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결국 잡힌 ‘병풍사건 주역’ 김대업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7.08 09:51:34
  • 호수 12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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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꿨는데…초라한 말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대업씨가 도피 3년 만에 필리핀서 붙잡혔다. 사기전과로 수배 중이던 그는 3년간 해외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필리핀서 체포됐다. 김씨는 2002년 대선의 판도를 바꾼 ‘병풍(兵風)사건’의 주역이다.
 

▲ 병풍사건의 주역 김대업씨

지난 6월30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말라테에 있는 한 호텔 입구를 지키고 있던 한국 경찰이자 코리안데스크였던 권효상 경감은 호텔 로비서 휠체어를 탄 남성을 발견했다. 코리안데스크는 해외로 도피한 한국인 범죄자 검거나 한국인이 피해자인 사건의 범인 검거를 지원하기 위해 외국의 경찰청에 파견하는 경찰관이다. 필리핀에는 2012년 처음 코리안데스크가 파견됐다. 현재 필리핀에 6명, 베트남에 4명의 코리안데스크가 있다.  

수사 중 
돌연 잠적

권 경감이 6개월간 행방을 쫓아왔던 김대업씨였다. 2002년 대선 당시 병풍사건을 일으켰던 바로 그 ‘김대업’이다. 권 경감이 ‘김대업이 말라테 인근을 돌아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달 초중순이었다. 수차례 탐문에도 김씨를 찾지 못하던 중 현지 정보원으로부터 새 정보가 들어왔다. 그가 말라테의 한 호텔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김씨는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2016년 10월 필리핀으로 달아났다. 3년 가까이 이어진 도피생활 탓인지 검게 그을린 김씨의 얼굴은 도피 전과 많이 달랐다. 하지만 권 경감은 휠체어를 보고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현지서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가 허리는 약간 구부정해졌고,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 경감은 현장에 함께 있던 필리핀 이민청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호텔 앞에서 택시를 잡으려던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와 휠체어를 밀어주던 한국인 남성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급하게 택시를 잡는 등 도주하려는 낌새를 보였다고 한다. 

권 경감이 “김대업씨 맞느냐”고 묻자, 김씨는 “맞다”고 한 뒤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권 경감은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협조요청을 거절하던 현지 이민청을 가까스로 설득한 끝에 체포에 성공할 수 있었다. 

체포될 당시 김씨는 짙은 색 러닝셔츠에 체크무늬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발 전체가 퉁퉁 부어 있었고, 혈색도 어두웠다고 한다. 김씨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휠체어와 지팡이가 없으면 스스로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2년 대선 당시 ‘병풍사건’ 주인공
이회창 장남 돈 주고 군면제 의혹 폭로

김씨는 도피 기간 중 사업을 벌이거나 특별한 직업은 갖지 않았다. 도피 이후 여권이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세였고, 현지 관광객인 것처럼 카지노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카지노와 유흥가가 밀집한 말라테에는 한인 밀집지역이 있다. 숙소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주로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했다고 한다. 

그는 필리핀서 한동안 한국인 남녀와 콘도에 함께 머물렀다. 돈을 받고 김씨를 돌봐주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에서 “그 사람들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돈도 뺏겼고, 그들이 내 휴대폰도 부숴버렸다. 그래서 지금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호텔서도 그는 채 하루를 머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조력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강원랜드 등의 CCTV 교체 사업권을 따주겠다며 CCTV 업체 영업이사로부터 2011∼2013년 3차례에 걸쳐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피소당했다. 김씨는 사기 등 10건에 대한 A급 지명수배를 받고 있었다.


서울남부지검은 2016년 6월 김씨가 환청, 불안, 심장 스텐트 시술 등을 호소하자 그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김씨가 회복할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검찰 출석 일정을 3차례 연기한 뒤, 같은 해 10월 국내를 빠져나갔다. 

검찰은 김씨의 출국 사실을 뒤늦게 알고 2016년 12월 기소중지 처분과 동시에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내로 소환을 시도했지만, 이미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검찰은 2017년 1월16일 김씨에 대해 사기 등 10건에 대한 A급 지명수배를 내리고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했으며, 같은 해 1월23일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필리핀 마닐라 인터폴 코리안데스크에 김씨의 소재 확인과 검거를 지시했다.

도피 3년 만에 
필리핀서 체포

이후 지난해 11월 수원지검도 김씨에 대해 게임산업진흥법 위반·방조 혐의로 별건 수배를 경찰에 요청했다. 경찰은 신원과 소재확인 목적을 위한 청색수배를 요청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런데도 김씨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김씨가 말라테에 자주 나타난다는 첩보가 권 경감의 귀에 들어온 것이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지난 2일 “말라테의 한 호텔서 필리핀 이민청과 코리안데스크가 공조해 김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김씨를 국내로 데려오기까지는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2013년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형의 집행유예로 그는 보호관찰 대상이었다. 그가 해외로 도피하면서 보호관찰 의무를 준수할 수 없어 지난해 집행유예가 취소됐다. 이에 따라 그는 국내로 송환되면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는 별도로 받게 된다.
 

