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황교안-유승민의 동상이몽

멀고도 넘기 힘든 ‘탄핵의 강’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제안한 ‘보수대통합’이 시작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탄핵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은 보수통합의 조건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했지만 강성 친박(친 박근혜)계는 반기를 들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탄핵’이라는 역린을 어떤 방식으로든 건드려야 하는만큼 보수통합은 험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대통합을 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이 엇박자가 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보수통합 의지를 밝혔지만, 변혁과의 통합방식에 대한 불만이 당내서 표출되면서다.

다시
뭉칠까

황 대표는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 우파의 모든 뜻 있는 분들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위한 통합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우리가 추진하는 통합은 과거로 돌아가는 통합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통합이어야 한다. 과거는 교훈으로 삼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의 ‘아킬레스건’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서 사실상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발언이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서 “지금은 모든 걸 통합의 대의에 걸어야 할 때다. 통합이 정의이고 분열은 불의”라고 말하며, 앞으로 보수통합을 위해 전면전을 펼칠 것을 시사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조건 없이 흩어진 보수진영이 우선 다시 뭉쳐야만 한다는 황 대표의 제안에, 같은 날 변혁의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이 제가 제안한 보수 재건의 원칙을 받아들일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화답했다.


한국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의 참석자들도 조건 없는 보수 통합을 지지한다며 황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같은 당 김순례 최고위원도 “야권이 통합에 실패한다면 정권 재창출은 고사하고 21대 총선서도 필패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며 “서로의 작은 이해와 조건만 내세우지 말고 자유·안보를 바탕으로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모든 정당의 인재들이 조건 없이 빅텐트에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은 “유승민계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친박계는 이제 극소수거나 없다”며 “보수통합에 대한 시동이 걸린 만큼 개인 의견을 밖으로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당 공식 기구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보수통합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의원들이 다수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국당 계파갈등 보수대통합 선명
우리공화당 변혁 사실상 통합불가

황 대표는 지난 7일 보수대통합추진기구(이하 통합추진단)를 꾸려 단장으로 원유철 의원, 실무진으로는 홍철호·이양수 의원을 지명했다. 홍 의원은 바른정당에 있다가 한국당으로 돌아온 ‘복당파’ 의원이고, 이 의원은 우리공화당 홍문종 공동대표의 특보를 지낸 인물인 만큼 통합의 대상들과 용이한 논의를 위한 인사인 것으로 평가된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하지만 탄핵으로 인한 계파 갈등은 보수의 고질적인 문제로 단순히 통합에 대한 의지와 논의로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변혁의 유승민 의원은 앞서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위한 원칙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세 가지 원칙만 확실히 지켜진다면 다른 아무 것도 요구하거나 따지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조건을 황 대표가 받아들이면 친박계와 비박(비 박근혜)계의 이해관계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될 여지가 높고,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간의 갈등골이 오히려 더 깊어질 우려도 있다.

황 대표는 우리공화당과도 직간접적 논의와 소통을 해왔으며 이들과 함께 보수 빅텐트를 치겠다는 의견도 표명했다. 변혁과 우리공화당까지 끌어안는 대통합을 원하지만, 변혁과 한국당의 통합이 이뤄질 경우에는 우리공화당을 아우르는 보수통합은 물리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공화당은 강경하게 탄핵 무효를 계속해서 외쳐왔던 입장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변혁과는 ‘물과 기름’으로 비유되는 사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는 우리공화당에 대해 유 의원은 “3년 전 탄핵에 매달려 있는 분들과는 같이 보수 재건은 어렵다”고 말했고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도 변혁에 ‘위장 보수’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최근 통합추진단장으로 내정된 원유철 의원을 두고도 친박계와 비박계의 기싸움이 벌어졌다. 지난 11일 황 대표에게 비박계인 권성동 의원이 원유철 통합추진단장 지명에 대한 우려를 보낸 문자메시지가 타 언론사에 포착됐다. 황 대표에게 전달된 이 메시지서 권 의원은 “통합추진단장으로 원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제가 알기로는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다”며 김무성 의원을 단장으로 추천했다.

물과 기름?
위장 보수?

그러자 원 의원은 지난 13일 SNS를 통해 “권성동 의원께서 ‘원유철은 유승민과 신뢰관계가 없어 통합추진단장으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며 “제가 소통과정서 신뢰관계가 없었더라면 두 달 동안 물밑서 유 의원의 변혁 측과 소통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황 대표의 의중을 잘 아는 사람을 내심 원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 의원의 지명으로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당 내에서는 “변혁서도 원 의원과 컨텍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변혁의 선택으로 원 의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유 의원이 원 의원을 원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변혁 이준석 바른미래당 전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라디오 인터뷰서 “황 대표 측 인사가 오히려 판을 깨고자 하는 의도가 강한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보수통합 논의와 관련해 변혁과 미리 협의되지 않은 것들을 한국당 쪽에서 흘리는 것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낸 셈이다.

