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 동화약품 4세의 빛과 그림자

122년 기업 한입에 탈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동화약품은 올해 초부터 ‘4세 승계’에 방점을 뒀다. 시선이 향하는 곳은 윤도준 회장의 장남 윤인호 상무. 윤 상무는 동화약품 입사 이후 ‘초고속 승진’을 했다. 지난 3월에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윤 상무는 큰 잡음 없이 바통을 받아낼 수 있을까.
 

▲ 윤도준 동아약품 회장과 윤인호 상무

동화약품은 가스활명수와 후시딘, 판콜 등으로 유명한 국내 최장수 제약사다. 1897년 세워진 약방은 122년이 지난 오늘날 제약기업으로 우뚝 섰다.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은 오너 3세다. 윤 회장은 초대 회장 윤창식 선생의 손자고, 고 윤광열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큰 잡음 없이
경영 초읽기

윤 회장은 경희대학교 의대를 졸업했다. 그는 동대학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아 경희대와 경희대 병원서 약 20년을 교수와 의사로 지냈다. 회사 경영과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듯했다. 윤 회장은 지난 2005년 부친의 제안을 받아 동화약품 부회장으로 입사했다.

동화약품은 윤도준·윤길준 형제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였다. 동화약품은 2008년 ‘오너-전문 경영인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임기를 약 1년 앞둔 채 대표이사 자리서 내려왔다. 동화약품은 20년 만에 ‘전문경영인 단독대표 체제’로 재전환됐다.

동화약품은 지난 3월21일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장남 윤인호 상무는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사내이사로 선임된 윤 상무는 윤 회장과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 승계 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상무는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해 지난 2013년 재경·IT실 과장으로 동화약품에 입사했다. 매년 승진을 거듭했던 윤 상무는 2014년 CNS(중추신경계)팀 차장, 2015년 전략기획실 부장 등을 거쳐 2016년 전략기획실 생활건강사업부 이사, 지난해 생활건강사업부와 OTC(일반의약품) 총괄사업부 상무가 됐다.

윤 상무의 누나 윤현경 상무는 2008년부터 광고홍보실 주임으로 먼저 회사에 들어왔다.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윤 상무는 2016년 커뮤니케이션실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해부터는 화장품 더마 사업부를 총괄담당하고 있다. 장녀가 장남보다 앞서 입사했지만, 이사회 멤버로는 장남이 더 빨랐다.

윤도준 회장 장남 승계 궤도 안착
고속 승진 거듭…사내이사로 선임

동화약품은 여러 계열사와 함께한다. 언뜻 동화약품이 가장 꼭대기에 위치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른바 ‘동화약품그룹’에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 회사가 있다. ‘동화지앤피’라는 비상장사다.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의 최대주주다. 윤 상무는 바로 이곳의 대표이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화약품의 최대주주는 동화지앤피(15.22%)다. 이어 가송재단(6.39%), 윤 회장(5.13%), 윤길준 부회장(1.89%), 장남 윤 상무(0.88%), 장녀 윤 상무(0.06%), 그리고 계열사 동화개발(0.77%) 순으로 특수관계인 등이 총 32.3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동화지앤피의 최대주주는 동화개발(19.81%)이다. 뒤이어 동화약품(9.91%), 윤 회장(8.86%), 가송재단(10.00%), 주식회사 테스(11.60%)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배구조가 ‘동화지앤피-동화약품-동화개발-동화지앤피’인 순환출자 구조다.

동화지앤피는 지난 1970년에 설립됐다. 주요 사업은 유리병 제조로 가스활명수 등을 담는 유리병을 만든다. 동화지앤피의 지난해 매출은 25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8억4000만원으로 당기순이익 20억원 정도다.
 


눈길이 가는 곳은 동화지앤피의 매출처. 동화지앤피 매출의 절반 이상은 동화약품서 비롯됐다. 최근 5년간 동화지앤피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67.35%(107억5000만원/159억5000만원), 2015년 51.09%(114억9000만원/224억8000만원), 2016년 49.41%(117억6000만원/237억9900만원), 2017년 48.61%(116억2000만원/239억1000만원), 2018년 50.45%(128억1000만원/253억9000만원) 등이다. 5년 평균 약 53.38%에 달하는 비중이다.

동화지앤피의 재무 건전성은 나쁘지 않다. 동화지앤피는 2014년 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015년 5.4%, 2016년 14.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9.9%, 3.2%였다.

그대로 바통?
부담도 있다

동화지앤피는 2014년 6억7000만원 당기순손실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5% 이상의 당기순이익률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2015년 8.37%, 2016년 15.6%, 2017년 11.7%, 2018년 8.0%다.

