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입수> 롯데왕국 파괴 컨설팅 ‘프로젝트L’ 고발장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02:51
  • 호수 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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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이 롯데면세점 탈락시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현 나무코프 회장)이 2015년 롯데그룹 면세점 사업 탈락을 기획한 의혹이 제기된다. 일명 ‘프로젝트L’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민 전 행장이 롯데 경영권 분쟁 당시 맺은 자문계약이다. 
 

롯데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민유성 전 행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월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첨에 고발했다. 롯데그룹 노조는 “민 전 행장이 롯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를 도와주는 대가로 약 287억원의 자문료를 받기로 하고 롯데그룹 비리 정보 유포, 호텔롯데 상장 방해 등을 했다”며 “이는 명백히 형사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롯데 노조
민유성 고발

이어 노조 측은 지난달 30일 고발장 보충서를 통해 ‘민 전 은행장이 관세청 공무원을 상대로 로비를 해 롯데면세점 탈락에 개입했다’며 추가 증거를 제출했다. 

민 전 행장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었던 ‘형제의 난’ 당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대리인이었다. 당시 민 전 행장이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롯데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한 기획·법률·홍보 등을 총괄했다. 이 둘은 롯데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는 자문계약을 2015년 9월 체결했다. 이 자문 계약은 일명 ‘프로젝트L’로 불린다. 

민 전 행장과 신 전 부회장의 자문료 민사소송 과정서 이 프로젝트L의 실체가 드러났으며 두 사람은 돈 문제로 2017년에 갈라섰다.


민 전 행장은 신 전 부회장이 2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10개월분 자문료만 줬다며 남은 14개월치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107억8000만원이었다. 지난 4월 1심 재판부는 신 전 부회장이 민 전 행장에게 75억4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측은 모두 항소했다.

프로젝트L의 주요 내용은 ▲롯데그룹 비리정보 유표 및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기소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무산 ▲호텔롯데 상장 간접 방해 및 지주회사 설립 전 증여지분 매각 등이다. 민 전 행장은 지난 1월25일 신 전 부회장과 민사소송 재판서 당사자로 출석해 프로젝트L에 대해 이같이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씨 형제의 난 깊숙한 내막 보니… 
민, 롯데 망가뜨릴 공작 총괄 기획 

즉 프로젝트L의 목표는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을 위기에 빠뜨려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획득하게 하는 것이었다. 민 전 행장은 이런 자문 용역의 대가로 자문료 150억원과 성공보수 100억원을 받기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프로젝트L은 실행으로 이어졌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2016년 비자금 조성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롯데는 면세점 특허 재취득에 실패했다. 특히 이번에 노조가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 보충서에는 롯데면세점 탈락을 민 전 행장이 기획했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민 전 행장 고발장 보충서에 따르면 2015년 9월15일경 체결된 민 전 행장과 신 전 부회장의 자문계약에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사업자 심사 탈락’이라는 용역이 있다. 실제로 2개월 후인 2015년 11월14일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 결과서 롯데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후속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 신동빈 전 롯데그룹 회장

롯데 노조 관계자는 “민 전 행장 측에서 관세청 공무원과 특허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관련해 악의적인 정보를 제공한 게 특허심사서 감점요인이 됐을 것”이라며 “면세점 사업 특허심사는 공무원의 일이다. 일개 민간인이 정부 사업에 영향을 미쳐 면세점 사업권을 상실케 한 대가로 수백억원의 돈을 수수한 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아직 민 전 행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면허 탈락에 개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87억원
자문료 받기로”

다만 실제로 2017년 7월10일 감사원의 관세청 감사결과 롯데면세점 특허심사가 부적절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이 롯데 측에 잘못된 기준을 적용해 평가 점수를 낮게 줬으며, 이로 인해 롯데가 면세점 특허심사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먼저 관세청은 2015년 1월 ‘시울지역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심사’서 롯데에게 계량항목의 평가점수를 잘못 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결과 관세청이 3개의 계량항목의 평가점수를 잘못 산정해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관세청은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 비율’ 항목서 전체 매장면적 중 중소기업제품을 판매하는 ‘매장면적’의 비율을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하지만 롯데에게만 ‘영업면적’ 비율을 적용해 평가했다. 영업면적이란 매장면적서 고객 이동에 필요한 2m 폭의 통로구역을 제외한 면적이다. 

