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황태자의 승계 숙제

아버지 잘 만나…금수저 든 쌍두마차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스맥스그룹이 2세경영을 시작한다. 창업주의 두 아들이 키를 잡게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은 상황인 만큼 데뷔전도 만만치 않다. 과연 두 형제는 잘 해낼 수 있을까.
 

▲ 코스맥스

코스맥스그룹은 세계 1위 ODM(화장품 제조업자 개발 생산) 기업이다. 창업주는 이경수 회장. 그는 지난 1992년 회사를 세워 연구개발(R&D)과 해외진출에 방점을 찍었다. 그룹은 2000년대 초반 코스닥에 상장됐고, 성장을 거듭한 끝에 ‘1조 클럽’ 고지를 밟았다.

세계 1위
1조 클럽

최근 코스맥스그룹은 2세경영에 진입했다. 창업주 이 회장은 지난 3월20일, 대표이사직을 내려놨고 경영권은 두 아들에게 넘어갔다. 장남은 이병만 코스맥스 부사장, 차남은 이병주 코스맥스 경영지원본부 부사장이다. 두 형제는 그룹 핵심사 ‘코스맥스’와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를 각각 이끌게 됐다.

코스맥스그룹은 지난 2014년 3월 코스맥스비티아이를 분할했다. 신설된 코스맥스는 사업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코스맥스비티아이는 존속법인으로 지주회사가 됐다.

그룹은 두 회사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코스맥스는 14개 법인에, 코스맥스는 12개 법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형제는 앞으로 이 두 곳을 이끌며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코스맥스와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이사직서 물러났지만 등기임원직은 유지했다. 다각도서 2세경영을 조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장남 이병만 신임 코스맥스 대표이사는 1978년생으로 홍익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코스맥스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 대표는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경력 대부분을 중국서 쌓았다. 이 대표 입사 당시 그룹은 중국 진출을 꾀하고 있었다.

그룹은 중국 상해시 정부서 외국인 투자승인을 받아냈다. 공장은 2005년 4월 가동됐는데 국내 ODM 업계 중 최초였다.

이 대표는 회사 태스크포스(TF)서 ‘코스맥스차이나’ 설립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코스맥스 중국 법인서 물류·구매담당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중국 대학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기도 했다.

이경수 회장 대표이사 물러나
두 아들 지주·핵심사 대표로

이 대표는 2014년 코스맥스 마케팅본부 이사와 코스맥스차이나 상무로 승진했다. 이후 코스맥스 경영지원본부 상무를 지냈고, 이듬해 코스맥스경영지원본부 전무와 코스맥스차이나 전무로 올라섰다.

이 대표는 2016년 코스맥스비티아이 전무에 이어 2018년 코스맥스비티아이 부사장이됐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코스맥스 마케팅본부 부사장을 맡고 있었다.


차남 이병주 코스맥스비티아이 신임 대표이사는 ‘미국통’으로 여겨진다. 이 대표는 1979년생으로 미국 미시간대학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코스맥스 입사 시기는 지난 2008년이다. 대리로 입사한 이 대표는 그룹 건강기능식품 계열사 ‘코스맥스엔비티’서 미국 사업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2014년 코스맥스 경영지원본부 이사를 거쳐 2015년 코스맥스 경영지원본부 상무와 코스맥스 미국 상무를 맡았다.
 

▲ 이병만 코스맥스 신임 대표이사와 이병주 신임 대표이사

이 대표는 이듬해 코스맥스 경영지원본부 전무와 코스맥스엔비티 미국 법인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에는 코스맥스 엔비티 전무가, 2018년에는 코스맥스엔비티 미국 대표가 됐다.

지난해 6월 코스맥스엔비티 부사장을 맡다가 그해 10월부터 코스맥스미국 대표와 코스맥스 경영지원본부 부사장에 올랐다.

이 회장은 경영서 한 발짝 물러섰지만 지분 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코스맥스그룹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 최대주주는 이 회장(23.08%)이다. 부인 서성석 코스맥스비티아이 회장은 2대주주(20.62%)로 있다. 장남 이병만 대표는 3%, 차남 이병주 대표는 2.77%를 지분을 쥐고 있을 뿐이다.

오너 일가를 비롯해 특수관계자 지분을 포함하면 61.04%다. 사실상 회장 일가가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통
미국통

눈길이 가는 건 ‘믹스앤매치’와 ‘레시피’라는 회사다. 믹스앤매치와 레시피는 코스맥스 2세의 개인회사와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믹스앤매치 주주 구성은 단 두 명으로 장남 이병만 대표와 차남 이병주 대표다. 이들은 믹스앤매치 지분을 각각 80%, 20%를 소유하고 있다.

레시피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장남이 20%, 차남이 80% 지분을 가지고 있다. 두 회사는 사실상 ‘형제회사’와 다름없는데 두 회사 사업 영역도 대동소이하다. 믹스앤매치는 ‘화장품 개발, 주문 화장품 생산’을, 레시피는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개발·판매’를 영위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믹스앤매치 재무상황은 2013년부터다. 그해부터 2015년까지 믹스앤매치 매출액은 48억원, 50억원, 72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3년간 믹스앤매치는 특수관계자 거래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2016년부터 내부거래가 발생했다. 내부거래는 레시피 등 코스맥스그룹 관계기업과 이뤄졌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믹스앤매치 매출은 87억원, 132억원, 168억원, 198억원 등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내부거래 비중은 4.9%를 시작으로 10.8%, 27.7%로 늘었지만, 지난해 21.2%로 감소했다.

