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대보증 덫’에 걸린 중소기업 미스터리

갑자기 날아온 12억 청구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남의 보증을 서면 고생하지만 보증을 꺼리면 안전하다’는 말이 있다. ‘지혜의 왕’으로 알려진 솔로몬이 상당수 직접 쓰거나 편집한 잠언에 나오는 구절이다. 기원전에도 보증에 대한 경고가 있었던 셈이다. 특히 연대보증은 ‘가정 파탄의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위험수위가 높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대보증은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기관서 돈을 빌릴 때 원래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대신 갚을 제3자를 미리 정해놓는 제도다. 채무자가 약속된 대출 만기일에 빚을 갚지 않거나 혹은 갚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연대보증인은 원래 채무자와 동일한 지급의무를 갖게 된다. 채무자가 없어지면 빚은 고스란히 연대보증인의 몫이 되는 셈이다.

보증 섰다
패가망신

가족이나 지인의 보증을 서줬다가 빚을 떠안게 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건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지난 2017년 울산의 한 공장서 근무하던 청년이 투병하는 친구 가족을 위해 보증을 섰다가 수천만원의 빚을 이어받게 됐다. 청년은 어머니 치료비를 위해 은행서 대출을 받으려는 친구의 보증을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구 어머니는 끝내 사망했고 친구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6000만원의 빚은 온전히 청년의 몫이 됐다. 모아놓은 돈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일부 갚긴 했지만 남은 빚을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인터넷 사이트서 알게 된 20대 여성과 함께 세상을 등졌다.

정부는 연대보증 제도의 사회적 폐해를 우려, 제도를 폐지해 나가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장관은 지난해 5월 정부기관과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 정책금융 유관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지원위원회서 연대보증 폐지를 금융계 전체로 확산하기 위해 금융업계의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력에 관계없이 정책금융기관의 신규 대출·보증에 대한 연대보증은 2018년 전면 폐지됐다. 중기부는 기본 대출·보증 입보를 단계적으로 없앴고, 기존 대출 보증의 연대보증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박 장관이 민간금융서 연대보증 폐지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한 것.

연대보증 제도 폐지 움직임 많아
일부 공제조합 여전히 제도 고수

지난해 11일 기준으로 대부업체의 개인대출도 연대보증이 폐지됐다. 201810월 금융위원회는 신규 취급하는 개인과 개인사업자 대출 계약에 원칙적으로 연대보증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20183월말 기준으로 자산 5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 69개사의 연대보증 대출 잔액은 8313억원, 119000건에 이르렀다.

산업 분야별 공제조합도 연대보증 제도를 없애는 추세다. 공제조합은 동일 직업 또는 동일 직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가입, 상부상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공제조합은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를 적립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사용해 곤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그간 조합의 연대보증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계속 지적해왔다. 주요 조합들은 정부의 지적에 공감, 최근 몇 년 새 연대보증 제도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분위기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2016년 개인 연대보증 제도를 폐지했고, 전문건설공제조합은 2017년 연대보증인 면제 대상을 확대했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지난해 7월에는 소프트웨어공제조합(이하 SW공제조합)이 연대보증 제도를 20년 만에 폐지했다. SW공제조합은 사업에 수반되는 입찰, 계약, 하자보수, 선급금 등 보증이 필요한 경우 보증서를 발급했다. SW공제조합으로부터 보증서를 받기 위해서는 법인등기부등본, 법인인감증명서 외에 연대보증인의 개인인감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사회적 흐름과 반대로 일부 공제조합에는 여전히 연대보증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실제 몇몇 중소기업들은 연대보증의 덫에 걸려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보통신공제조합(이하 통신공제조합)에 소속된 통신업체 A·B·C사 등 세 회사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했다.


