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송구영신 특집> ‘대박 기원’ 별의별 점괘 세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30 11:15:20
  • 호수 1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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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 나올 때까지 ‘점집 투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내년엔 잘 풀릴까?” 2020년 신년을 맞아 다양한 방법으로 점괘를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건강운, 직업운, 연애운 등이 궁금한 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내년 운세를 점치고 싶어 한다. 사주풀이, 타로카드 등 다양한 점괘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점괘 방식은 바로 ‘사주팔자’ 풀이다. 사주팔자란 ‘사주’는 인간의 운명을 지탱하는 네 가지 기둥을 뜻한다. 태어난 연(年), 월(月), 일(日), 시(時)를 가리킨다. 

사주팔자
동양철학

사주는 한자로 ‘四柱’라 적는데, 그 뜻인즉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의미하며, 팔자를 한자로 ‘八字’라 쓰는데, 팔자는 말 그대로 여덟 글자라는 뜻이다. 이 여덟 글자는 해에만 국한돼있는 것이 아니라 연월일시와도 연관돼있다. 

만약 1958년 9월17일 묘시(아침 5∼7시 사이)에 태어난 해는 ‘무술’, 월은 ‘경신’, 일은 ‘신해’, 시는 ‘을묘’라고 가정한다면 태어난 연월일시에 각각 ‘갑자’ 두 글자 씩을 붙여 여덟 글자가 되는데 이를 ‘팔자’라고 한다.

‘팔자가 좋다’ ‘팔자가 사납다’는 말 역시 이에 근거한다. 사람이 태어날 때 사주에 각각 붙는 ‘갑자’는 음양오행학에 근거하는데 자연의 ‘기’를 올곧게 받고 나면 팔자가 좋고, 거꾸로 자연의 기를 잘못 받고 나면 팔자가 사납다. 점쟁이들은 대부분 이런 사주팔자의 논리에 근거해 운세점을 본다.


사주팔자를 분석하는 것은 수년 전부터 동양철학을 기본으로 인간 삶의 흐름을 반영해 통계를 토대로 발전시켜왔으며, 현재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현대의 말로 풀이하면 ‘통계학적 전통 동양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변화가 심하고 예측이 불가하지만 가늠할 수 있고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많은 사람이 사주팔자를 찾는다. 

문제는 사람마다 사주를 풀이하는 베이스를 놓는 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사주 명리학자나 무속인들이 마치 예언자처럼 말하며 사람의 미래를 꿰뚫고 있는 듯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사실을 함부로 예측해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상담을 받은 사람들은 자기 사주에 관해 두려움을 갖거나 자괴감, 또는 의욕상실에 빠질 수도 있다. 반대로 좋은 말을 들은 이들은 자기의 사주팔자가 좋다 보니 현재의 노력보다 덜하게 되며 게을러질 수도 있다.

통계학적 전통의 동양철학
점집 상담 종류별로 달라

이욱재 대간작명철학관 원장은 “사주팔자 여덟 글자를 풀어보면, 몇십만 개의 조합이 나온다. 그 안에 웬만한 사람의 성향이나 성품은 다 들어 있기 때문에, 사주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작명의 시작인 동시에 완성이다. 사주에 맞는 최고의 기운을 갖고 이름을 짓는다면 무엇을 하든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름에 관한 조언 외에도 사주에 나온 약점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개인에게 맞는 음식, 숫자, 색깔, 본인과 맞는 시간대 등 생활 전반에 관해 많은 조언을 해준다”며 “제가 사람들에게 작명 외에도 상세하게 생활 속 조언을 해주는 것은 마인드를 바꾸라는 뜻”이라며 “자기에 맞는 좋은 습관을 들이면 그때부터 한 사람의 길이 바뀌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튜브서 사주팔자에 대한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무수히 많은 영상들이 나온다. 사주팔자 보는 법, 연예인 사주풀이 등 다양한 콘텐츠로 유튜브 시청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카페, 블로그 등에서도 무료로 사주를 봐주겠다며 이메일이나 댓글로 태어난 연월일시 등을 보내달라는 게시글도 왕왕 보인다. 

