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북선 경전철 시비 ‘서울시 VS 두양’ 2라운드

공익 팻말 꽂고 남의 땅따먹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동북선 경전철 사업이 소송전으로 장기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량기지 토지수용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토지주의 입장이 평행선이다. 차량기지 실시계획 승인 취소소송서 법원은 서울시의 사업 진행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토지주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는 재승인 고시로 맞섰다.
 

▲ 서울 동북부 경전철 기공식

지난해 925일 서울시는 11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2024년 개통을 목표로 하반기 동북선 경전철 사업을 착공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노원구·강북구·성북구·동대문구·성동구 등 서울 동북부 주요 지역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표류하는
대형사업

서울시는 같은 해 928일 노원구 공영주차장과 성북구 숭례초등학교서 2번으로 나눠 지역구민들과 기공식을 진행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정원오 성동구청장·이승로 성북구청장·박겸수 강북구청장·오승록 노원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박 시장은 동북선 경전철이 개통되면 서울 동북부 교통난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 노원구 중계동 일대의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의 성공적인 완공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양천구 목동서 동대문구 청량리까지 동서 25.72를 횡단하는 강북횡단선 도시철도까지 건설되면 동북선 경전철과 함께 서울시 강남·북 균형발전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기공식, 서류상의 착공(서울특별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과는 별개로 동북선 경전철 사업은 실제 땅 한 번 파보지 못했다는 데 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보낸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지하안전영향평가 협의내용 반영결과 통보서에는 동북선 경전철의 착공예정일이 차량기지 보상 완료일로 돼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도시철도국 도시철도사업부 동북선1과 관계자는 그 착공 예정일은 굴착사업을 시작하는 날이라며 기공식이나 서류상의 착공과 구분 지었다. 서울시 관계자 말대로라면 동북선 경전철 건설공사는 시작조차 못한 셈이다. 하지만 기공식 소식만으로 동북선 경전철 구간 주변의 집값은 호재를 만난 듯들썩였다.

차량기지 토지수용 두고 갈등
토지주와 소송전으로 이어져

동북선 경전철은 성동구 왕십리역을 기점으로 미아사거리역을 거쳐 노원구 상계역까지 잇는 구간이다. 본선, 정거장 16개소, 차량기지 1개소 등에 총 사업비 14361억원이 투입되는 대역사다. 예정된 공사기간만도 5년에 이른다. 2008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이 승인된 지 11년 만에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차량기지 토지수용 문제를 두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수용 대상 토지 소유주인 두양주택과 두양엔지니어링이 노원구 중계동 368번지 노원자동차운전전문학원 부지인 19448중 대로와 인접한 부분의 7182만 수용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선 것.

두양주택과 두양엔지니어링이 해당 부지에서 운영하던 노원자동차운전전문학원은 지난해 96일 폐업했다.
 

두양 관계자는 서울시는 차량기지 편입으로 맹지가 돼버린 잔여부지에 대한 수용이나 보상작업 없이 공사를 강행하려 한다”며 달걀노른자는 빼앗아 가면서 흰자는 알아서 하라는 식의 서울시 행태를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사기간 동안 잔여부지로 통하는 임시도로를 내주겠다는 서울시의 대책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의 토지수용 업무편람을 근거로 차량기지로 편입된 토지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무편람에 따르면 잔여부지가 편입면적의 25% 이하인 경우에만 전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차량기지 편입부지를 제외한 잔여부지는 전체 토지의 63%에 이르기 때문에 보상이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두양 측은 업무편람은 정식 법령이 아닌 사실상의 업무지침에 불과하다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토지보상법)을 내세웠다. 서울시는 토지보상법 74조에 따라 잔여부지를 전부 수용하든지, 동법 73조에 따라 가치가 하락한 잔여부지에 대한 보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량기지
토지 갈등

토지보상법 74조는 동일한 소유주에게 속하는 일단의 토지의 일부가 협의에 의해 매수되거나 수용됨으로 인해 잔여지를 종래의 목적에 사용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할 때 해당 토지 소유자는 사업시행자에게 잔여지를 매수해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토지보상법 73조에는 사업시행자는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는 일단의 토지의 일부가 취득되거나 사용됨으로 인해 잔여지의 가격이 감소하거나 그 밖의 손실이 있을 때 그 손실이나 공사비용을 보상해야 한다고 돼있다.

지역주민들도 서울시의 계획에 반발했다.

