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아 옛날이여∼’ 씨름의 전설을 만나다 -천하장사 출신 장지영

“이만기·강호동 이을 스타 나와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아이돌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대포’(망원렌즈를 장착한 DSLR)가 씨름판에 나타났다. 잘 생기고 몸 좋은 선수들을 보기 위해 젊은 여성팬들이 대거 몰렸다. 명절에만 반짝 관심을 받으며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던 씨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일요시사>가 왕년의 천하장사 장지영 전 인하대 씨름부 감독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해 물었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장지영 전 인하대 씨름 감독

지난해 뉴트로라는 새로운 소비트렌드가 등장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말로 옛것을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최근 씨름이 뉴트로 열풍을 타고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받은 이후 최근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으로 날개를 달았다.

암흑기

KBS N서 지난 201888일 업로드한 15회 학산배 전국장사 씨름대회-단체전 결승 김원진 vs. 황찬섭영상이 시발점이었다. 근육질 몸짱 선수들의 씨름대결은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영상이 퍼져나갔다. 이달 16일 기준 이 영상의 조회 수는 234만회를 상회하고 댓글은 16800개에 이른다.

지난해 1130일부터는 KBS2에서 씨름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을 방영하고 있다. 태백급(80), 금강급(90) 선수 16명이 출연해 씨름 대결을 펼친다. 지난 11일 기준 시청률은 2.5%로 다소 저조하지만, 한 언론사서 연말에 조사한 더 주목 받았어야 할 프로그램’ 1위로 꼽히는 등 잠재력이 상당하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목동의 한 카페서 3대 천하장사 출신 장지영 전 인하대 씨름부 감독을 만났다. 장 전 감독은 최근 씨름 인기가 다시 높아지는 현상을 두고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됐던 씨름이 2030대 젊은 층의 관심을 받는 모습에 한껏 고무된 기색이었다.


유튜브 영상 시작으로 부활 조짐
공중파에서 예능프로그램 제작

그는 일반적으로 씨름선수라고 하면 뚱뚱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태백급이나 금강급의 몸 좋고 잘생긴 선수들이 대거 방송에 등장하면서 팬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 같다또 힘 씨름이 아니라 기술, 전략 씨름이 주를 이뤄 박진감 넘치고 스피드한 경기를 보여준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본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19843월 장 전 감독이 천하장사에 등극할 무렵 씨름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1983년 제1회 천하장사 씨름대회 결승전 시청률은 무려 61%에 달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스웨덴전의 TV 시청률이 공중파 3사를 합쳐 40%였다. 씨름 중계 때문에 9시 뉴스가 미뤄지는 일이 일어날 정도였다.
 

▲ ▲장지영 전 인하대 씨름 감독

장 전 감독은 내가 천하장사에 등극했을 때 서울 장충체육관에 15000명의 관중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당시 천하장사라고 하면 위상이 굉장히 높았다. 식당서 음식값을 안 받기도 했고 택시를 타면 택시비를 내지 말라는 기사들도 많았다. 여느 종목 스타 못지않게 인기를 누렸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씨름 인기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장 전 감독은 “1980년대에는 선수들 체급이 지금보다 낮았다. 한라급(105) 체형의 선수들이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경기가 주를 이뤘다. 또 자기 지역 연고 선수에 대한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묘미였다면서 하지만 150에 육박하는 거구의 선수들이 힘으로만 밀어붙이면서 경기가 지루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의 씨름판은 과거에 비해 싱거운 면이 없지 않다. 옛날 씨름판에는 키 큰 선수, 뚱뚱한 선수, 뒤집기를 잘하는 선수, 털보 선수 등 선수 개개인의 개성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 선수들은 캐릭터 등 개성 있는 선수가 드물다. 예전 선수들이 얼굴 생김새나 신체구조에 따라 자신만의 기술로 경기를 운영한 것에 반해 지금은 기술이 거의 비슷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프로야구, 프로축구의 등장으로 인기 경쟁서 밀린 씨름은 농구와 배구까지 프로화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그러다 IMF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프로씨름은 붕괴 수준에 이른다. 이만기, 이봉걸, 이준희, 강호동, 최홍만 등 스타계보는 끊겼고 설상가상으로 씨름계는 내홍에 휩싸였다. 유명 선수들은 격투기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지난해 9월부터 불기 시작한 부활의 바람은 오랜 암흑기 끝에 찾아온 기회인 셈이다. 장 전 감독은 현 상황이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씨름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큰 인기는 아니어도 팬과 시청자들에게 은은하게 파고들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의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프라 부족 , 대형 선수 부재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게 노력”

그러면서 인프라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씨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씨름만을 위한 상설경기장이 필요하다. 택견이나 국악 같은 전통문화 관련 전수관은 있는데 씨름 전용체육관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은 경기가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 잘 모른다. 프로축구나 프로야구처럼 경기 일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씨름이 단순히 힘으로 하는 경기가 아니라 머리를 쓰는 전략싸움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또 관계자들은 최근 공중파서 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처럼 씨름 경기가 꾸준히 방송에 중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팬서비스를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전 감독은 씨름판에 스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천하장사에 등극한 선수의 이름도 모를 만큼 관심과 인지도가 떨어져 있는 현 씨름판서, 팬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대형 선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 전 감독은 당연한 말이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가 있어야 경기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선수로, 인하대 감독으로, 해설자로 한 평생 씨름과 부대끼며 살아온 장 전 감독은 앞으로는 씨름 발전을 위해 뒤에서 노력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그는 2017년 인하대 감독을 끝으로 씨름계에선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씨름이 전성기 때 인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많이 애청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날갯짓

198438일 인하대 소속으로 3대 천하장사에 등극한 장 전 감독은 샅바싸움의 명수’ ‘여우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샅바싸움을 둘러싸고 비판과 응원이 공존하는 선수기도 하다. 1999년 인하대 감독으로 취임한 그는 17번의 단체전 우승, 200번 이상의 개인전 우승 등 인하대 씨름부를 씨름 명문으로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17년 인하대 감독직서 물러나 현재는 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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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