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시동 걸리는’ 4·15 총선

불안한 정치권 “새 얼굴을 찾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됐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명으로 위기를 맞은 더불어민주당에선 ‘물갈이론’과 ‘일하는 국회’를 앞세워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자유한국당은 ‘조국 퇴진’과 ‘민부론’을 앞세워 여당에 대항 중이다. <일요시사>가 내년 총선을 대비하는 거대 양당의 모습과 총선 변수를 조명했다.
 

“여기 계신 분들도 다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분들 아닌가 싶다” “국회 신뢰도가 2.4%로 거의 꼴지에 가깝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9일 중진의원들이 모인 자리서 한 말이다. 당의 실세인 중진들을 직접 겨냥한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당내 ‘공천 물갈이’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새 인재 수혈
참신한 정책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진의원들이 많아 이들에 대한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당내 기류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는 민주당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장관 모두 출마 의사가 강한 인물로 연말엔 당으로 복귀해 내년 총선 출마를 대비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측을 깬 셈이다. 김 장관과 유 부총리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다. 두 장관이 중책을 맡아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당내 핵심 인물의 불출마가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판단이 불출마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당사자인 유 부총리와 김 장관은 이 같은 총선 불출마 보도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다. 유 부총리는 당정청 협의회 직후 이날 보도에 대해 “제 의사에 대한 확인 과정이 없이 보도된 것”이라며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 측에서도 “불출마 선언을 한 적 없다”고 잘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장관의 불출마 여부에 “맞는 것 같다. 유 장관의 불출마 여부는 가변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기자들에게 “유은혜·김현미 총선 불출마 관련 기사는 사실무근”이라는 문자를 돌려 입장을 번복했다. 여권서 거취 조율이 되지 않은 유 부총리와 김 장관을 내세워 물갈이론에 군불을 땐 것으로 해석된다.

물갈이 폭이 커야 승리
매스 든 이해찬-황교안

실제 17대 총선 이래로 선거에 승리한 당은 초선 비율이 높아, 물갈이론은 매번 총선 정국 때마다 나오는 카드다. 하지만 총선 7개월이 남은 시점에서는 시기상조다. 보통 물갈이 카드는 총선 구도서 불리한 쪽이 앞세우는 게 일반적인데, 조 장관 임명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민주당이 이를 급하게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여권서 불출마가 확정된 인물은 15명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을 포함,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백원우 부원장 등 여권 핵심 인사의 불출마가 공식화됐다.

현역 의원 중에는 이해찬 대표(7선), 문희상 국회의장(6선), 원혜영 의원(5선)이 불출마 대상으로 꼽힌다.

아울러 김성수·이수혁·제윤경·최운열 비례대표 의원과 초선인 서형수 의원(경남 양산을)이 자진 용퇴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 2020경제대전환회의 갖고 있는 자유한국당 지도부

당 핵심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물갈이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공천이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시작되는 ‘현역 의원 최종평가’서 추려질 하위 평가자 20%를 합하면 본선 전 당내 경선서 최대 40명이 교체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권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중진 물갈이론이 계속될 경우 공천 전까지 당내 눈치 싸움으로 인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먼저 물갈이론을 선점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역시 의원 물갈이 압박을 느끼게 됐다. 최근 보수 언론마저도 민주당의 총선 물갈이를 경계, 한국당에 인물 쇄신을 종용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여당이 물갈이론을 내세운 상황서 한국당이 물갈이를 주저하면 총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 영남·중진 중심으로 물갈이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치 싸움
진통 시작