그렇게 된다면 롯데의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비율은 2,789.7m²(매장면적)서 1,568.3m²(영업면적)으로 크게 줄어든다. 그 결과 롯데는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비율이 적게 산출돼 낮은 점수를 받았다. 감사원은 “A사의 총점은 정당 점수보다 많게, 롯데의 점수는 적게 부여됐다. 그 결과 롯데 대신 A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2015년 11월14일 ‘후속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심사’도 부적절하게 이뤄져 롯데가 탈락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관세청 부적정 심사 

관세청은 특허신청 공고서 최근 5년간 실적으로 작성·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내부기준(심사평가표 가이드라인의 단서조항)에 근거해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최근 2년간 실적으로 평가하도록 돼있다는 이유로 2년간의 실적만으로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롯데는 실제 점수보다 120점을 낮게 받았다. 

또 ‘매장 규모의 적정성’ 항목서 신청업체가 3개일 경우 매장면적 순서대로 10점, 4개일 경우 8점씩 차등 부여하기로 돼있다. 신청한 업체 중 앞선 공고에 선정된 경우 이후 심사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당시 면세점 사업에 선정된 B사를 포함해 총 4개의 업체가 특허를 신청했다. 규정대로 B사는 심사서 제외돼야 했으며, 심사대상 업체는 3개로 압축돼 점수는 순위 당 10점씩 차등부여돼야 했다. 하지만 당시 관세청은 4개 업체를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했다. 

그 결과 롯데는 정당점수에 비해 71점이나 적게 받았다. 감사원은 “롯데는 총점 191점이, C사는 총점 48점이 적게 부여됐다. 정당 평가 시 선정돼야 할 롯데를 제치고 C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관세청이 지난 2015년 신규·후속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업체의 사업계획서와 신청 서류 등을 천홍욱 전 관세청장 지시로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신동주-민유성 자문료 민사소송 과정
‘설계’ 실체 공개…면세점 탈락 개입?

2016년 9월 국회 국정감사 중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심사자료 등을 요구하자 관세청은 해당 자료를 신청업체에 반환했으며, 탈락업체의 신청서류 2부를 파기했다. 감사원은 홍 전 청장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상 등 혐의로 고발했다. 

2015년 9월15일 신·민 프로젝트L 자문계약 체결→2015년 11월14일 면세점 특허심사서 롯데 면세 특허사업권 상실→2016년 9월 국정감사 면세점 특허심사자료의 제출을 요구 받은 관세청장이 관련 서류 파기→2017년 7월10일 감사원 감사결과 면세점 심사 부적정하게 이뤄짐→2019년 1월25일 민 전 행장 프로젝트L 실행됐다 법정 증언.  

프로젝트L 자문계약 시점과 롯데 면세점 탈락 시기 그리고 민 전 행장·신 전 부회장의 자문료 소송 과정서 드러난 프로젝트L의 실체, 민 전 행장의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롯데 면세점 탈락은 애초부터 기획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 롯데면세점

또 신 전 부회장은 면세점 특허심사 결과가 발표되기 보름 전인 2015년 10월2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면세점은 신동빈 회장의 사업이기 때문에 실패한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이 롯데가 면세점 사업권을 상실하게 될 것을 예상하고, 경영권 분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노동자만 
 죽어났다”

롯데 노조 관계자는 “민유성은 민사재판에 나와 스스로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무산 등을 성사시킨 것을 자랑스럽게 진술했다”며 “이는 명백히 알선수재의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행위는 롯데 10만 노동자의 고통으로 귀결됐다”며 “민유성은 무슨 행위를 통해 롯데의 노동자를 난도질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하고 그에 상응한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 전 행장은 ‘묵묵부답’이다. 민 전 행장이 회장으로 재직 중인 나무코프 관계자는 “회장님이 해외 출장 중이다. 돌아오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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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