실제 원 의원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에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함께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뛰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와의 불화설로 인해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난 뒤, 원 의원이 적극적인 친박 행보로 비박계의 ‘신친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권성동 의원의 문자메시지

아울러 원 의원이 현재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8년을 구형받고 1심 선고를 앞둔 점도 비박계 내에서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한국당 내 비박계 중에는 유 의원과 바른정당서 함께했던 복당파 인물들도 있는데,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을 굳이 통합 추진기구의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이는 황 대표가 복당파들을 고려하지 않고 친박계인 원 의원으로 보수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당 내부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변혁 유 의원 쪽에서도 한국당의 보수통합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통합을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 잡음이 계속되면서 당 지도부가 인적쇄신 없이 서둘러 보수통합에만 급급하다 보니 계파별 수싸움만 난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 의원이 통합추진단장으로 추천한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히면서 “우파 정치 세력이 어렵게 되는 과정서 책임자급에 있던 사람은 이번 선거서 쉬어야 한다”고 친박계 인물들을 에둘러 겨냥하기도 했다.

양쪽 모두
진정성 의심

반면 친박계 일부 의원은 황 대표의 보수통합에 반감을 표시했다. 대표적 친박계 인물로 꼽히는 김진태 의원은 지난 8일, 강원 지역 의원들에게 유승민계인 변혁과의 통합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유 의원을 꽃가마 태워 데려오는 것은 통합이 아닌 분열의 씨앗이다. 확실하지 않은 중도 표심에 호소하다 우파 집토끼가 화가 날 수 있다”고 말해 변혁과의 통합에 반발했다. 김 의원 뿐 아니라 당내 친박계 사이에서는 중진이 다수 포진돼있는 비박계가, 보수통합으로 세를 확장하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수통합 조건인 탄핵 인정에 대한 황 대표의 미지근한 반응과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계속되자, 변혁 측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서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며 한국당과 아예 선을 그었다. 신당기획단을 발족해 ‘제3지대’서의 중도보수 신당 창당에 우선 매진하고자 하는 셈이다.
 

▲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변혁 측은 보수 진영의 재건을 위해 탄핵의 잘못을 인정해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는 ‘개혁보수’를 강조했다. 보수가 추구하는 지향점과 가치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한국당이 혁신의 자세를 보여주지 않으면 통합이 불가하단 점을 시사한 셈이다. 사실상 변혁 측과 한국당의 통합은 탄핵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공화당과 한국당 일부를 몰아내야 가능하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변혁 오신환 신임대표는 YTN서 “한국당이 유 의원의 3대 원칙을 극복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변혁 이혜훈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혁신 없는 통합은 해봐야 의미도 없고 국민들은 선거용 야합이라고 본다”며 “지금 한국당에 대고 혁신 먼저 하라고 얘기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답이 아직 없는 상황이라서 변혁이 ‘통합은 없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 제3지대 가능성도
실패시 내년 총선 패색 짙어

지난 14일 유승민 의원은 “변혁의 1막이 끝났다. 변혁 대표직서 물러난다. 제가 물러나고 오신환 의원이 변혁 신임대표를 맡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당기획단은 공동단장인 권은희·유의동 의원과 신임대표 오신환 의원이 맡게 됐다”고도 했다. 이들은 모두 다 70년대 생으로, 신당의 가치를 ‘공정’이라고 밝히면서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유 의원은 한국당과 통합 논의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가 변혁을 만들 때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 길은 우리 의지로 선택한다는 정신으로 출범했다”며 한국당과 통합을 염두해 창당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변혁 내의 이견 여부에 대해 그는 “15명 변혁 소속 의원과 여기에 권은희·이준석 전 최고위원, 김철근 대변인까지 모두 동의해서 출범시켰다”며 만장일치로 출범한 정당성 있는 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당추진기획단장을 맡은 권 의원은 한국당과의 물밑 접촉에 대해 “명확한 것은 한국당서 변혁 입장을 설명할 공식적인 창구, 공식적인 대화, 공식적 논의, 공식적인 준비가 전혀 없으며 향후로도 가질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변혁의 신당 창당 시점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10일이 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한국당과 변혁이 창당한 신당과의 당대당 통합이다. 변혁이 연내에 신당을 창당한 뒤 한국당과 보수통합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서 유 의원의 ‘새 집 짓기’ 주장대로 제3지대 신당 창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보수 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한국당 외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으로 분열됐다. 20대 총선 패배, 2017년 대선 패배, 2018년 지방선거 패배가 이어지면서, 현재의 상황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면 표가 갈라져 패색이 짙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돌고 돌아
도로 새누리?

만약 한국당과 변혁의 통합이 성공한다면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일대일 구도가 형성돼 한국당의 문재인정부 심판론은 힘을 받을 수 있다. ‘대의’를 위해 한국당 내 계파갈등이 불식될 것인지, 계파 간의 수싸움과 우리공화당이라는 변수가 내년 총선 정국까지 크게 작용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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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