경쟁력을 지닌 인재 수혈을 위해 당의 강세지역 현역의원들이 물러나는 것이 불가피하단 것이다. 하지만 TK(대구·경북)와 PKU(부산·경남·울산)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현재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물갈이 작업의 1순위는 강세지역인 TK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당 이완영 전 의원의 지역구인 고령성주칠곡과 최경환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경산에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의원 모두 친박(친 박근혜)계 인물로 이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최 전 의원은 뇌물죄로 의원직을 잃었다. 친박계가 아닌 인물로 전략공천해 당을 쇄신하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한국당 내에선 황교안 대표가 공천 물갈이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황 대표는 당무감사위원 전원을 비공개 교체했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위원 상당수는 황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가 총선 공천서 인적쇄신을 하겠다는 칼을 빼든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무감사위원회는 당 대표 직속기구로, 당협위원회에 대한 당무 감사 권한을 갖고 있다. 위원장 교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구이기에 내년 총선 공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의 전원 교체에는 서울 등 수도권 원외 당협에 당선 경력을 갖지 못하고 방치된 인물들이 많다는 당 내 목소리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가 당무위원 교체를 통해 원외위원장을 시작으로 현역의원까지 점차적으로 공천 물갈이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황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무감사에 만전을 기하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준비하는 좋은 모멘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물갈이론 외에도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추가 의혹이 계속 나오자, 내년 총선 주요 의제인 ‘국회개혁’을 정기국회 입법과제로 내세웠다. 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는 지난 19일 연석회의를 열어 ‘일하는 국회법’을 구체화했다.


국회 개혁
정책 대결

민주당 박주민 특위장은 이날 중진의원들에게 지금까지 특위 회의 과정서 논의됐던 ▲국회의원 불출석에 대한 페널티 징계 신설 ▲국민참여 제도 신설 ▲상시국회화와 상임위원회 의사일정 결정 및 안건 처리 시스템화 ▲국민소환제 도입 ▲윤리특위 상설화와 강화를 비롯한 국회의원 윤리의무 강화 등에 대해 보고했다.

한국당은 이에 질세라, 지난 22일 ‘민부론’을 제시하며 총선 정책 대결에 돌입했다. 조 장관 임명으로 한국당의 지지층이 결집하자 황 대표가 장외투쟁과 삭발식에 더해 기세를 몰아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부론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을 폐기하고,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해 국민이 부자가 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국당은 민부론의 3대 목표로 ▲가구당 연간소득 1억원 달성 ▲203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 ▲중산층 비율 70% 달성을 내걸었다.

당내에서는 민부론이 한국당의 내년 총선 경제부문 공약으로, 장기적으론 황 대표 대선공약의 기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민부론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뚜렷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해 현실성에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과거 보수정부서 실패한 정책인 친기업-반노조의 정책을 내세워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하는 국회 vs 민부론
패스트트랙·선거제 변수


한국당은 민부론을 내놓으며 정책 분야에선 ‘총선 모드’에 돌입했지만 갈길이 멀다. 먼저 최대 난제인 보수통합을 통한 외연확장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조국연대를 시작으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한국당의 보수통합이 탄력을 받는 듯 했지만 최근 계속되는 바미당의 내분으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당과 바미당 비당권파의 보수통합 여부가 내년 총선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 역시 총선 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해 피고발된 국회의원 109명 중 59명이 한국당 소속이다. 출석 요구에 협조해온 다른 당과 달리 한국당은 전 의원이 수환불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수사 대상인 한국당 의원들의 공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물갈이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친박계 의원들에겐 검찰 수가가 공천 배제의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선거법 개정안도 내년 총선의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동형 비례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선거룰이 바뀌고 거대양당의 의석 수는 줄어들게 된다. 이를 두고 한국당 내에서 느슨한 선거연대 후 총선 뒤에 합치는 방식으로 가자, 한국당 2중대 정당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을 실행할 시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혹시나?
역시나?

역대 선거사를 보면, 여야 모두 4번 연속 선거서 승리한 역사가 없다. 2010년도 지방선거 민주당 승, 2016년 총선 민주당 승, 2017년도 문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8년도를 작년 지방선거 역시 민주당이 승리했다. 만약 21대 총선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4번 연속 민주당의 승리로 진보집권 20년이 열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총선,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승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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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