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무성’ 신림동 유령백화점의 정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9.23 11:14:39
  • 호수 12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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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싸인 채 13년 흉물로 방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신림역에 흉물로 방치된 유령 백화점이 있다. 13년이 지나도록 완공되지 않은 이 백화점은 사업 개발 과정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장기간 방치된 신림백화점을 두고 복잡한 권리관계가 얽혀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물인 신림백화점 개발사업이 또다시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신림백화점 인수자로 낙점된 부동산 투자사 브이앤아이그룹이 잔금 납부를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9월19일 기준) 잔금 납부기일인 지난 19일에 맞춰 자금을 마련해 신림백화점 시행권을 취득하려고 한 브이앤아이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전망이다.

씨앤 주도
2006년 공사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기일 내 잔금 미납 시 매매계약서 제3조 1항에 따라 계약은 해제하고 계약금을 몰취할 예정’이라고 명시됐다. 몰취란 민사 소송서 법원이 일정한 물건의 소유권을 박탈해 국가에 귀속시키는 결정을 의미한다. 

올해 6월 브이앤아이는 공매로 나왔던 신림백화점 인수를 추진해왔다. 거래는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됐으며, 매매가는 773억원으로 책정됐다. 브이앤아이는 우선 계약금(20%) 150억원을 납부했고, 나머지 80%인 623억원을 납부했어야 했다. 

브이앤아이는 신탁사인 무궁화신탁과 지난 6월20일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매매계약 절차 중지 가처분이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7월12일 2차 계약서를 작성했다. 10일 뒤인 22일 절차 중지 가처분 기각이 결정되면서 잔금 기일이 8월20일까지로 결정됐지만, 납부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계약 요건에 따라 기한이 이달 4일 자로 연기됐다. 그러나 계속된 납부 지연으로 무궁화신탁은 브이앤아이에 ‘이행최고’를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행최고란 상당 기간을 정해놓고 이행을 독촉하는 통지를 의미한다.

계약자 단체 중도금 납입 거부
잔금 납부 기한도 잇달아 연기

이와 관련해 브이앤아이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전에 부실채권을 인수한 중원에셋에도 문의를 시도했지만 담당자와 연결할 수 없었다. 수신자는 “담당자가 (이와 관련해)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브이앤아이의 납부 기한 연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매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자꾸 잔금 납부 날짜를 미루는 건 말도 안 된다. 개인 간 아파트 매매도 아니고 이상한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예견된 상황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브이앤아이가 자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연이어 잔금 납부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주위의 시선은 의심의 눈초리로 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더벨>과의 인터뷰서 “브이앤아이가 금융기관을 통해 잔금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지금까지 납부하지 못했다. 사채를 동원해서라도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행권과 관련해 무궁화신탁에 문의했지만 “계약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런 이야기도 해줄 수 없다”며 대답을 일축했다.

신림백화점은 지난 2006년 7월 공사에 돌입했다. 당시 시행사는 플레이쉘, 시공사는 씨앤우방(이하 우방)이었다. 신탁사는 한국자산신탁, 프로젝트 관리는 씨비알이(CBRE)가 맡았다. 지하 7층부터 지상 12층 규모의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다.


거창한 계획
부도로 표류

2007년 ‘씨앤백화점’이란 이름으로 매장 점포를 분양 모집했다. 연면적 1만2000평, 지하 7층서 지상 12층 규모인 이 패션 테마 백화점은 씨앤그룹이 운영을 맡았다. 지하에는 세계 음식 식당, 대형슈퍼, 가정용품점이 지상층에는 각종 패션매장이 들어선다고 홍보했다. 

중도금 30% 무이자 융자 혜택으로 등기부상 소유권을 가질 수 없었던 기존 백화점과 달리 토지·건물은 100% 등기분양으로 이뤄졌다. 분양가는 1100만∼3500만원선으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서 지하로 직접 연결된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을 기대했다. 

중견 건설업체 씨앤우방(우방)의 유통분야 첫 진출사업인 씨앤백화점은 자가 주택, 자가 상점에 이어 이른바 ‘자가 백화점’ 시대의 시작을 알리며, 2009년 입주가 예정됐다.

당시 씨앤그룹 계열 시행사인 플레이쉘은 백화점이 위탁 운영해 수익률을 배분해주는 ‘분양 후 위탁 운영’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업계 최초의 백화점 분양으로 그 상징성을 더했다.

우방의 연 11% 수익 보증서 발행, 책임준공 보증서 교부 등 유혹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몰렸다. 공사비는 약 3000억원으로 농협은행 등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아 800억원 자금을 조달했고 분양 계약자들로부터 약 1200억원을 확보하며 순조롭게 사업은 진행됐다. 공사에 들어간 선투자액은 40%였다.

