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 ‘미프진’ 비밀거래 고발

불법인데…미성년자도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지 1년이 지났다. 국회는 올해까지 관련 형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그러는 사이 임신중절약을 처방 및 판매하는 불법유통이 기승이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산모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낙태약 중 하나인 미프진 거래 실상을 파헤쳤다.
 

▲ 미프진`

“임신 7주 이하는 39만원, 7∼10주는 59만원입니다. 7주 이상은 자궁수축제를 추가 복용하셔야 완전 유산 유도가 가능합니다.” 일사천리였다. 국내서 처방 및 유통, 복용이 금지되고 있는 임신중절약인 ‘미프진’ 불법 유통업체와 접촉해 구매 안내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20분. 가격대는 업체마다 약간 상이했지만 보통 임신 7주 이하는 36만∼39만원, 7∼10주는 55만∼59만원 선으로 형성돼있었다.

12주까지

국내서 미프진을 구매하는 절차는 매우 간단했지만 업체마다 다양했다. 기자가 접촉한 한 업체는 나이, 임신 주수, 유산 경험, 마지막 생리일, 기저 질환 등의 다소 구체적인 질문을 거친 후 판매 방법을 안내했다. 반면 또 다른 업체는 유선전화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생리통 정도를 묻기도 했다. 물론 이들이 자격을 갖춘 전문 의료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질문은 구색만 맞췄을 뿐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기자가 18세 미성년자라고 속여도 구매가 가능했으며, 약물 알러지 반응이 있다고 말해도 “평소에 드시는 진통제를 복용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임신 12주의 경우에도 구매에는 지장이 없었다.


판매상은 “최대 12주까지 복용이 가능하지만 10주 이상은 확률이 떨어진다”며 인지하고 구매하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의학계에 따르면 임신 6주의 임산부가 복용할 시에는 임신 산물 양이 많아 모두 배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별도의 추가 수술이 필요하다. 이를 배출해야 내부 쇼크·감염·출혈 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10주가 지난 여성이 먹으면 수혈이 필요할 만큼의 심각한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울러 약을 먹은 후에 불완전 유산이 될 경우에는 임신 초기 낙태 수술을 하는 것보다 출혈, 염증, 자궁 손상 등의 위험이 크다.

이뿐 아니다. 임산부가 자궁 외 임신을 할 경우에는 오히려 미프진은 독이 된다. 자궁 외 임신은 수정란이 나팔관에 착상되는 걸 말한다. 이런 경우에는 임산부가 미프진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 약을 복용한 채로 방치한다면, 배에 혈액이 고여 자궁을 드러내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질 우려도 있다.

하지만 기자가 접촉한 5군데의 미프진 불법 유통업체 중에는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건 미성년자다. 병원 상담이 부담스러운 사회적 약자일수록 절차가 간단한 불법 시장에 더 솔깃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초 10대미성년자가 불법 유통되는 미프진을 구해 먹고 낙태가 온전하게 되지 않아 과다 출혈로 병원에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헌법불합치 1년 임신중절약 불법 유통 활개
30만∼50만원…중국산 ‘짝퉁’ 감별 어려워


또 다른 문제점은 미프진 불법 유통 업체서 판매하는 미프진이 미국 식품의약처(이하 FDA)로부터 검증받은 정품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선 미프진 정품 가격은 300∼500달러. 한화로 약 35만∼60만원에 이른다.

반면 국내서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중국, 인도산 짝퉁 미프진의 실제 가격은 5만∼10만원대다. 이 약은 효능이 검증되지 않아 산부마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발열, 현기증, 가려움증 등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정품임을 확인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 업체는 “한국은 낙태가 불법이라 정품 확인해드릴 만한 업체는 딱히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업체는 “미국 FDA서 검증받은 정품 미페프렉스만 취급하고 있다”며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물류가 쉽게 통관될 수가 없어서 겉포장은 뜯어서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약을 구매했기에 불법 행위의 피해자가 보상 받을 창구 역시 없다.

▲ ▲ 기자와 미프진 불법 유통업체가 시제로 주고받은 텔레그램 화면 캡처

미프진 사기를 당한 한 제보자는 업체에 환불을 요구하자 “금감원에 신고하셔도 불법으로 운영되는 것이라서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받았다. 이후 제보자가 “도메인을 수색하겠다”는 말을 하자 업체는 “협박하냐. 누가 이기나 해볼래. 말 X같이 하지 마라”며 받아쳤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4∼12주)에 자궁 수축을 유도해 자궁에 착상된 수정란에 영양공급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인공유산을 유도하는 약물이다. 미프진에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리스톨이라는 성분이 있다. 미페프리스톤은 자궁 내 착상된 수정란에 영양 공급을 차단해 자궁과 수정란을 분리하는 역할을 하고, 미소프리스톨은 자궁을 수축시켜 분리된 수정란을 자궁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성공률과 안전성은 꽤 높은 편이다. 98%까지의 성공률을 보이며, 임신 7주 이전에는 수술보다 안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 초기 가장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으로 미프진과 같은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현재 유럽과 미국을 포함해 119개국에서는 미프진 유통을 합법화해 임신 9주 이내라면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 구할 수 있다. FDA에서는 미프진 복용 후 3일차와 14일차에 반드시 산부인과 방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서 미프진의 처방 및 유통, 복용은 불법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국회서 대체 법안 논의가 중단된 상태기 때문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후, 미프진 불법 유통업체들은 활개치는 반면, 사기 등 불법 행위로 인해 피해보는 임산부는 전혀 보호될 수 없는 사각지대가 만들어진 셈이다.

부작용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미프진의 우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냥 국회의 개정을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관련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행정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미프진 도입에는 빠르면 3개월, 지연되면 1년 정도 걸릴 수 있다”며 “식약처서 법 개정과 상관없이 미프진을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법의 공백 상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낙태 헌법 불합치 법 개정은 언제?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1주년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오는 12월31일까지 대안 법안이 마련돼야 하지만, 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올해 말까지 임신 몇 주까지 낙태할 수 있는지, 사회 경제적 사유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 등을 정해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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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