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대기업-중소기업 표절 시비

일단 베끼고 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거나 도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업종을 가리지도 않는다. 비교적 베끼기 쉬운 제조업 분야뿐만 아니라 최근 유행하는 게임, P2P업계서도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의 도용은 비단 하루 이틀만의 일은 아니다. 2015년 이랜드의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폴더가 중소업체 제품 디자인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스카프·머플러 브랜드 레이버데이는 입장자료를 내고 이랜드의 신발·액세서리 브랜드 폴더가 레이버데이의 목도리 디자인을 도용해 제품을 생산·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비슷?

레이버데이는 “이랜드가 길이와 배색까지 그대로 도용해 만든 제품을 반값에 판매함으로써 레이버데이의 브랜드 가치에 큰 손해를 입힌 데다 공식적인 사과 요청에 응하지 않고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는 해당 목도리가 매우 흔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도용 여부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시 이랜드 관계자는 “두 줄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목도리는 매우 흔한 디자인”이라며 “상품기획자가 디자인을 해 생산공장에 제안하면 공장서 원사 등을 추천하는데, 겨울 제품은 활용할 수 있는 색깔과 실의 종류가 제한적이어서 비슷한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에는 추억의 보드게임 ‘부루마블’이 무단도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982년 원작 부루마블을 출시한 씨앗사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아이피플스가 넷마블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아이피플스가 2008년 내놓은 모바일판 부루마블을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2013년 출시)이 상당 부분 따라했다는 것이다.

당시 아이피플스 관계자는 “소송 제기에 늦은 감이 있지만 출시 당시엔 회사 규모가 작아 내부 사정상 대기업 게임회사를 상대로 싸운다는 부담이 있었다”며 “곧 부루마블 새로운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고 그동안 업계의 저작권 관련 승소 판례가 발생함에 따라 이번에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넷마블 측은 “해외서 오랜 기간 유사한 형태의 게임이 존재했고 당사의 경우 16년간 퀴즈마블, 리치마블, 모두의 마블 등 동일한 게임성 게임들을 서비스해온 상황서 갑작스런 소송 제기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당시 이 논란에 대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 빼앗기의 전형”이라는 비판과 “부루마블 역시 미국 유명 보드게임 ‘모노폴리’와 유사하고 이미 보편화된 해당 게임 유형에 대해 베끼기 논란은 부적절하다”는 시선이 엇갈렸다.

디자인 도용 논란?
P2P 업계 등 수두룩

지난해 10월 P2P 금융시장에 진출한 나이스그룹은 소송 위기에 몰렸다. 협력 스타트업이 나이스그룹의 P2P 계열사에 적용된 여신평가모델에 대해 특허침해 주장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나이스abc가 도입한 여신평가모델인 전자어음할인 서비스가 한국어음중개의 서비스를 모방해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한국어음중개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나이스그룹의 또 다른 자회사인 나이스평가정보와 여신평가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서 나이스그룹이 한국어음중개와 함께 개발한 여신평가모델을 동의 없이 갖다 썼다고 주장했다.  

한국어음중개 관계자는 “계약관계인 기업이 동일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아이디어 탈취와 특허침해 문제가 발생했다”며 “현재 나이스그룹 측에 문제 제기를 했고 협의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나이스그룹 관계자는 “한국어음중개가 서비스를 시작한 2015년 전부터 이미 해당 사업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이 시점서 특허분쟁과 관련해 문제될 게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제조업 분야에서는 협력관계에 있는 대기업과 하청업체가 특허분쟁을 벌인 사례는 많지만 핀테크 중심의 P2P 업계의 특허분쟁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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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유사 사건들이 계속 발생되자 특허청은 대책을 내놨다. 그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탈취당하는 사례가 많았음에도 특허출원을 하지 않았거나 엄격한 특허요건을 일부 갖추지 못한 경우 또는 비밀로 관리되지 못한 아이디어는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이하 부경법)에서는 사업제안, 입찰, 공모전 등 신의성실의 의무가 존재하는 거래 과정서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해 사용하게 하는 것을 부정경쟁행위 유형에 추가했다. 

판박이?

전문가들은 특허청이 전문성을 활용해 적극적인 행정조사와 시정권고 발동을 통해 상대방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는 아이디어·기술 탈취 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재산보호협력국의 관계자는 “이번 개정 부경법의 아이디어 보호제도는 중소기업 아이디어·기술 탈취에 대해 가장 강력한 보호 수단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신고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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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