이모씨 등 노원구민 252명은 2018125일 서울시에 낸 주민의견서(탄원서)를 통해 노원자동차운전학원 부지에 서울시가 공고한 계획대로 불암산 힐링 단지 입구를 막아 차량기지와 관리동, 환풍구만 설치하고 나머지 잔여토지는 운전학원으로 남겨두면, 경전철 환기구 배기가스와 운전학원차량 소음, 매연 등에 시달리게 되고 불암산 힐링 단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돼 중계동 지역은 낙후지역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중계동 지역주민들은 지역 발전에 방해가 되는 차량기지만 설치하고 나머지 땅을 내버려두는 것은 결사적으로 반대한다차량기지 주변에 문화시설·학원·병의원·청소년 실내체육관·24시간 어린이 돌봄센터·어린이 실내놀이터 등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시설을 설치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 의정부 경전철

하지만 서울시는 20181227일 동북선 경전철 전체가 아닌 차량기지 부분만 떼서 실시계획 승인을 먼저 고시했다. 토지 소유주가 잔여부지에 대해 확대보상을 요구할 경우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있어 신속한 추진을 위해 차량기지 부분만 사업을 분할했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결국 두양 측은 지난해 3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실시계획(차량기지) 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118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서 토지 소유주의 손을 들어줬다.

차량기지만
꼼수 승인?

결정문에는 서울시가 동북선 차량기지 실시계획 승인 처분 당시 이행했어야 하는 절차인 자연재해대책법상 재해영향평가에 관한 협의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누락했다며 승인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적시됐다. 동북선 차량기지 사업 착공은 전체 동북선 도시철도 사업에 대한 실시계획 승인 이후에 가능한 만큼 집행정지 가처분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기공식부터 진행했던 서울시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지난해 1121일 차량기지 실시계획 승인을 취소했다. 앞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여운태 구의원은 지난해 829일 노원구의회 제253회 임시회 5분 발언서 동북선 경전철이 곧 착공될 것처럼 선전했지만 착공식 등에 대해서는 주민설명회서도 들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여 의원은 그러면서 서울시는 928일 착공식이 아니라 기공식을 한다고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얄팍한 술수를 쓰고 있다차량기지는 토지보상 문제로 소송 중이고 16개 정거장 또한 사유지 매입 문제에 얽혀 있는 등 동북선 경전철 사업 진행은 산 넘어 산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법원의 지적에 따라 누락된 절차를 보완한 후 지난 130일 차량기지 실시계획 재승인을 고시했다. 하지만 이 과정서 또 다시 절차상의 하자가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됐다.

두양 측은 서울시가 동북선 경전철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서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 172주무관청이 실시계획을 승인 또는 변경승인 하려는 경우에는 다른 법률에 적합한 지 미리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동북선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 과정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해 12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추진계획을 세워놓고도 실제 자문은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자문 추진계획에는 서울시 시설계획과서 민간투자법에 따라 의제처리해 결정하는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치도록 의견을 제시해, 동북선 도시계획시설(철도, 자동차정류장, 도로) 결정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쳐 실시계획 승인을 고시하고 의제처리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절차적 하자로 집행정지 망신
재승인 과정서도 문제 제기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도시철도국 도시철도계획부 경전철설계과 관계자는 자문을 진행하지 않았다면서도 “(자문을)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데, 적법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치지 않고도 재승인을 고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양 측은 서울시가 환경영향평가법 제302항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승인기관 장은 사업계획 등에 대해 승인하려면 협의내용이 사업 계획 등에 반영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동북선 경전철 사업의 경우 재승인 고시 이후에야 협의내용이 사업 계획에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한강유역환경청장(환경평가과장)에게 동북선 도시철도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반영결과 통보서를 보낸 시기는 지난 2일로, 재승인 고시를 한 130일보다 한 달가량 늦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를 언제까지 반영해야 하죠?”라고 묻고는 “32일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이 반영됐다고 통보한 날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이 언제 반영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모든 절차를 적법하고 적정하게 진행했다“(두양 측에서 소송을 제기한다면)재판 결과를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양 측은 차량기지 실시계획 재승인뿐만 아니라 본선 구간 실시계획 승인 고시에 대해서도 취소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자문과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의 사업계획 반영 등에서 차량기지나 본선 구간 모두 서울시가 절차대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2017년 적자 누적으로 파산한 의정부 경전철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정부 시민들은 경전철이 들어오면 집값이 오르고 도시가 발전할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투자했겠지만 결국 피해만 입었다동북선 경전철이 당장 호재로 보일지 몰라도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도 안 해도
애매한 해명

그러면서 대형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서 시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토지주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토지주나 시에서 전체 수용이나 가치 보상 등으로만 접근하는데, 부지의 도시계획을 변경해 토지 가치하락에 대해 간접적으로 보상하는 방법도 있다차량기지의 경우 현재 1종 주거지역인 부지를 3종 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는 식으로 새로운 방향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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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