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언론사 ‘미묘한 케미’ 내막

공생이냐 기생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 등 중견건설사가 올해 들어 언론사 인수합병시장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미 지역언론사를 가지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은 하나둘씩 중앙언론사로 언론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건설사들이 언론사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 호반건설

지난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중흥건설·부영은 지역언론사서 중앙언론사로 언론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중견건설사로 꼽혔다.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은 최근 <서울신문>의 주요 주주로 등극했다.

잇달아 인수

지난 25일 <서울신문> 노조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포스코가 보유한 <서울신문>의 지분 19.4% 전량을 인수해 3대 주주가 됐다. <서울신문>의 최대주주는 기획재정부로 30.49%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사주조합이 29.01%, KBS가 8.08%를 갖고 있다.

<서울신문>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호반건설이 사전 고지 없이 <서울신문> 지분을 대량 인수한 데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신문>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건설사가 20%도 안 되는 언론사의 지분만 갖고자 자금을 투자할 이유는 없다”며 “나머지 지분을 매입해 끝내는 경영권을 쥐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거나 암묵적으로 승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이번 지분 인수가 <서울신문>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단순한 지분 취득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은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부영은 2017년 제주지역 신문인 <한라일보>와 인천지역 신문인 <인천일보>를 각각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부영의 경우 최근 경제신문 <머니투데이>, 통신사 뉴스1과 뉴시스 등을 운영하는 머니투데이그룹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중흥건설은 중앙언론사 인수를 성사했다. 중흥건설은 2017년 광주전남 지역지 <남도일보>를 인수한 데 이어 그해 <서울신문>을 인수하고, ‘이코노미서울’이란 전국 경제지의 창간을 추진하기도 했다.

건설사들 언론사업 진출 이유?
“사업 다각화”…진짜 속내는?

그러나 <서울신문> 내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가 이번에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발간하는 헤럴드 인수로 중앙언론에 진출하게 됐다. 

중견건설사가 중앙언론사를 인수한 것은 중흥건설이 처음이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건설사업 외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에도 늘 열려 있었다”며 “헤럴드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선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은 최근 빠른 성장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현금성 자산으로 언론사업 확대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는 호반그룹, 중흥그룹, 부영그룹은 2018년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각각 8794억원, 9983억원, 5065억원 보유하고 있다.
 

▲ 부영건설과 중흥건설

호반건설은 경기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 아파트부지를 적극 매입하는 전략, 중흥건설은 세종시 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전략, 부영은 임대아파트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2010년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이들은 2010년만 해도 국토교통부의 시공능력 평가순위에서 50위권 밖 건설사였지만, 2018년 20위권 안에 주요 계열사의 이름을 여럿 올린 탄탄한 중견건설사로 성장했다. 이들은 2018년 말 기준 자산규모가 모두 5조원이 넘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선정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은 언론사업에 진출한 이유로 하나같이 사업 다각화를 내세우고 있다.

중앙언론사를 보유한 중견건설사 가운데 태영건설도 빼놓을 수 없다. 태영건설은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중앙 방송사인 SBS를 지배하고 있다. 다만 태영건설은 인수합병이 아닌 1990년 출범 때부터 SBS를 보유하고 있다. 

SBS 최대주주 태영건설은 넥센(39.44%)이 최대주주인 경남방송(KNN)에도 지분 6.30%를 소유하고 있다. 강원민방(G1)에도 최대주주 SG건설(40%), 강릉콜택시(7.50%)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7.00%의 지분을 보유했다.

기를 쓰고 덤비는
노림수 따로 있다?

중견건설사는 주택사업을 중심에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해외진출이 쉽지 않다. 대기업에 속한 건설사처럼 계열사의 공사물량을 받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주택시장이 포화한 상황서 중견건설사에게 사업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다. 언론사업 확대 역시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내에는 언론사를 보유해 본업인 건설사업과 시너지를 내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건설사들이 방송사를 탐내는 이유에 대해 “지방 건설사는 지역 내에서 주택사업으로 입지를 다져 사세를 키우는 것이 기본인데, 방송사를 소유할 경우 홍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건설업은 타 업종에 비해 민원이 많은 편인데 방송사를 소유하면 방패막이로 사용할 수 있다”며 “공공입찰 때 보이지 않게 소속 언론사를 통해 압력을 행사해 사업권을 따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은 건설현장 사고나 부실시공 등에서 자유롭지 못해 언론사와 불편한 관계에 놓일 때가 종종 있는데, 언론사를 직접 소유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비판의 날이 더뎌질 수 있다. 언론사가 진행하는 문화행사, 지역행사 등을 통해 건설사의 투박한 이미지를 완화할 수도 있다.


또 중앙언론사를 소유하게 되면 정관계로 자연스럽게 인맥을 넓힐 수 있어 이에 따라 공사발주 정보 수집을 비롯해 건설사업의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왜 열 올리나?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건설사 회장이 지역상공회의소 회장을 자주 맡는 것도 지역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명예를 얻는 동시에 인맥 형성을 위한 측면도 있다”며 “중앙언론사 사주는 명예와 인맥이 함께 따라오는 만큼 중견건설사 회장이 욕심을 낼 만한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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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