“돈 갚아”
청천벽력

A건설이 ‘S사의 계약 및 선금반환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보증금과 선급금 지급 보증금을 통신공제조합에 청구해온 것이다. 당시 S사와 A·B·C사 등 세 업체는 연대보증을 맺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통신공제조합은 A건설이 청구한 보증금을 지급할 예정이고, 이후 A·B·C사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통신공제조합에 소속된 개인사업자는 특정 기간에 한 번씩 보증약정을 갱신한다. 보증약정을 갱신하지 않으면 통신공제조합으로부터 보증서를 발급 받을 수 없다. 이때 연대보증인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통신공제조합 조합원들은 공사를 따기 위해 서로 연대보증을 맺는다.

실제 A사와 S사도 10여년에 걸친 연대보증 관계였다. 서로 연대보증을 맺는 일이 통신업계에선 워낙 흔한 일이었고, A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을 하는 동안 단 한 번의 사고(연대보증 문제)도 없었다. 그래서 보증약정 갱신 시에만 한 번씩 상기할 뿐 연대보증 관계를 맺은 것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낸다고 했다.

그러던 중 대형사고가 터졌다. S사는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2년여에 걸쳐 A건설과 6건의 통신공사 계약을 진행했다. A·B·C사 등 세 업체는 선급금 보증과 소사원시 복선전철 민간투자시설사업 제3공구 통신공사 소사원시 복선전철 민간투자시설사업 제4공구 통신공사 소사원시 복선전철 석수골 정거장 통신공사 등 총 7건을 나눠 선급금·공사보증을 선 상태였다.

계약금액은 약 113억원, 보증금액은 선급금 7억원을 포함해 약 183000만원이었다.

문제는 S사가 20171127~29일 A건설에 공사포기 각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당시 S사는 당사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더 이상 공사를 수행할 수 없다잔여공사 일체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A건설에 전했다. A건설은 같은 달 30S사가 계약의무이행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 하도급 계약서와 특수조건 등의 조항을 들어 계약을 해지했다.

상황 끝나고
2년 지나서…

A건설과 S사가 맺은 계약의 특수조건 7(계약해제·해지)에 따르면 갑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공사의 정지기간이 전체 공사 기간의 50/100이상인 경우 갑이 지급키로 한 지급재료의 공급이 지연돼 공사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 을이 정당한 이유 없이 특수조건 5(계약이행보증금의 납부)를 위반한 경우 을이 노무비·자재비·중기비·식대 등을 2회 이상 체불한 경우 계약을 전부 또는 일부 해지할 수 있다.

이때 일반조건(하도급계약서) 25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있다.

A건설은 이 조항들을 근거로 S사에 보증서를 발급한 통신공제조합에 지난해 7월 보증금을 청구했다. 통신공제조합에 따르면 A건설이 청구한 보증금액은 약 12억원이다. 보증건수에 따라 12억원의 보증금은 A·B·C사 등 세 업체서 약 6억원, 4억원, 1억원씩 각각 떠안게 됐다.
 

▲ 정보통신공제조합

일부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B사 관계자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갑자기 돈을 갚으라는 문서가 날아왔다“(지난해) 9월 전까지는 S사나 A건설의 사정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항변했다. 이어 통신공제조합도 업체 측에 자초지종을 말해주지 않았다통신공제조합도 A건설이 보증금을 청구한 시점(지난해 7)에야 안 것 같다고 주장했다.

통신공제조합서 발급하는 보증서 계약·차액·손해배상 보증약관에 따르면 보증채권자는 보증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를 지체 없이 조합에 알리도록 돼있다. A건설이 S사와 계약을 해지했을 때 통신공제조합에 이를 알렸어야 한다는 뜻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통신공제조합으로부터도 S사의 사정을 미리 전달 받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포기는 2017년 했는데…
상황 전달은 2019년 9월에야

B사 관계자는 만약 S사가 공사를 포기하는 시점에 사정을 알았다면 공사보증을 선 업체들이 잔여공사를 마감하는 등의 대안을 강구했을 것이라며 “S사가 공사를 포기하고, 잔여공사까지 다 끝난 시점에야 보증금을 청구하면 연대보증 업체들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A건설서 통신공제조합에 청구한 보증금 액수가 과하다고 주장했다. B사 관계자에 따르면 A건설은 S사와 맺은 계약의 특수조건 8(위약금)를 근거로 약 12억원의 보증금을 통신공제조합에 청구했다.

