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통업계’ 한가위 반전카드

굳게 닫힌 지갑을 열어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형마트 3사가 추석 대목을 맞이했다. 이들은 실적 부진을 타개하고자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다. 이번 명절은 평소보다 이른 데다 짧기까지 하다. 게다가 여름휴가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유통업계는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 흠플러스 매장 풍경 ⓒ홈플러스

유통업계는 최근 ‘위기’라는 꼬리표와 함께 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빅3’가 대표적이다. 유통업계 전통 강호들은 날개가 한풀 꺾인 형국이다. 배경은 소비 패턴의 변화였다.

아 옛날이여∼
줄줄이 적자

전통적으로 대형마트들은 오프라인 시장서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모바일의 문을 두드렸다. 굳이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클릭과 터치 몇 번으로 제품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역시 나쁘지 않다. 대형마트가 삐걱거릴 동안 쿠팡과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는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의 ‘2019년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현실을 여실 없이 드러냈다. 산자부는 7월 동향을 한마디로 ‘온라인 맑음, 오프라인 흐림’이라고 봤다.

산자부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하락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13.3%라는 두 자릿수 감소를 보였다. 산자부는 ‘가전과 문화 매출 감소’를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온라인 판매는 증가했다.


배경은 가전·전자, 서비스 부문의 성장이었다. 대형마트 하락 원인 중 하나가 가전 매출 감소였다. 확연한 대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오프라인은 전체적으로 하락세다. 대형마트 외에 백화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각각 4.0%, 2.7% 하락했다. 백화점은 의류 부문의 감소 영향이 컸다. 다만 편의점은 간편식 매출의 증가로 2.4% 성장했다.

소비 변화로 온오프라인 격차 확대
대형마트 부진 ‘빅3’ 나란히 적자

온라인 판매중개 역시 온라인 판매와 함께 성장했다. 온라인 판매중개의 성장은 무려 10.8%. 산자부는 그 연유를 ‘배송 서비스 강화 등에 따른 식품군 매출의 증가’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판매중개는 G마켓과 쿠팡 등을 일컫는다. 이들은 온라인 판매업자들을 위해 중개 플랫폼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하나 같이 기를 펴지 못했다.

이마트는 이번 2분기에 적자를 봤다. ‘이마트 적자’는 1993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지금까지 적자를 내본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심지어 이마트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굳건했다. 이마트의 견고한 아성에 금이 간 것이다.
 

▲ 이마트 매장 풍경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출액은 증가했다. 이마트의 2분기 매출액은 4조6000억원. 전년대비 5916억원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매출원가와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가 매출액을 넘어섰다. 매출원가는 3조4100억원, 판관비는 1조2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5200억원, 1600억원 증가했다.


이마트 자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마트의 SSG닷컴과 이마트24도 영업손실을 냈다. SSG닷컴은 이마트의 ‘e커머스 브랜드’로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마트24 역시 지난해 396억의 적자를 냈다. 이마트24는 이마트가 지난 4년간 27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한 곳이다. 이마트는 1인 가구 증가를 눈여겨 본 뒤, 자사 편의점 육성에 집중했다. 이마트는 2014년 150억원, 2017년 799억원, 지난해 1099억원 등을 지원했으나 적자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했다.

명절 특수 
만반 준비

롯데마트 역시 적자 행진을 보였는데 2분기 영업손실은 340억원이었다. 롯데마트 역시 매출은 1조5950억원으로 늘었지만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롯데마트는 2분기 때 국내서만 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 등지서 160억원의 이익을 창출했다. 적자는 3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년도 영업손실 270억원에 비해 적자 폭은 늘었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로 분기 실적을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실적 악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대형마트 빅3는 추석 대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마트 등은 이번 명절을 기점으로 실적 부진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들은 먼저 조기 대금 지급에 나섰다. 명절 기간 협력업체들의 자금 소요(상여금과 임금, 원자재 대금 등)가 많아지는 만큼 자금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10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1330억원의 대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역시 350여개 협력사에 175억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정산은 오는 15일이지만 이를 5일 앞당겨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10일)에 지급을 마칠 예정이다.

롯데그룹 역시 전방위적인 조기 지급에 나섰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등 36개사가 참여한다. 대금 지급은 오는 10일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대금 지급으로 약 1만3000개의 중소 협력사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단점은 보완
강점 차별화

롯데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해왔다.

