 ‘지상욱 배우자’라고 크게 쓰인 통합당 공식 점퍼를 입고 나타나 중구 약수시장을 찾은 주민과 상인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는 등 열성 선거운동원의 면모를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 지 후보의 최대 지원군은 아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지 후보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서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부인인 심은하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심은하의 열성적인 내조에도 불구하고, 지 후보(47.2%)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성준 후보(51.9%)에게 패했다. 

심은하만큼 성심 성의를 다한 스타가 있다. 배우 유오성이다. 그의 형인 유상범(48.5%) 통합당 후보는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선거구에 출마, 원경환 민주당 원경환(38.4%) 후보를 넉넉히 제치고 당선에 성공했다. 유오성은 특별한 스케줄을 제외하고는 유 후보의 선거운동에 매진했다. 유상범 후보의 유튜브 채널 ‘유상범 TV’에도 출연하는 등 이번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마지막까지 초박빙 지역으로 분류된 서울 송파을의 최재성 민주당 후보의 아들 최낙타(본명 최정호)도 아버지의 유세를 도왔다. 2013년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최낙타는 훤칠한 외형과 훈훈한 외모로 유세 현장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최 후보는 SNS서 ‘나와 똑같은 아들 덕분에 20대 표 확보’라며 아들과 함께 유세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어김없이 나타난 정치인 가족들
오랜 인연과 친분, 발 벗고 나선 ★

최낙타 외에도 최근 SBS <불타는 청춘>에 출연한 적 있는 배우 강문영도 최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 돕기도 했다.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에 따르면 강문영은 짧게 ‘화이팅’을 외치고 내려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아들의 도움에도 불구 최재성(46.0%) 민주당 후보는 배현진(50.4%) 통합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MBC드라마 <대장금>서 중전 역할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배우 박정숙은 남편인 이재영 통합당 서울 강동을 후보 선거 유세에 나섰다. 박정숙은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 전화 인터뷰서 “남편은 결혼하기 전에도 당선인이었다. 비록 내가 다섯살 연상이지만, 남편이 흔들림 없이 나를 다독인다”고 말했다. 


박정숙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고정적으로 출연하던 방송서도 하차했다. 그는 “만일 방송을 또 하더라도, 정치적인 색은 멀리하는 게 방송인과 연예인의 당연한 자세”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재영 후보(42.0%)는 이해식(54.5%) 민주당 후보에 밀려 배지를 다는 데는 실패했다. 
 

▲ 유상범 당선자와 배우 유오성 ⓒ유상범 당선자 페이스북

클릭비 출신 싱어송라이터 하현곤도 사촌형인 하창민 노동당 울산 동구 후보를 적극 돕는 등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지만, 하 후보는 2.4%의 적은 득표율로 낙선했다.

비록 연예인은 아니지만, 스포츠 클라이밍 국가대표를 지낸 ‘암벽 여제’ 김자인도 남편이자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후보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김자인은 선거 기간 내내 ‘아내입니다’라고 적힌 머리띠를 맨 채 오 후보와 동행하며 적극적으로 유세에 나섰다. 

오 후보는 53.0% 득표율로 강세창(37.4%) 통합당 후보를 가뿐히 제치고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돈독한 우애
그러나 낙선

직계가족이 아니어도 여전히 정치인과 친분이 깊은 셀럽과 스타들이 유세 현장을 찾거나, 지지 선언을 하면서 정치계와 인연을 맺었다. 

먼저 폴리테이너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김제동. 그는 초박빙 지역으로 마지막까지 관심을 끈 서울 광진을 지역구의 오태양 미래당 후보의 유세 차량에 올라 지지를 선언했다. 김제동의 적극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오 후보는 1.5% 득표율로 낙선했다.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한 잠룡 이낙연 민주당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적지 않은 스타들이 등장했다. 배우 임현식과 김성환, 전원주, 코미디언 이용식, 가수 김연자 등이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이 후보의 유세 차량을 찾아 당선에 힘을 보탰다. 

민주진영 대권 주자로 불리는 이 후보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약 1만7000표 차이로 따돌리고 금배지를 달게 됐다.

