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24)유배

허봉의 성정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스승 이달의 모습을 그리고 있을 즈음에 팔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작 데려오라고 한 언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허균의 시선이 팔봉의 얼굴 그리고 그 뒤를 유심히 살폈다.

“왜, 너 혼자 오는 게냐.”

“혹 떼러갔다가 혹 붙이고 오고 말았습지요.”


“뭐라고!”

혹 떼러 갔다가

“마님께서 급히 도련님을 모셔 오라고 하시던데요.”

“어머니께서.”

“어머니뿐만이 아니라 큰서방님도 함께요.”

“큰형님이 오셨다는 말이냐?”

“그렇다니까요.”


큰형 허성은 비록 배다른 형이지만 자신의 동생들을 애지중지했다.

과거급제가 늦어 최근에야 별시문과 병과로 급제해서 검열의 직위에 있었다.

둘째 형인 허봉보다 한참 늦은 출세였다. 

“큰형님이 지금 어인 일이란 말이냐.”

“그건 도련님이 가서 알아보셔야지요.”

허균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시간에 허성의 출현도 그러려니와 허성이 자신에 앞서 어머니를 찾은 일은 의외였다.

비록 허성에게도 어머니였지만 친어머니가 아니었던 관계로 항상 허균과 함께 만나고는 했었다.

허균이 내당으로 들었을 때 어머니와 큰형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해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 모습에 미처 인사도 건네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균아, 이리로 앉거라.”

허성의 목소리가 조금은 떨리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가만히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머니의 눈가에 이슬이 고여 있었다.

그를 의식한 어머니께서 고개를 돌리면서 소매로 눈물을 훔쳐냈다.

균의 머릿속에 급격하게 누나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혹여 누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이었다.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항상 누나의 얼굴에 허균의 마음이 사로잡혀 있었다.


애처로운 누나의 환영, 차라리 어머니보다는 누나에 대한 절절함이 더욱 컸었다.

“균에게 말해주도록 해요.”

어머니는 비록 허성이 아들의 신분이었지만 함부로 하대의 표현을 하지 않았다.

“균아, 이야기 잘 듣거라.”

기어이 누나에게 일이 발생한 모양이었다. 그것도 작은 일이 아닌 큰일이 말이다.

균의 가슴이 철렁거렸다.

“너의 형이 말이다.”

형, 그럼 누나의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다시 출렁거렸다.

누나 일이 아닌데 대한 안도감과 누나만큼 좋아하는 형의 일이었으니 말이다.

“형님이 왜요!”

지금 허봉은 창원에 부사로 내려가 있었다.

그 형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이었다.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바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었다.

지방에 내려가셨다가 집에 당도하시기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환영이었다.  

“너의 형이 한양으로 압송되고 있다 하는구나.”

“네!”

이율곡 탄핵하려던 허봉…오히려 역탄핵?
허균·이달 걱정하는 허봉의 불같은 성정

아버지와는 다른 경우였다.

아버지는 병을 얻어 돌아오시다 봉변당했는데 허봉의 경우는 압송을 당한다고 했다.

“너의 형이 이율곡 대감을 탄핵했고 그게 일이 잘못되어 결국 한양으로 지금 압송당하고 있다고 하는구나.”

순간 스승 이달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와 형은 소위 동인으로, 이율곡은 서인으로서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형이 곤경에 처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탄핵한 사람이 탄핵을 당했다고요!”

균이 생각할 때 이상한 경우였다.

이율곡이 잘못해서 탄핵을 건의 했으면 탄핵을 당한 당사자가 탄핵을 당해야 옳은 일이건만 오히려 탄핵을 건의한 형이 탄핵당해 압송되고 있으니 말이다.

“자세한 사항은 차차 알게 될 터이니 무릇 몸가짐과 말을 조심하도록 하거라.”

허성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 분위기로 보아 더 이상 일에 대한 채근을 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급하게 머리를 회전했다.

그 자리에서 답답하게 앉아있느니 차라리 스승 이달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볼 일이었다.

허균이 공손하게 알았노라 답변하고 내당을 빠져나와 팔봉을 앞세우고 바로 저잣거리로 나섰다.

빨리 스승 이달을 만나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천민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서둘러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저만치 앞에서 균의 발걸음만큼 바쁜 걸음으로 자신을 향해 오고 있는 이달을 발견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 순간 걸음이 멈추어졌다.

지금 이달의 경우도 저와 같은 이유로 저를 찾아오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챈 때문이었다.

허균에게 다가선 이달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쉬지 않고 달려온 모양이었다.

“소식은 들었겠지!”

“그래서 지금 스승님께 가던 길이었습니다만.”

이달이 잠시 호흡을 고르고는 균의 손을 잡고 집으로 이끌었다.

균의 방으로 들어서자 급히 팔봉이 냉수를 떠왔고 조심스럽게 이달에게 권했다.

“스승님, 어찌 된 일인지요!”

마치 그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듯이 급하게 물었다.

“이율곡과 가까운 성혼이 일을 벌인 모양이야.”

“성혼이라니오?”

다시 한 번 숨을 고른 이달의 입에서 일의 자초지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김효원으로 대표되는 동인과 심의겸으로 대표되는 서인 간에 급격한 대립 양상을 보이자 이율곡과 노사신이 임금인 선조에게 건의하여 두 사람을 외지로 내보냈다.

김효원은 함경도 부령의 부사로 그리고 심의겸은 개성 유수로 임명하여 둘을 갈라놓았다.

당쟁의 핵심들을 떨어뜨려 그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이율곡의 경우는 정철 등 가까운 친구들이 서인 측에 많이 포진되어 있어 동인들의 의혹의 눈초리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이율곡이 병약해서 누워있는데 임금이 입궐을 명한 일이 있었다.

입궐하던 이율곡에게 갑자기 현기증 현상이 발생하여 입궐하지 않은 일을 두고 임금을 무시한 처사라고 동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동인들이 이율곡을 탄핵하라고 강력하게 치고 나갔다.

그러나 선조 임금은 그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한편 이율곡은 자신의 죄를 정죄하여 처벌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도 선조의 이율곡에 대한 총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를 틈타 이율곡의 가까운 친구인 성혼이 나서서 이율곡을 공격하는 무리들을 탄핵해줄 것을 요청하자 그에 임금이 이율곡이 아닌 허봉 등의 동인을 탄핵하기에 이르렀다.  

“스승님, 그러면 형님은 어찌 처리되는지요.”

이달이 호흡이 정리되었음에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역죄가 아닌 만큼 커다란 벌이야 받겠냐마는…….”

“그런데요!”

이달이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너의 형이야 유배 정도에서 머물겠지만 정작 문제는 너의 형의 성정 아니겠니.”

“형님의 성정이요!”

“자신이 불의라고 생각하는 일에는 목을 내놓고 거부하는 너의 형의 성정으로 보아 이 일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을 듯하구나.”

가만히 형을 그려보았다.

허봉의 성정

“그렇다면!”

“유배와는 별도로 작금의 상황에 대해 너의 형이 차후에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것이 걱정이로구나.”

형이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형은 아마도 작금의 일을 결코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고 허균도 생각하고 있었다.

형의 모습을 그리며 이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 위에 언년의 모습이 교차하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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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