홈플러스 역시 중소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조기 지급을 시작했다. 규모는 800억원으로 약 2900여개의 중소 협력사가 혜택을 볼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지급일보다 20여일 정도 앞당겨 추석 연휴 전(10일)에 모두 지급할 방침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 차원서 자체적으로 금융비용을 투자해 상품 대금을 명절 전에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며 “중소 협력회사들이 자금 부담을 덜고 추석 영업을 준비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롯데마트

대형마트 3사는 배송 전략 수립에도 여념이 없다. 추석은 그야 말로 ‘배송 전쟁’이다. 제품이 전국 각지서 오고 가면서 물량이 밀리곤 한다. 이 과정서 제품에 이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나 추석이 9월 초인 만큼 대형마트들은 늦더위에 대비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지난 28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냉장·냉동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이마트는 오는 2일부터 9일까지는 이른바 ‘콜드 체인 시스템’을 가동, 배송 제품에 차질이 없도록 집중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2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집중 배송에 나선다. 롯데마트는 생산지 센터서 품질 검사·포장·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맡을 예정이다. 선물세트의 품질과 선도 유지를 위해서다. 센터에는 전문 인력들이 상주, 제품을 꼼꼼히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각양각색 전략 발길 다시 잡을까
도약 위한 한판승부…치열한 경쟁

홈플러스는 때 아닌 복병을 만났다. 홈플러스 안성 물류센터는 ‘노노갈등’으로 1주일간 정상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인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화물차 기사들 간의 갈등이었다. 다행히 한국노총 소속 화물차 기사들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물류센터는 궤도에 올라탔다. 다만 추석 전 물류센터 가동 중단으로 사측과 납품 농가 등이 손해를 봤다.

이마트 등은 추석선물세트를 추석 2주 전부터 일제히 출시, 명절 대목을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대형마트 간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지난 31일부터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했다. 기간은 오는 13일까지다. 이마트는 늦더위를 염두, 냉장 한우를 중심으로 제품 구성에 나섰다. 이마트는 젊은 층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에어프라이기 요리가 가능한 굴비 등을 내놨다. 에어프라이기는 기존 가정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제품이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젊은 층과 함께 에어프라이기 구비에 적극적인 1∼2인 가구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 이마트

롯데마트는 정육과 과일에 집중한다. 롯데마트는 친환경과 합리적 가격을 내세우며 명절 특수를 정조준했다. 롯데마트는 자체 운영 중인 ‘황금당도’ 브랜드를 통해 과일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기존 추석 선물 풍속도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고급화해 내놓은 것이다.

다양하고
저렴하게

홈플러스는 지난 29일부터 선물세트 출시를 개시했다. 홈플러스는 오는 14일까지 판매를 지속한다. 홈플러스는 건강기능 식품에 비중을 뒀다. 또한 김영란법 선물 한도인 5만원 이하 상품, 10만원 이하 농축산물 비중도 늘렸다. 선물을 주고받는 데 부담을 덜어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추석 이후마트 3사 전략은? 

이마트는 난관을 타개할 방책으로 ‘초저가’ 전략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탄에 이어 2탄을 선보였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탄은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불렀다. 이마트는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내놨으며 대상 품목도 30종서 70종으로 확대했다.

대표적으로 물티슈와 치약, 칫솔, 의류건조기 등이다. 이마트는 추후에도 제품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마트는 ‘신선 제품 강화’ 전략을 내세웠다. 롯데마트는 지난 22일부터 ‘대한민국 산지 뚝심’이라는 이름의 전국 농축산물 우수산지 생산자 상품을 내놨다. 대형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인 신선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는 “지역의 우수한 농수축산물을 지속 발굴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의 경쟁력을 확보해 현재 당면한 위기들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는 ‘물류’에 방점을 맞출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점포에 온라인 물류기능을 추가, ‘점포 풀필먼트센터’를 구축 중이다.

홈플러스는 인천과 경기도 안양에 풀필먼트센터 1호점과 2호점, 경기도 수원시에 3호점을 내놨다. 기존 점포를 이용해 시공비를 절약하고, 온라인 물류 기능을 한층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월 아시아 최초 EMD(유럽 최대 유통연합)에 가입한 바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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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