이 과정서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안상수 무소속 후보와 이학재 새누리당 후보 지원 유세에 참여한 바 있는 전원주는 지지 정당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 뮤지컬 배우 박혜미

경남 양산을에 후보로 나선 김두관 민주당 후보는 과거 국회의원 이력이 있는 배우 정한용과 다양한 TV 예능 프로그램서 인성교육 전문가로 출연 중인 김봉곤 훈장과 유세를 함께 했다. 김 훈장과 정한용 전 의원은 양산 이마트,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도보 인사까지 함께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스포츠 스타들 역시 유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축구선수 출신이자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인 이천수, 사단법인 한국축구국가대표 이사장 김병지, 프로게이머 이영호 등이다. 


청년층 공략 
프로게이머도

이천수 실장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으며, 송영길 후보(인천 계양을) 등 인천광역시 지역구 후보 3명의 유세 활동에 참여했다. 이 실장은 송영길(계양 을), 박찬대(연수 갑), 허종식(동·미추홀 갑) 등 민주당서 인천 지역에 출마한 후보에 힘을 보탰으며, 이들 모두 당선에 성공했다. 

이천수 실장은 선수 시절 송영길 의원과 오랜 인연이 있다. K리그(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서 임의탈퇴 처리된 그가 알 나스르(사우디), 오미야(일본) 등 해외리그를 거쳐 K리그로 복귀하려 했을 때, 당시 인천 시장이던 송 의원이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만나 임의탈퇴 신분을 벗고 인천에 이적할 수 있도록 도운 바 있다.

김병지 이사장은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조해진 전 의원의 지지를 호소했는데, 조 후보는 무려 6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제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 의원과 김 이사장은 밀양 동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이사장은 “평소 존경하는 선배가 3선 중진의원으로 자리매김해 나라를 살리고 지역 발전에 큰일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이영호는 세종특별자치시 갑 지역구에 통합당 후보로 나선 김중로 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영호는 “김중로 후보는 근면하고 검소한 데다 국회 의정활동에 매우 모범적이라 평소 존경해왔다”며 후원회장을 맡게 된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김 후보는 32.8% 득표에 그쳤고, 홍성국(56.5%) 민주당 후보에 밀려 패배의 쓴맛을 봤다.

이천수·김병지 등 스포츠 스타도
첨예한 대립, 유탄으로 돌아온 지지

여전히 많은 스타들이 유세 현장을 찾았지만, 일각에서는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새로운 얼굴들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배우 이영애와 이하늬처럼, 과거에 등장한 인물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이런 배경에는 워낙 첨예해진 양 진영 간의 갈등이 가장 큰 요소로 작동한다. 일종의 서비스 형태를 갖고 있는 엔터테이너 처지서 상대 진영의 악플 또는 보이콧 세례를 받을 우려가 높아졌다. 
 

▲ 이영호 전 프로게이머 ⓒ김중로 캠프

실제로 가수 김흥국과 산악인 엄홍길은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했던 대구지역의 수성갑에 출마한 주호영 통합당 후보 지원 유세를 펼쳤다가 진보진영 지지자들로부터 유탄 세례를 맞았다.

가수 송대관의 경우 전북 김제부안에 출마한 이원택 민주당 후보의 유세 차량에 올라 “코로나19로 지친 주민을 위한다”며 지지한 것이 도마 위에 올라 무소속 김종회 후보 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가수 겸 배우 배슬기 역시 김병준 통합당 후보(세종시 을)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진보 정당 유권자들에게 ‘우파 연예인’이라는 댓글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가수 송가인은 투표 독려 캠페인에 파스텔 톤의 의상을 입고 참여했다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배우 조보아 역시 ‘오늘은 사전 투표일’이라는 글과 함께 붉은 철쭉꽃 배경으로 손가락 하트가 담긴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가 통합당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며 도마 위에 올랐다. 

오히려 독
악플 세례

한 연예계 관계자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으로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매우 부담되는 일이다. SNS로 간접적인 지지 의사를 표시해도 이미지 타격이 크다. 본인도 소속사도 예민하게 주의하고 있다”며 “워낙 갈등이 첨예해 연예인들이 소신이나 가치관을 드러내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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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