지하철역사 내 지하도에 테이블을 설치한 뒤 무료로 사주를 봐주겠다며 호객행위를 하거나 도심 번화가서 커플들을 대상으로 연애운을 위주로 사주풀이가 성행 중이다. 고민이 많은 대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신년을 앞두고 운세를 점치기 위해 용한 점집, 유명한 점집이나 무속인을 찾는다.


신점이란 신이 점쳐주는 것을 의미한다. 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전해주는 것을 뜻한다. 신점 잘 보는 곳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무작정 시작하는 상담으로 점사가 술술 나올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렇기 때문에 전화상담이나 대면상담의 경우에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점사가 나와야 한다. 상담시간이 너무 짧은 곳은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신년 운세
재미로만?

전화상담은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고 점사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비밀이 보장되며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상담이 가능하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제3자에게 전화번호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상담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대면상담의 장점은 직접 대면해 이뤄지기 때문에 좀 더 심층적인 상담이 가능하며 직접 두 눈으로 보기 때문에 점사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또 유선상의 소통이 아닌 대면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상담받는 사람이 조금 더 마음을 열 수 있다. 단점은 시간을 내어 직접 상담을 받아야 하며 타인의 눈에 띌 수 있다.

신점을 보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무당이 접신 상태로 내담자의 점솨를 봐주는 방식이다. 

접신없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도 있다. “이 양반은 화가 나면 끝까지 해보자 하는 게 문제다. 성질만 죽이고 살면 괜찮은데...”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생각이 많으니 고민이 많아지지. 일단 한 번 해봐” 등 내담자에게 구체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한다. 내담자의 아쉬운 부분을 거침 없이 말하는 게 특징이다. 

젊은이들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흥미로운 카드를 이용하는 방식인 ‘타로’를 선호하기도 한다. 타로 카페가 늘어나면서 2030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번화가에 천막을 치고 타로를 봐주는 곳도 있다. 타로카드는 18세기 이후 점술도구로 자주 쓰이게 된 카드의 일종으로 메이저 아르카나 22장(또는 트럼프 21장과 조커 1장), 마이너 아르카나(또는 네 수트 카드) 56장, 총 78장으로 이뤄져 있다.

타로를 보는 공간이 ‘타로 카페’로 불리고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은 대중들에게 이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일부 타로 카페는 일반 카페처럼 은은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음료를 판매하기도 하며 실제 타로를 보지 않더라도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대중적 활용법 덕분에 타로 카페는 하나의 데이트 코스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나의 
놀이문화로

이렇듯 현대의 흐름에 발맞춰 타로는 본래 점술로서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하나의 놀이문화로도 다양한 변모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서 타로 영상을 제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편하게 타로를 접하고 감상할 수도 있고 ‘전화 타로’ 같은 서비스도 개발돼 바쁜 현대인에게 더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타로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타로를 통한 상담 자체가 사람들에게 하나의 유희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일종의 취미로 즐기는 추세다. 타로카드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관상을 많이 보기도 했다. 관상이란 사람의 생김새와 얼굴을 보고 운명·성격·수명 등을 알아보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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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때는 관리의 선발 기준을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 정하고, 가장 먼저 풍채와 용모를 봤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관상을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신라시대 때 국내에 들어온 관상은 조선시대 들어 유행하며 ‘관상학’으로 발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각국 지도자의 성향을 분석하는 데 얼굴 생김새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로 따지자면 관상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미세표정 분석 기술을 결합했다고 보면 된다. 역학과 명리학에 기반을 둔 사주 역시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얼굴형이 좋은 관상에 해당할까. 관상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목구비다. 코는 재물운을 담당하고, 눈은 재물운 중에서도 특히 부동산운을 담당한다. 입은 명예운과 인간관계를 알려준다. 이마도 중요하다. 오른쪽 눈썹의 위를 ‘일각’이라 해 아버지의 운을 나타내고, 왼쪽 눈썹 위를 ‘월각’이라 해 어머니의 운을 나타낸다. 양 눈썹 위가 홍색 황색을 띠고 선명하면 부모가 건강하고 장수한다.

