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보도> 이후…‘황하나-남양유업 수사’ 비스토리

직접 경찰 찾아간 회장님,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황하나 사건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남양유업이다. 기업 이미지는 실추됐고 관계 종사자들은 울상이다. 남양유업 회장은 ‘황하나 꼬리표 떼기’에 적극적이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고개를 숙이고, 경찰에 휴대전화를 제출하기도 했다.

▲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

지난 4월1일 <일요시사>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과 ‘봐주기 수사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일요시사> 1213호 재벌가라 덮었나?…남양유업 외손녀 황하나 마약 의혹 참조). 황씨는 2015년 대학생 조씨에게 필로폰을 건네고 함께 투약했다. 조씨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황씨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황씨는 대마초 흡연에 따른 기소유예 전력이 있었다. 봐주기 수사 의혹에 힘이 실렸다.

마약 투약
봐주기 수사

<일요시사>는 지난 4월2일 황씨의 ‘경찰 고위인사 인맥 과시’ 정황을 단독 보도했다(본지 1213호 ‘마약 의혹’ 황하나 “엄마가 뒤처리…아빠는 경찰청장 베프”). 수사기관의 비호 의혹이 골자였다.

황씨의 지인은 “황씨가 ‘우리 삼촌이랑 아빠는 경찰청장이랑 베프(베스트 프랜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씨의 외삼촌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다. 황씨를 향한 비판은 곧 남양유업으로 옮겨 붙었다.

남양유업은 곧바로 공식입장을 냈다. 남양유업은 이날 “황씨는 회사 경영과 무관하며, 황씨 일가족 누구도 회사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너 일가의 봐주기식 수사 의혹과 관련해 회사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남양유업은 “일부 언론에서 황씨를 고인이 되신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로 남양유업과 연관 지어 보도해 회사의 임직원, 대리점주, 낙농가 및 그 가족들까지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씨 개인과 관련한 내용을 남양유업과 결부해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지난 4월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으며 법원은 같은 달 6일 황씨를 구속했다. 황씨는 영장실질검사서 마약 투약 경위에 대해 ‘연예인 지인의 권유’라고 진술했다.

황 마약 사건…불똥 맞은 남양
봐주기 수사? 회사 거론돼 피해

남양유업은 지난 4월8일 두 번째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남양유업은 “최근 그릇된 행동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황씨가 돌아가신 홍두영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양유업 이름까지 연관돼 소비자 여러분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저희 역시 황씨가 엄정한 수사를 통해 공정하고 강력하게 처벌되기를 바란다”며 “황씨는 물론 그 일가족 중 누구도 남양유업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경영활동과도 무관하므로 남양유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일등 품질의 제품을 위해 노력하는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다시 한 번 소비자 여러분께 황씨 개인의 일탈은 남양유업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히며 안심하기를 당부한다”며 “남양유업은 지금까지처럼 오직 일등 품질로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한편 황씨의 연예인 지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가수 겸 배우이자 전 연인이었던 박유천씨였다. 박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마약 투약을 부인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반응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고 결국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같은 달 15일 황씨가 홍 회장을 언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MBC는 황씨의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 내용에 따르면 황씨는 2015년 “누구한테까지 지금 전달됐는지 알아? 남양유업 회장님”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지인에게 “이미 일은 커졌다” “회사와 부모님까지 들쑤셔놨는데 우리 쪽에서 어떻게 나갈 것 같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공식입장 2번
“관련 없다”

경찰은 지난 4월18일 황씨의 마약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2명을 직무유기로 입건했다. 이들은 당시 서울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으로 근무했다. 수사관들은 황씨를 단 한 차례도 부르지 않았다. 특히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대학생 조씨로부터 “황씨가 남양유업 회장의 손녀”라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은 가시화됐다. 황씨가 언급한 ‘회장님’과 재벌 3세라는 배경은 봐주기 수사 의혹에 불을 지폈다. 동시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거론되기도 했다.

홍 회장은 같은 달 20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자진 출두,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를 받았다. 황씨의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의중이었다.

조사 결과 홍 회장의 휴대전화에는 경찰 고위직과의 통화 내역이나 문자메시지가 오간 정황은 없었다. 황씨 가족들의 휴대전화서도 관련 증거는 없었다. 황씨가 언급했던 ‘경찰청장 베프’ ‘남양유업 회장님’은 과시용이었다는 것이다.

황씨는 지난 4월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황씨는 2015년 5월부터 9월까지 필로폰을 3차례 투약하고, 1차례 매수해 지인에게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해 4월 의사 처방전 없이 클로나제팜(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약품을 처방한 혐의도 받았다.

