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가 수상하다. 동교동계 핵심인물인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으로 전격 복당한 것. 이무영 전 무소속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한 전 대표는 전주 완산(갑)에 출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다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 씨도 전주 덕진 출마설이 나돌면서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거 정치재개를 할 태세다. 이들의 움직임은 동교동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상왕으로 불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이 막후 사령관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더 나아가 DJ 신당 창당을 위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그만큼 한 전 대표의 복당은 동교동계 부활 등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교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치권의 최대 ‘핵’으로 급부상할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동교동계 핵심인물인 박지원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승리, 민주당에 둥지를 튼 상태다. 또 한광옥 전 대표가 지난 14일 민주당에 복당함으로써 사실상 정치재개 선언을 했다.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전주 완산(갑)에 출마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취하고 있는 것. 신건 전 국정원장도 전주 덕진 출마설이 솔솔 나돌고 있다. 이들의 정치재개는 동교동계 부활을 가속화하는 데 한몫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4월 재보선에서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분위기다. DJ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 전 원장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전주 덕진 지역은 김세웅 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지역이다.
특히 정동영계 인사들이 신 전 원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말도 들리고 있다. 이른바 DJ-정동영 연합인 셈이다. 정동영 전 장관 측 한 관계자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그는 “정동영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수도권 출마를 노린다면 차기 대권을 노릴 수 있지만, 전주 덕진 출마는 오히려 정 전 장관의 정치생명을 단절시킬 수도 있다”며 “정 전 장관이 신 전 원장을 적극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주 덕진은 여전히 정 전 장관에 대한 평가가 좋은 만큼 정 전 장관의 입김도 만만치 않게 작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무영 무소속 전 의원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전주 완산(갑)에도 동교동계 인사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한 전 대표가 정치 재개를 위해 이곳에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이들의 정치 복귀는 무엇을 의미할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DJ 막후 역할론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이 호남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측면이 많다는 게 민주당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즉 호남의 정치적 지주로 불리는 DJ의 향수를 그리워한다는 얘기다.
한광옥 민주당 전격 복당…동교동계 인사 재보선 출마 저울질
신건 전 장관 전주 덕진 출마설…정동영-DJ 연합론 나돌기도
DJ 막후 역할론 강화…"인물 부재론 대처 상왕밖에~"
구민주계 수상한 움직임, 소외된 만큼 위상 재건하자~
민주당 한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엔 마땅한 대안 인물이 없다. 이른바 ‘인물 부재론’에 시달리고 있고, 이를 한방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거물급 인사들은 아무도 없는 상태다. 손학규 전 대표와 정 전 장관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복귀하더라도 호남을 장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그는 “입법 전쟁에서 지도부에 대한 비판론은 수면 아래로 잠식되어 있지만, 여전히 갖가지 계파가 몰려 있어, 언제든지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열린우리당계, 친노계, 구민주계 등 다양한 계파가 활동하고 있고, 이들 간의 노선도 첨예하게 대립된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민주당 위기론이 대두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여전히 계파갈등이 잠복해 있다. 친노 인사들은 독자 신당 창당 노선을 밟으려고 하면서도 내색은 하지 않고 속으로만 주판알을 퉁기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구민주계 인사들은 열린우리당 출신 386인사들에게 밀려 ‘와해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구민주계 일부에서 “열린우리당 출신 인사들이 당을 변질시켰다”고 비꼬기도 했던 것.
따라서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은 이상 민주당이 호남을 대표하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결국 호남의 맹주 DJ의 힘이 절실한 시점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DJ의 막후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 이는 민주당이 이들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당내 묵은 갈증을 해소해 줄 유일한 탈출구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DJ 신당’ 창당설까지 나오고 있다.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거 살아남으면 정치 재개를 모색한 뒤 민주당이 사분오열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동교동계 인사들의 행보와 ‘정동영-DJ 연합설’ 등이 나오는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DJ다. DJ는 ‘야당 통합’을 강조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등을 맹비난했다. 노구를 이끌고 연일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J는 지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서로 화해 협력해 나가자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준수를 강조하는 북한이 그에 역행하는 비난을 일삼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며 “대북 대화의 길을 열려면 대북 삐라 살포를 중지시키고, 6·15, 10·4선언을 인정해야 한다. 두 선언을 수용하고 경제 프로젝트 등에 문제가 있으면 3차 정상회담 등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네르바 구속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민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건 어느 누구도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네르바가 그런 예측을 한 건 언론도 학자도 하고 있지 않나. 그 문제를 갖고 그렇게 구속할 정도라고는 국민 다수도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동교동계의 이 같은 움직임을 종합해 볼 때 ‘동교동계 부활’ 여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쉽게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4월 재보선에서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거 살아남는다면 동교동계 부활은 한층 탄력을 받을 뿐 아니라 민주당과 동교동계 간의 ‘신밀월’도 얼마든지 가능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동교동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