레시피서도 내부거래가 이뤄졌다. 거래 기업은 믹스앤매치다. 레시피는 상품 상당량을 믹스앤매치로부터 매입했는데 이는 원가 관리 차원인 것으로 해석된다.


전자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레시피 재무상황은 2015년부터다. 레시피는 그해부터 지난해까지 믹스앤매치로부터 93억원, 124억원, 293억원, 285억원, 226억원어치 상품을 매입했다. 같은 기간 레시피가 판매한 상품 원가서 75.3%, 91.5%, 98.9%, 71.4%, 93% 등을 차지한다.
 

▲ 코스맥스 본사

믹스앤매치와 레시피는 코스맥스그룹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믹스앤매치는 기존 1만주를 소유한 상황서 2017년 7월14일 시간외매매를 통해 7만8350주를 취득했다. 이어 그해 11월17일 20만4130주를 매수했다. 2018년 12월27일에는 장외매수로 24만3000주를 매수했다.

레시피는 지난 2017년 7월14일 코스맥스비티아이 주식 7만8350주를 매입했으며 그해 11월17일 20만4130주를 사들였다. 레시피는 2017년 11월29일 24만3000주를 매입했다.

형제회사
몇 군데?

믹스앤매치와 레시피는 각각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 5.58%(53만5480주), 52만5480주(5.47%)를 형성해둔 상태다. 두 형제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회사는 ‘쓰리애플즈코스메틱스’와 ‘코스맥스바이오’다. 두 회사는 코스맥스그룹 계열사다.

쓰리애플즈코스메틱스는 화장품 및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제조하는 업체다. 이들 형제는 쓰리애플즈코스메틱스서 각각 25%, 2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51%는 코스맥스서 소유한다.


쓰리애플즈코스메틱스는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코스맥스서 원료를 공급 받아 제품을 만들어 다시 코스맥스에 납품하는 구조다.

형제가 처음부터 지분을 보유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의 지분 보유 시기는 2013년부터다. 그해부터 2015년까지 쓰리애플즈코스메틱스는 그룹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이어갔다. 다만 규모는 크지 않았고 그마저도 줄어드는 추세였다. 같은 기간 28.7%(63억원/220억원), 21%(71억원/339억원), 11.1%(43억원/394억원) 등이다.

하지만 2016년부터 내부거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해 24.8%(111억원/447억원)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1.9%(191억원/456억원), 46.5%(216억원/465억원), 45.69%(229억원/502억원) 등으로 늘었다. 2013년 63억원에 불과했던 내부거래 매출액은 지난해 229억원으로 뛰었다.
 

▲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두 형제는 코스맥스바이오서 나란히 10.18% 지분을 갖고 있다. 코스맥스바이오는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데 실적 전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5년간 (2015~2019년) 코스맥스바이오 연결 기준 매출액은 648억원, 798억원, 897억원, 1168억원, 1532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2017년까지 51억원, 34억원, 44억원 등의 영업손실을 봤다. 2018년에는 56억원으로 ‘플러스’ 전환됐고, 지난해에는 26억원 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당기순손실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2억원, 36억원, 28억원, 26억원, 42억원이었다.

최근 코스맥스그룹은 코로나19 후폭풍을 맞았다. 마스크 소비가 대폭 늘어난 만큼 화장품 소비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룹 대규모 생산기지가 중국에 있어 화장품 원료 조달에 차질이 발생했다. 공장 가동률도 예전같지 않았다.

2세 경영 시작 지분 승계는 아직
코로나19로 만만치 않은 데뷔전 

다만 그룹은 손 소독제로 빈 구멍을 메우고 있다. 손 소독제 소비가 대폭 늘어난 만큼 이른바 ‘특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독제 관련 매출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확산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만큼 국내를 비롯한 해외서도 상당한 수요가 발생하는 추세다. 코스맥스 1분기 손 세정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0배 이상 증가했다. 세정제 매출 규모 역시 코스맥스 국내 전체 매출의 10%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맥스는 손 소독제 생산량을 끌어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코스맥스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코스맥스는 그해 초 손 세정제 시장에 진출했다가 때 아닌 특수를 맞기도 했다.

장남 이병만 대표가 이끌게 될 코스맥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1조3306억원을 달성했다. 직전년도 대비 5.6% 증가한 액수다. 영업이익은 3.1% 증가한 539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3% 하락한 183억원을 기록했다.
 

차남 이병주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코스맥스비티아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4683억원을 기록했다. 6.8% 증가한 수치다. 반면 직전년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손실로 돌아섰다. 코스맥스비티아이는 영업이익 241억원서 ‘-73억원’으로 주저앉았다. 125억원 당기순이익은 ‘-139억원’으로 추락했다.

이 회장은 대표이사직서 물러나기 전 세 가지 중점 추진 사항을 꼽았는데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고객사 글로벌 시장 진출 맞춤 지원’ ‘밸류 체인 구성원과 협력 강화’ ‘R&D·생산·영업 부문의 역량 강화’ 등이었다. 당시 그는 “지난 27년간 코스맥스는 ‘꿈은 오직 최고의 파트너’라는 목표를 가지고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제 우리가 변화의 중심에 서서 모두가 동조하는 뷰티 생태계를 만들자”고 강조한 바 있다.

코스맥스그룹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다만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경영 지휘
과제는?

삼성증권 박은경 애널리스트는 “2020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이전 추정치 대비 각각 1%, 29% 하향 조정한다”며 “코로나19 영향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로 확산되고, 정점을 1~3월서 4~6월로 가정했을 때 2020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4%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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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