타로카페, 이젠 데이트 코스
최고 관상 세종대왕·김태희 

이런 조건을 골고루 갖춘 얼굴은 과연 누구일까. 관상가들은 남자는 세종대왕, 여자는 배우 김태희의 관상이 최고로 꼽고 있다. 1만원 지폐에 등장하는 세종대왕의 초화는 약간 긴 동(同)자형 얼굴로 이마:눈·코:입·위턱·아래턱의 비율이 1:1:1로 황금비율로 알려져 있다.

직업운과 부모운을 나타내는 이마가 두툼하고 넓어 제왕의 상이라 할 수 있다. 눈은 가로로 살짝 가는 듯 긴데, 이런 눈을 봉황의 눈이라고 한다. 봉황은 제왕을 상징한다. 세종대왕은 코가 반듯하고 살집이 붙어 전형적인 ‘주먹코’다. 그래서 조선왕조 500년 중 가장 풍요로운 시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역술가들은 분석했다.

김태희 역시 얼굴의 비율이 1:1:1로 이상적이다. 코가 반듯하고 살집이 적당히 붙어 재물운이 있다. 입은 도톰하면서 붉은빛을 띠고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가 있어 건강하고 식복이 있다. 김태희의 얼굴형은 V라인이 아니라 동글고 도톰하며 밝은 빛이 난다. 이런 얼굴형은 인기를 얻고 따르는 사람이 많다.


이밖에도 손금을 읽어 미래를 예언하는 방식이 있다. 손금을 수상(手相)이라고도 하며, 이를 다루는 학문은 수상학(手相學)이라 불린다. 이러한 관습은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며, 수많은 문화적 다양성이 있다.

손금은 생명과 건강 운에 관련된 생명선, 지능과 적성에 관련된 두뇌선, 애정운이라 불리는 감정선 등으로 나뉜다. 또 직업의 성공 여부에 관한 운명선, 운명선과 비슷해 보이나 인생에 대한 성공 여부를 보여주는 성공선이 있다. 

습관적으로
무당 찾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공통점 중 하나는 독특한 손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손금은 삼지창 손금으로 매우 희귀한 손금이다. 감정선 위로 재물선, 운명선, 사업선 3개의 선이 삼지창 모양으로 뻗어 있는 것을 말한다. 삼지창 손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손금이 변해서 삼지창 모양이 된 것이다. 삼지창 손금은 무조건 3개가 다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며 감정선 위로 뻗어 있어야만 좋은 것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튜브로 신년운세?

연말이 다가오면서 동영상을 통해 신년 운세 등을 봐주거나 라이브 방송으로 사주 풀이를 해주는 ‘유튜브 유명 점집’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11월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전국의 유명 무속인을 소개하는 채널인 ‘용군TV’ 구독자는 최근 13만명을 넘어섰다.

이 채널에 올라온 3300여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6400만회가 넘는다. 이 채널은 전국의 유명 점집을 찾아가 무속인과 무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주요 콘텐츠로 제공한다. 무속인의 삶 등을 다루기도 하지만 주로 채널 운영자가 무속인을 찾아가 점을 보는 내용이다.

무속인은 이 같은 채널을 통해 특정인의 사주와 관상을 보고 점괘를 풀어준 뒤 휴대폰 번호 및 주소 등을 노출해 홍보한다.

용군TV와 비슷한 무속인 소개 채널인 ‘이 PD’(구독자 9만8400명), 무속인이 직접 운영하며 월별 띠 운세 등을 설명하는 ‘천상신궁’(4만7000명) 등 역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채널이다. 

이 밖에 사이비 무속인에게 속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채널, 사진을 통해 회사 대표 등의 관상을 보고 주가를 예측하는 등의 채널까지 성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튜브 채널서 활동하는 무속인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관련 채널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과한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 유명 가수가 사망하자 한 무속인 채널에는 ‘유명 가수의 영혼이 신이 내려 죽기 전 못다 한 심정을 말해줬습니다’란 동영상이 게시됐다.

이 영상에 대해 유명인의 죽음을 팔아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자 해당 영상은 삭제됐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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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