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롯데에 갑질 의혹’ 이명수 의원 고발장 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04 10:21:18
  • 호수 1243호
  • 댓글 0개

민주당 청년위는 왜 나섰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회가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지난 국정감사서 이 의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증인 소환과 관련해 지역구에 위치한 회사에 금품 전달을 요구했다는 의혹이다. <일요시사>는 청년위로부터 해당 고발장을 입수했다.
 

▲ 최근 ‘롯데 갑질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는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는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채택했다. 증인 신청자는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었다. 롯데푸드가 협력사에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했다는 이유였다. 협력사는 충남 아산 소재의 빙과 제조전문업체 ‘후로즌델리’다. 이 의원의 지역구 역시 충남 아산갑이다. 

복지위에
총수를?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는 이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청년위가 고발장에 적시한 적용법조는 형법 제123조다. 

형법 제123조서 규정하는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청년위는 지난달 3일자 <경향신문> 등 복수의 언론 보도를 인용해 “10월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피고발인(이 의원)은 지난 4월16일 오후 롯데그룹 지주사 사무실 관계자를 국회로 불러 직접 압박에 나섰다고 한다”며 “피고발인은 지난 3월27일과 7월9일 등 여러 차례 롯데푸드에 직접 전화해 ‘시간을 끌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감 전에 합의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청년위는 고발장을 통해 “사실이 위와 같다면 피고발인의 일련의 행위는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롯데 측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행위를 요구한 것으로, 이는 국회의원의 권한을 벗어난 위력에 의한 강요 내지 협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권남용으로 고발, 무슨 일?
10년 전 사건이 2019 국감에

그렇다면 왜 청년위가 나섰을까. 지난달 29일 청년위 측은 <일요시사>를 통해 “기존의 정치 공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며 “기성 정치인들끼리 눈감고 넘어가는 일을 우리가 검찰 고발을 통해 문제제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발 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이)고발인 조사는 할 것이다.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청년위는 입증자료로 관련 언론보도를 첨부했다.

이 의원 측은 청년위의 고발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이 나오지는 않았다”며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시간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푸드는 지난 2004년부터 후로즌델리와 거래를 했다. 후로즌델리가 ‘뉴팥빙수꽁꽁’을 만들어 롯데푸드에 납품하는 거래였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두 업체의 관계는 지난 2010년 흔들리기 시작했다. 롯데푸드는 당시 후로즌델리에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의무 적용에 따른 인증 취득을 요구했다. 연 매출이 1억원 이상, 종업원 수가 6인 이상인 중소기업은 그해까지 식품위생법에 따라 HACCP 설비를 인증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후로즌델리와 롯데푸드 간 거래규모는 연 40억원이었으며, 후로즌델리의 종업원 수는 13명이었다. 인증 대상이었던 것이다. 

2010년
일 터져


그러나 후로즌델리는 인증을 거부하고 롯데푸드 측에 거래중단을 통보했다. 결국 두 업체의 계약은 지난 2010년 해지됐다. 마침 후로즌델리의 뉴팥빙수꽁꽁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2013년 파산한 후로즌델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롯데푸드를 거래상지위남용으로 신고했다. 그 후로 지난 2014년 열린 국감서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의원은 롯데푸드가 후로즌델리에 갑질을 했다며 당시 롯데쇼핑 부회장이던 고 이인원씨와 김용수 롯데푸드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문제는 원만히 해결되는 듯 보였다. 롯데가 합의서를 작성, 후로즌델리에 7억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결론이 났으며 실제로 두 업체의 거래는 이듬해인 2015년에 재개됐다. 후로즌델리 측의 분유박스 구매요청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러나 후로즌델리 측의 요구는 계속됐다. 거래가 재개된 이후 후로즌델리 측은 롯데푸드에 유지원유 물량 50% 납품권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2016년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신동빈 회장에게 질의까지 이뤄졌다. 올해 3월 후로즌델리 측은 연포장재 전량 공급권을 롯데푸드에 요구하기도 했다.

국감서
민원 해결

지난 2014년 두 업체가 합의서를 작성해 분쟁을 종료했다면서 2018년에는 공정위가 사건을 종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2019년 국감서 다시 다뤄졌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9월 롯데푸드가 후로즌델리에 갑질을 했다며 신 회장을 복지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의원은 “후로즌델리가 롯데의 갑질로 입은 피해액만 100억원 안팎”이라며 “후로즌델리 사장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합의서 내용”이라고 신청 사유를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회가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직권남용 의혹으로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

이는 곧바로 논란으로 이어졌다. 업체 간 갈등에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신청한 행위가 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복지위서 다루는 것은 해당 상임위의 본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이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신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지난달 3일에는 이 의원의 직권남용 의혹이 불거졌다. <경향신문>은 “이 의원이 지난 4월 그룹 실무자 면담을 통해 ‘후로즌델리를 운영하던 전모씨에게 3억원을 주라’고 요구해왔다”며 “‘들어주지 않으면 신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는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청년위 측 “기성 정치에 경종”
이명수 측 “상황 지켜보겠다”

논란이 일자 이 의원은 “롯데 측에 ‘어느 정도 합의금을 주고 적절히 사태를 해결하라’는 취지로 말한 적은 있다”면서도 “3억원 등 금액을 특정해서 말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대기업 ‘갑질’에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소기업인을 챙기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롯데가 의원의 중재를 협박이라고 받아들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이 의원이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해 신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갑질 횡포”라며 “복지위서 ‘식품위생 점검’이라는 엉뚱한 구실로 기업 총수를 부른 것은 누가 봐도 상식 이하의 발상이자 국감을 악용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신 회장을 소환하려던 계획이 변경됐다. 복지위는 신 회장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중재하려”
논란 해명

해당 논란은 국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달 7일 국감장에 출석한 조 대표는 후로즌델리가 그동안 감당할 수 없는 요구를 해왔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 대표는 ”의원을 통해 요구받은 사항은 절대로 없음을 밝힌다”며 “의원을 통해 지역 민원을 해결하려는 의정 활동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