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삽질> 김병기 감독의 4대강 추적기

“삽질은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책임을 묻지 않으면 결국 강은 계속해서 썩어갈 겁니다.” 영화 <삽질>은 <오마이뉴스>의 김병기 기자와 ‘4대강 독립군’으로 불리는 시민기자들이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을 12년간 밀착 취재해 담은 추적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정권에 부역한 검찰, 정치인, 교수, 언론 등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 감독의 기나긴 추적기를 들어봤다.
 

▲ 영화 &lt;삽질&gt;의 김병기 감독이 &lt;일요시사&gt;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추적하던 김 감독은 취재 중 불법 비자금에 연루된 결정적인 공익 제보자를 만나게 된다. 4대강 공사를 하면서 본인이 직접 현금 100억원을 라면 박스에 담아 원청업체인 건설사에 가져다 줬다는 충격적인 제보였다. 하지만 공익 제보자는 검찰 수사 도중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당신은 기자니, 내 얘기를 듣고 특종을 쓰면 끝이지만, 나는 왜 그 불구덩이 속으로 다시 뛰어 들어가야 하는 거냐. 나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건데.”

제보자 말에 김 감독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결국 제보자의 고발은 취하됐고, 진실은 숨어버렸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마이뉴스>의 김병기 기자라고 합니다. 지난 14일에 개봉한 <삽질>이라는 영화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삽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환경을 망친 내용도 적나라하게 담고 있지만, 무엇보다 4대강 사업에 국정원·검찰·기무사 등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서 불법과 탈법 등으로 민주주의를 망치는 내용입니다. 이들이 어떻게 불법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12년간의 추적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죠.


-영화를 만든 목적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은 10년 전에 국민 세금 22조2000억을 투입해서 강을 망친 일회성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이 삽질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매년 5000억원서 1조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있어요.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책임을 묻지 않으면 결국 강은 계속해서 썩어갈 겁니다.

-취재를 하게 된 이유는요.
▲2006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에 가서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겠다는, 국운융성 프로젝트를 제1공약으로 선포했죠. 경제도 살리고 강도 살리겠다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기자니까 당연히 유력 대통령 후보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취재를 시작했고요.

12년 밀착 취재 다큐멘터리
MB정권 부역자들 민낯 공개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따라 독일도 가셨다고요.
▲이명박 후보가 제1공약을 발표하고 두 달 뒤에 제가 독일로 갔습니다. 이명박 후보한테 브리핑했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가서 운하를 가지고 국운융성을 시킬 수 있는지, 운하를 통해서 강을 살릴 수 있는지를 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분들은 코웃음을 치더라고요.

-뭐라던가요?
▲도로 교통과 철도 교통, 철도 운송 수단이 발달해 운하는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하는 데다 하역작업도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시간이 돈인 시대인데 운하로 어떻게 경제를 살리겠냐. 그걸로 경제 동력을 삼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운하의 물은 깨끗합니까?” 물어보니까 “물이 고여있기 때문에 더러워서 수영도 못 한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경제를 살리겠다, 강을 살리겠다, 이 얘기가 다 새빨간 거짓말이었잖습니까.

-4대강 취재 때 MB정권의 탄압이 엄청났다고 들었습니다.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재단을 검찰이 압수수색했어요. 100개의 후원 기업들을 그냥 다 털었어요. 중앙환경운동연합은 간사들이 거의 다 나갔죠. 정권서 본보기를 보여준 거예요. 저항하면 다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걸요. 공포 정치이자, 공포 검찰이었던 거죠.
 

▲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찍은 김병기 감독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명박정부서 3000만원짜리 광고를 주겠다고 회사 쪽으로 전화가 왔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에 4대강 정비사업 광고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광고비가 투입됐습니다. <오마이뉴스>에도 3000만원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저희가 상당히 힘들 때였어요. MB정권이 사기업 광고까지 조여왔거든요. 근데 안 받았죠. 시민기자들의 모습을 보면서요. 이 사람들은 월급도 안 받는 사람들이에요. 어떤 때는 일용직으로 돈 벌어서 기름값에 쓰면서, 지난 10년 동안 죽어가는 4대강을 고발해왔던 사람들이거든요.