이후 착공에 들어가며 입점은 2009년 3월로 계획됐지만 1년 만에 적신호가 켜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시공사였던 우방이 돈이 부족해서 공사에 차질이 생겼다. 받은 돈을 공사에만 사용해야 하는데, 계열사 지급보증으로 인해 자금이 빨리 떨어졌다. 회사 구조상 공사비가 계열사로 지급되다 보니 자금난이 오면서 시공사와 시행사가 모두 부도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우방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차질을 빚었다. 2011년 채권단 최대주주인 농협은행이 새 시공사로 금호산업을 선정해 공사가 재개되는 듯했지만, 2012년 3월 분양 계약자들이 단체로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그 무렵 시공사였던 우방으로부터 공사 대금을 지불받지 못한 영창토건 등 하도급 업체들의 유치권 행사도 이어졌다.

농협은행은 2013년에 채권을 공매 매물로 내놨다. KB부동산신탁과 교보증권이 인수 의사를 드러냈지만,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중원에셋이라는 업체가 300억원대의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이때 신탁사는 한국자산신탁서 무궁화신탁으로 바뀌었다.

신림백화점서 ‘씨앤백화점’으로 변경됐던 상호는 ‘ART 백화점’으로 또 바뀌었다. 호텔로 사업을 변경한다는 이야기가 풍문으로 들리면서 공사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복잡한 
권리관계

하지만 사업은 진척되지 않았다. 백화점의 앙상한 골조가 그대로 유지됐으며 재건보다 기본적인 유지·보수만 될 뿐이었다. 관악구 한 관계자는 “인수자가 사업을 계속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되팔아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백화점이 사업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은 요인으로 여전히 복잡한 권리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관악방송 현대HCN뉴스와의 인터뷰서 “신림백화점 사업이 문제점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시행사, 시공사,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 그리고 수분양을 받았던 분야주들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금융권이나 시행사와 달리 수분양자들은 한 푼의 수익도 없이 은행 이자만 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보니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심리도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선 신림백화점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상권 활성화, 시설 도입 등 운영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보상비를 다 해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도심 도로에 뼈대만 앙상한 건물
백화점 개발사업 갈등으로 올스톱


공사가 멈춘 상태서 우여곡절이 계속되면서 신림백화점은 신림동의 흉물로 방치됐다.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에 따라 결국 다시 한 번 공매를 통해 원매자를 찾았다.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도 개발 의사를 드러낸 소규모 시행사들이 있었지만,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무궁화신탁이 플레이쉘을 상대로 승소하면서 신림백화점 개발사업이 재개됐고 무궁화신탁이 신림백화점 공매를 시작했다. 공매는 8회차까지 유찰했으며, 브이앤아이가 9회차 공매서 8회차 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보였지만 잔금납부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신림백화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잔금 납부 관련해 상황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준다 준다
차일피일∼

일각에선 브이앤아이가 구두로만 보상을 약속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에게 보상을 해준다고는 구두로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잔금에 대해 굉장히 불안한 상태인데 보상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천 흉물도 보니…

인천해양경찰 출장소가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해경이 인력을 파출소로 통합하면서 기존 출장소가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14개 출장소 가운데 상주하고 있는 지원이 없는 곳은 월미·소래·월곶·선수·창후리·용기포 등 총 6곳이다. 해경은 수년 전부터 인력 부종 등을 이유로 출장소 인원을 파출소로 통합했다. 

상주 직원이 없는 해경 출장소는 지역 곳곳에 흉물로 남아있다. 인천 대표 관광지인 월미출장소는 10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으며 건물 외벽은 금이 가 있거나 검게 녹슨 자국이 선명했다. 

내부에는 각종 공구가 사방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월미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낡은 건물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출장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천 해경은 남동구 소래 출장소와 옹진군 용기포 출장소 등도 무인출장사라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에도 인천 해경은 출장소 인원을 파출소로 옮기는 통합근무인 ‘본청 지침’이라는 이유로 출장소 관리를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인천 해경은 “순찰 직원이 출장소를 관리하고 있다”며 “공간을 활용하거나 철거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육경)은 빈 치안센터와 파출소를 청소년 카페, 공부방,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평구 삼산 치아센터 ‘청소년 카페’, 미추홀구 주안 치안센터 ‘승학골 북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해경 관계자는 “본청 지침에 따라 출장소를 인근 해양사고 시 응급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순찰하는 직원이 종종 가서 태극기를 교체하는 등 관리하고 있어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해경 출장소는 해양사고 발생 시 장비 등을 현장에 빠르게 조달하는 나름의 역할이 있다”며 “다만, 관광지 등 도심에 있는 출장소는 건물 리모델링을 통해 외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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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