부채비율은 매년 감소했다. 2014년 부채비율은 12.5%였지만 2015년 11.0%, 2016년 7.3%, 2017년 6.6%, 2018년 5.9%로 매년 줄었다.

일각에선 동화지앤피가 승계 과정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본다. 현재 윤 상무의 동화약품 지분은 1%가 채 되지 않는 0.88%다. 안정적 승계를 위해 동화약품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상장사인 동화약품 지분 매입은 부담이다.
 

동화지앤피는 비상장사이면서 동화약품 최대주주다. 동화지앤피 지분을 매입해 동화약품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비상장사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분석이다.

동화지앤피가 승계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경우 눈에 밟히는 곳이 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다. 최근 5년간 동화지앤피의 매출 절반은 동화약품으로부터 나왔다. 2014년 이전 동화약품은 동화지앤피 매출을 60∼70%까지 담당했다. 2015년에 들어서야 50%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감시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은 지난 10일 취임식을 통해 “대기업 집단뿐만 아니라 자산총액 5조원 이하의 중견집단 부당 거래 행태도 꾸준히 감시하고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일감 몰아주기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김상조 전 위원장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사정권 
중견기업 유지

동화지앤피는 해당 매출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지급했다. 동화지앤피의 배당금과 배당성향은 2015년 1억8000만원/10%, 2016년 3억원/8.1%, 2017년  3억원/10.71%, 2018년 3억원/14.73%, 등이었다.


눈길이 가는 것은 지난 2014년. 동화지앤피는 2014년 6억7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주들에게 총 1억8000만원의 배당금이 손에 쥐어졌다.

동화약품과 동화지앤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부채표 가송재단에도 눈길이 간다. 가송재단은 윤광열 명예회장의 호 ‘가송’서 따온 재단이다. 윤 명예회장과 부인 김순녀 여사는 사재출연으로 지난 2008년 재단을 설립했다.
 

가송재단은 ‘기업 이윤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학술연구 지원, 장학생 선발, 전통문화 지원을 골자로 활동하고 있다. 가송재단은 최근까지 활명수약학상, 가송의학상, 가송예술상, 윤광열 치과의료봉사상 등을 각계 인사들에게 수여하고 있다.

그간 공익법인은 본래 취지와 달리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단으로 비판받았다. 그 단적인 예로 오너 일가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법인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할 시 지배력이 간접적으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가송재단은 동화약품(6.39%)과 동화지앤피(10.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가송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윤 회장과 윤 상무다. 윤 회장 등이 가송재단 지분을 통해 동화약품 등에 지배력을 우회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인호 회사 ‘내부거래 50%’
공익재단, 승계 디딤돌 역할?


윤 회장은 동화약품 지분 5.13%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윤 회장은 가송재단의 이사장인 만큼 사실상 가송재단 보유 지분을 더한 11.52%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송재단을 제외한 동화약품 우호지분은 동화지앤피와 동화개발,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한 25.97%다. 그러나 가송재단 지분 6.39%로 인해 총 지분은 32.36%까지 상승한다.

가송재단은 동화지앤피 지분도 10.00% 갖고 있다. 동화지앤피 최대주주는 동화개발(19.81%)이다. 가송재단과(10.00%) 동화약품(9.91%)이 그 뒤를 잇고 있는데 윤 회장의 지분은 8.86%에 그친다. 다만 가송재단의 지분을 포함했을 때, 윤 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8.86%로 늘어난다. 최대주주인 동화개발과 0.95%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가송재단은 증여세와 관련해 몇 차례 언급된 바 있다. 가송재단은 성실공익법인으로 지분율 10%까지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윤 명예회장 부부는 지난 2008년 동화약품 지분 3%를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다. 윤 명예회장은 2010년 추가로 동화약품 지분 전량(3.03%)을 추가로 출연했다.

현재 가송재단의 이사장은 윤 회장이다. 윤 명예회장 부부가 윤 회장에게 지분을 직접 물려줬다면 증여세를 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가송재단의 세금 면제 한도를 활용, 증여세 부담을 해소했다는 해석이다. 결국 세금 없는 상속이 가능하다는 비판이었다.

주목되는 기지
재단의 역할은?

동화약품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동화지앤피 내부거래에 대해 “처음에는 자사 제품과 관련된 제조가 많았지만 다른 회사 제품들도 다루고 있다”며 “타사 매출이 늘어나면 (내부거래는)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송재단에 대해선 “윤 명예회장께서 사재로 출연한 재단이고, 현재 공익적인 측면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오너 일가 지배력이나 증여세 부담 해소 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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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