8조는 갑과 을은 각각의 귀책사유로 일반조건 제25조 제1항 및 특수조건 제7조 제1항에 의거 계약이 해제·해지된 경우 상대방에게 계약금액의 10%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문제를 제기한 업체 관계자들은 “A건설은 기성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계약금 전체에 대한 보증금을 청구했다“S사는 공사를 어느 정도 진행하고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A건설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것.

이들은 배상청구가 진행되더라도 기성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성금은 건설과정서 공사 중간에 공사가 이뤄진 만큼 계산해주는 돈을 말한다. 그러면서 “201711월말 경 S사가 A건설에 공사포기 각서를 낸 시점의 기성율은 74.3%”라며 “107억원의 계약금 중 80억원이 이미 기성금의 형태로 S사에 지불됐다고 주장했다.

사정 얘기해도
“법대로 하라”

통신공제조합은 A건설이 청구한 보증금을 이미 지급한 상태다. 연대보증 업체들은 통신공제조합이 제기한 구상권 청구에 따라 5(60개월)에 걸쳐 돈을 갚아야 한다. 이들은 돈을 아예 갚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기성금 등을 고려해 금액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통신공제조합에 얘기했고, A건설에도 찾아가 사정을 해봤지만 법대로 하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통신공제조합 측은 “A건설이 청구한 보증금을 지급했다면서도 연대보증 업체 관련 얘기는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A건설 측 입장 들어보니…

-에스엔아이가 공사를 포기한 시점은 201711월 말이고, A건설이 정보통신공제조합을 상대로 보증금을 청구한 것은 20197월로 약 18개월의 시차가 나는데.

관련법(건설산업기본법 제674)에 따라 보증기간 만료일로부터 2년 이내 보증금을 청구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A건설이 정보통신공제조합에 청구한 보증금의 액수는 약 12억원인데, 이 금액이 산출된 근거는 무엇인가? 에스엔아이가 공사를 포기하는 시점에 지급된 기성금이 전체 공사금액의 70%가 넘는다는 주장이 있다. 공사의 남은 부분에 대해 보증금을 청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인데...

관련법(건설산업기본법 342 1)에 따라 하도급계약시 계약금액의 10% 해당하는 금액을 보증하는 계약이행보증서를 징구했다. 에스엔아이의 귀책(공사포기)에 따라 하도급계약을 해지했으며, 계약불이행으로 인해 보증사고가 발생해 내부절차에 따라 보증금을 청구했다.

정보통신공제조합에서는 보증약관에 명시된 주계약 또는 관련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증금을 지급한 사항이다.

-A건설과 에스엔아이가 맺은 건설공사 하도급계약서이외에 특수조건이라고 또 다른 조항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도급 계약서는 공식문서로 볼 수 있는 표식이 군데군데 있는 데 반해 특수조건은 그와 스타일이 다른 것으로 보이는데.

특수조건은 하도급계약서에 따라 특약으로 정한 사항으로 하도급계약서에 포함된 문서다.

-에스엔아이가 공사포기 각서를 제출한 이후, 잔여공사를 어떻게 진행됐는지

에스엔아이의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공사 수행이 불가해 공사포기 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에스엔아이의 공사 포기 이후 내부절차에 따라 현장별로 직영 또는 다른 협력회사를 선정해 공사를 진행했다.

-정보통신공제조합에 에스엔아이의 공사포기 내용이 전달됐는지

보증금 청구 시 정보통신공제조합에 공사포기각서 사본을 제출했다.

 

<기사 속 기사> S사는 지금

A건설과 6건의 통신공사 계약을 맺었던 S사는 공사포기 각서를 제출한 이후 소식을 알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사 사장 정모씨 역시 개인 연대보증을 선 상태다.

일반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때 사업자의 대표가 개인 연대보증을 선다.

연대보증 업체들은 S사 관계자를 백방으로 찾고 있는 상황이다.

S사의 대표 정씨는 20122013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을 지낸 정창영씨의 동생이다.

정창영씨는 2016년부터 모 통신업체 대표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