-강의 모습은 어땠나요.
▲2012년 완공되고 나서 곧바로 물고기 떼죽음이 벌어집니다. 다음 해부터 녹조가 가득 낀 ‘녹조라떼’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2014년에는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합니다. 당시 김종술 시민기자가 이를 처음 발견해서 전문가에게 문의했지만 아무도 이 괴생명체의 이름을 몰랐죠. 이후 2년 동안 창궐한 큰빗이끼벌레가 싹 없어집니다.

-큰빗이끼벌레가 사라지고 당시 언론들은 4대강 사업으로 강이 좋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큰빗이끼벌레는 흐르는 강이 아닌 호수나 2·3급수 정도에 사는 생명체거든요. 이마저도 살 수 없는 환경으로 오염된 거예요. 그 다음해부터는 시궁창 펄에 실지렁이, 붉은 깔따구가 득실득실합니다. 자연생태계는 인간처럼 거짓말을 못 해요. 강은 침묵하고 있지만 보여주면서 죽어가고 있는 걸 말해준 거죠.

-문재인정부 들어서 금강은 수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변화가 있던가요.
▲2017년 금강은 수질예보제(녹조류의 발생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예보하는 제도) 관심 이상 발령일수가 120일 정도 됐어요. 문을 열고 나서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2018년엔 59일로 줄었어요. 올해는 관심 이상 발령일수가 제로였습니다. 수문만 열어도 녹조는 없어진다는 거예요.

괴생명체까지…병든 4대강
권력으로 벌인 22조 돈잔치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는 4대강 사업 후 금강의 수질이 개선됐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수문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를 비교해봤더니, 수문을 닫았을 때가 더 깨끗했다는 논문이었어요. 제가 팩트체크를 해보니 4대강 보, 수문을 열기 전에 데이터는 겨울 데이터를 씁니다. 수문을 연 뒤의 데이터는 여름 데이터를 씁니다. 같은 기간을 같이 비교해야 하잖아요. 책임지기 싫으니까 악마의 편집으로 호도하는 거죠.

-일부 시민 단체나 자유한국당에서는 보 해체를 하는 게 돈이 더 많이 든다고 주장합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비용 편익 분석’이라는 게 있어요. 이 지수가 향후 50년 동안, 이대로 간다면 0.21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국민 세금 100원을 투자하면 거기서 21원을 벌 수 있다는 거예요. 손해 나는 장사잖아요. 사람들은 이미 만들어 놓은 댐인데 그대로 두면 어떠냐고 얘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매년 유지보수비가 5000억원서 1조원을 들여서 수문을 막고 보를 유지하고 있어요.
 

-4대강 사업의 본래 취지는 강과 지역 경제를 살리고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의미 있는 투자예요.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그게 아니거든요. 강과 지역경제를 다 죽이고 있습니다. 어민들은 항상 빈 그물입니다. 4대강 사업 이전에도 4대강 본류에선 홍수와 가뭄이 없었어요. 홍수와 가뭄은 강원도 산간지역, 도서 지역인 영동지역에나 발생했던 거죠. 발목뼈가 금이 가면 깁스하면 되는 건데 심장 수술을 한 격이에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다면...
▲스페인 속담 중에 1000년 뒤에 강은 제 길로 되돌아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돈 잔치를 벌이기 위해 5년짜리 대통령이 아무리 강을 훼손하더라도 1000년 뒤에 인간은 대자연의 섭리를 어길 수 없다는 의미인 거죠. 미래의 세대들이 누려야 할 우리의 4대강이 지금 계속 썩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만이 4대강 삽질을 멈출 수 있다는 얘기를 마지막으로 전해드리고요. 많은 관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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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