▲ 검찰 출두 중인 김대업씨

경찰에 체포된 직후 김씨는 “옛날에 내가 이회창씨 사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 유명한 병풍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군 부사관 출신인 그는 2002년 대선 직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장남이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이른바 ‘병풍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이 의혹으로 타격을 입은 이회창 후보는 당시 대선서 패배했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일부 민주당 인사는 그를 ‘의인’이라고 했지만 그의 폭로는 모두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대선이 끝난 뒤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징역형을 살았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열린 뒤 병적 기록이 파기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3∼4일 “한나라당이 제3자에게 돈을 주고,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병역 관계자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김대업 녹음 테이프’가 조작됐다는 거짓 진술을 시키려 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표가 위·변조됐으며, 불법 병역 면제를 은폐하려는 대책회의가 열렸고, 신검 부표를 고의적으로 파기했다는 주장이었다. 김씨는 같은 해 7월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이회장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받아 당시 민주당 등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를 집중 공격했다. 

당시 병풍사건으로 불린 이 폭로는 대선 판도를 크게 흔들었다. 그러나 김씨는 대선 후 폭로와 관련해 명예훼손과 공무원 사칭, 무고 등 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당시 법원은 김씨의 제보와 언론 보도에 대해 “내용이 진실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얼마 남지 않은 대선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겠다는 현실적인 악의가 존재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보도로 한나라당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고 그 영향이 16대 대선서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음이 명백하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당시 의혹을 제기한 두 언론사에게는 한나라당 측에 1억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병풍사건의 첫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확정한 것이다. 병풍사건 전체가 조작된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은 판결문에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첫 보도가 오보로 밝혀짐으로써 이 사건 전체가 허구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암시됐다.

대선 뒤집은 
병역 브로커 

이 사건의 원심 판결문도 “2002년 8월에서 9월경 사이에 실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병역비리 의혹으로 인해 최대 11.8%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시했다. 

야당 후보로서 대통령 재수에 나섰던 이회창 후보는 ‘대세론’을 업고 타 경쟁자를 압도했다. 하지만 김씨의 허위 폭로로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에 휩쓸리면서 상대 후보자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KBS는 <9시 뉴스>서 이 사건에 대해 80여차례에 거쳐 집중 방송하는 등 이회창 후보에 타격을 가했다. 이후 지지율이 일거에 11%나 빠졌다. 

제15대 대선 당시 병풍이 교묘하게 병역을 기피했다는 ‘편법’ 시비라면 16대는 ‘탈법’으로 강도를 높였다는 점이 다르다.


김씨는 수감자 신분이면서 서울지검서 8개월 동안 수사관 행세를 하고 검찰 기자실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야당은 당시 김씨의 배후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행위가 최고 권력의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김씨는 대선이 끝난 후 대법원 재판서 명예훼손 및 무고, 검찰수사관 사칭 등의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징역 1년10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04년 10월30일 잔여형기 1개월을 남기고, 1년 9개월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김씨는 출소한 이후에도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은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다녔다. 김씨의 허위 폭로의 최대 수혜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최한 ‘대선 승리 4주년’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기 수배 중 3년간 해외 도피
첩보 입수한 파견 경찰에 덜미

김씨는 이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정치권의 논리에 의해 힘이 없어 감옥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은 병풍과 관련해 ‘청문회를 하자’ ‘국정감사를 하자’면서도 내가 나서겠다고 하면 안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걸 알고 있다”며 “병역 부분만 빼면 개인적으로 그분에게 미안한 감정이 왜 없겠나”고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전과 후에 김씨를 2차례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노무현정권 말기 그에 대한 사면 시도가 있었지만, 법무부의 강한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사면이 무산되자 병풍의 내막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실행으로 옮기진 않았다. 

2008년 1월에는 전년도 연말 사면대상서 제외되자 언론과 접촉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며 “조만간 그들의 이중적인 행동과 실상을 폭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2004년 10월30일 출소 후에도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질렀는데 사실 병풍사건 이전에도 이미 사기 등 전과 5범이었다. 

2004년 12월에는 초등학교 동창생에게 접근해 개발 예정지를 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1억1000만원짜리 땅을 3억8000만원에 사도록 하고, 차익 2억7000만 원은 본인이 챙겼다는 혐의도 받았다. 김씨는 동창에게 “내가 국가정보원서 일하는데 정부가 경기도 연천에 문화관광단지를 세운다고 한다”며 “땅을 사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경찰에서 불구속 입건으로 검찰에 송치된 뒤 보강 수사를 받던 중 잠적했다. 그러다가 2008년 4월 서울서 경찰의 일제 교통단속에 걸려 체포됐다. 결국 김씨는 2008년 5월 1심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다시 수감생활을 했다.    

오랜 도피로 
건강에 이상

이 외에도 경찰이 수사 중인 음주운전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지인에게 800만원을 받아 기소됐다. 경기도 광명서 동업자와 함께 불법 사행성 오락실을 운영해 체포되기도 했다. 이미 전과 9범인 그는 또다시 사기 사건에 연루돼 필리핀으로 3년간 도피했지만 결국 체포됐다. 

7년 전인 2012년에는 당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서 “안철수씨나 나나 친노에게 이용만 당했다”며 “(친노 세력이)결국 안철수를 중간에 놓고 쥐고 흔든 거다. 안씨나 나나 동병상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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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