지난 6월5일 황씨의 1차 공판이 열렸다. 황씨는 이날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씨의 변호사 측은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으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같은 날 사과문을 발표했다.

홍 회장은 “최근 제 외조카 황하나가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홍 회장은 “친척이라 해도 친부모를 두고 직접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어, 외조카의 일탈을 바로잡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며 “결국 집안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제 탓”이라고 자책했다.


홍 회장은 “황하나는 제 친인척일 뿐 남양유업 경영이나 그 어떤 일에도 전혀 관계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일하는 남양유업 임직원과 대리점 및 남양유업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께도 누를 끼치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간곡히 국민 여러분과 남양유업에 깊은 사죄의 말씀과 용서를 구한다”며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겸손하게 사회적 책임과 도리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는 아니다”
자진 출두

지난달 17일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기자단에 호소문 메일을 발송했다. 황씨로 인해 종사자 모두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메일을 통해 “앞서 남양유업 회장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 바와 같이 황씨는 홍 회장 개인의 친인척일 뿐 남양유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수식어로 관련 없는 회사와 임직원들까지 소비자들로부터 비난받고 있으며 회사의 이미지 실추가 매출 감소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임직원들은 “회사의 위기는 임직원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며, 전국의 남양유업 납품 농가들과 대리점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평생의 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를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정직하게 일하는 남양유업 임직원과 수많은 원유납품농가, 대리점주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황씨는 지난달 19일 2차 공판서도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하면서도 옛 연인이었던 박씨의 일부 진술의 사실관계 재검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홍 회장 자진 출두, 휴대전화 포렌식까지 자청
수사 결과 ‘관련 없다’…회사도 ‘연관 없다’

황씨의 변호인 측은 “지난 3월 박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던 부분과 관련,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박씨 단독으로 투약했다”며 “지난 4월 수사기관서 제출된 증거자료를 다시 살펴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난 10일 결심공판서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이날 결심공판서 검찰은 “수차례 필로폰을 매수하고 투약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황씨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황씨는 이날 최후진술에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과거 잘못을 생각하면 수치스럽지만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황씨에 대한 결심공판은 오는 1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한편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입건됐던 경찰관 2명은 지난 11일 각각 기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박 경위는 직무유기·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2015년 황씨 관련 마약 사건에 연루된 인물 가운데 2명만 소환조사했다. 박 경위는 용역업체 공동 운영자인 A, B씨와 잘 아는 사이였다. 박 경위는 같은 해 9월 B씨로부터 마약 혐의 제보를 받았다. B씨는 자신의 애인 C씨에게서 ‘조씨에게 마약을 건네받아 투약했다’는 말을 들었다. B씨는 해당 내용을 박 경위에게 제보하면서 ‘조씨를 처벌하되 C씨는 선처를 받게 해달라’며 500만원과 함께 청탁했다.

의혹 경찰
검찰 송치

박 경위는 해당 사건을 맡아 조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사건에 연루된 황씨와 C씨 등은 사건을 불기소로 종결했다. 박 경위는 황씨가 남양유업 외손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따로 황씨 측과 연락하거나 특혜를 준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하나에 발목 잡힌 남양유업 대리점주

남양유업은 지난달 27일 양재동 대회의장서 대리점 상생회의를 개최했다. 상생회의는 동반성장 실현을 위해 현장의 애로 사항을 공유하고, 분기별 논의 안건을 개선해 영업정책에 반영하는 상생의결 기구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유업계 최초로 대리점 상생회의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6년간 총 21번의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임직원, 전국 대리점주 대표, 집행부 등 총 40여명이 모였다. 대리점 복지정책, 영업지원 개선사항 등 대리점 권익 개선안 32건 이행률 성과 발표 이후 황하나 이슈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한자리에 모인 전국 대리점주들은 “상생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품질 좋은 제품들이 악성 루머 때문에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남양유업 대리점으로서 당당하게 현장 영업을 하고 싶다” “최근 황씨의 일탈에 마치 회사가 관여된 것처럼 소비자들이 오해해 영업하기 너무 힘들다” 등의 고충을 토로했다.

남양유업 관계자에 따르면 한 경쟁업체 사장은 대리점주에게 비꼬는 말투로 “황하나 때문에 매출 떨어지지 않아요?”라고 묻거나 판촉사원들은 고객들로부터 “마약우유 판다”는 말을 듣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리점주들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황씨와의 무관성을 알려줄 것과 회사가 유업계 최초 대리점 자녀 장학금제도나 출산장려금제도 등을 홍보해 이미지 쇄신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남양유업 전국대리점협의회 집행부는 “회사가 안팎으로 힘든 상황서 우리 대리점들도 서로가 믿고 다같이 하나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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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