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나경원 리더십

논리도 줏대도 없는 ‘나다르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지난 24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국회 정상화는 물꼬를 트는 듯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국당 의원총회서 “얻은 게 없다”는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합의문 추인을 거부하면서 국회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안팎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 그의 리더십을 <일요시사>가 재조명했다.
 

▲ 최근 여야가 합의했던 국회 정상화 합의문이 야당에 의해 어그러지는 등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 소속 여성 의원 중 최다선인 4선 의원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 판사 출신으로 2004년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보수 진영 ‘최초 여성 원내사령탑’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잘 닦인 ‘꽃길’만 걸을 것 같던 그녀가 최근 딜레마에 빠졌다.

극적인 합의
허무한 파기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평화당, 정의당은 6월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공전 국회를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의견들이 작용했다. 한국당과의 협상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단 국회 문을 열고 각 상임위원회를 가동해 한국당을 압박하고자 함이었다.

‘반쪽 국회’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추경안 처리의 경우 한국당의 협조 없이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추경안을 심사하는 예결위가 지난 5월29일에 종료됐기에 4기 예결위를 새로 구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한국당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추경안은 ‘자동 부의’ 규정도 없다. 예결위의 심사를 거치지 않으면 본회의에 상정조차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한국당은 정상화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사과·철회에 경제청문회까지 추가해 내세운 상황이었다.


국민들의 공분과 여야 4당의 초강수에 나 원내대표가 압박을 느껴서였을까. 지난 24일 오후 3시,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던 교섭단체 3당은 극적으로 합의했다. 지난 4월5일 열린 마지막 본회의 이후 80일 만이었다. 합의된 회기 기간은 6월20일(목)부터 7월19일(금)까지 30일로 국무총리 시정연설과 상임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 추경 심사, 대정부 질부 등 굵직한 계획들이 예정됐다.

급한 재해 추경은 우선 심사하기로 하고, 한국당이 요구했던 경제청문회는 경제원탁토론회 형식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이외에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처리건도 포함됐다.

하지만 같은 날 5시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이 예정돼있음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보좌관들과 기자들 사이서 ‘한국당 합의안 추인 거부’라는 문자가 돌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당 의원들의 좌석은 비워둔 채 시정연설이 진행됐다.

한국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합의 이후 진행된 비공개 의원총회서 국회 정상화 합의문에 거세게 반발했다. “그동안 힘들게 투쟁했는데 얻는 게 없는 합의”라며 “장외투쟁을 포함해 두 달 동안 버티며 협상한 결과가 원탁경제회의 개최에 그쳤다” “장외투쟁은 뭐하러 했느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당내 의원들의 박수가 이어졌다는 후문도 뒤따랐다.

‘이랬다 저랬다’ 휴지조각 된 합의안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국회는 앞으로?

의원총회의 가장 큰 논쟁은 ‘패스트트랙 법안은 각 당의 법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합의 조건이었다. 패스트트랙 지정 전면 철회와 여당의 사과를 요구했던 한국당의 입장과 달리, 합의 정신에 따른다는 문구는 조항 구속력이 떨어지고 모호하다는 것이다.


자칫 패스트트랙 법안을 엉거주춤하게 승인하는 결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서 나왔다고 한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안 관련 조항을 처리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패스트트랙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협상했으면서 5·18특별법에 관해서는 민주당과 바미당의 입장만 들어준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유감 표명 역시 화두가 됐다.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사과 요구에 따라 이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추진과정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 국회가 파행 사태를 반복한 것에 대해서 아주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의원총회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나 원내대표는 “합의 처리에 대한 말을 한 이 원내대표 결단에 감사하고 이제 국회로 돌아가 합의정신을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응했다. 하지만 당원들의 입장은 달랐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 없이 유감 표명 수준의 여당 입장을 수용한 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나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 가져온 합의문이 추인 거부된 것은 패스트트랙 정국 때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고소·고발당한 의원들의 반발이 결정적이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의원총회서 발언한 한국당 강석호·곽대훈·김기선·박성중·심재철·윤상직·임이자·주광덕·전희경·함진규·홍일표 등 10명이 넘는 의원들은 모두 추인 반대 의견을 냈다고 전해졌다.

이 중 한국당 박성중·윤상직·주광덕·전희경 의원은 현재 고소·고발된 상태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60명이 고발되고 두 달 동안 밖에서 싸웠는데 그동안 싸운 것은 뭐냐”며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기지 못했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당은 고소·고발 당사자인 민주당으로부터 패스트트랙이 잘못됐다는 부당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국회법 위반으로 수사받을 의원들이 자행한 불법 행위에 정당성을 가지고자 하는 마음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총 내에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부분이 합의안에 들어갔어야 되는데, 그게 빠진 게 결정적으로 당 의총서 추인이 거부된 이유라는 추측들도 나온다.

피소 의원들
강력히 반대

이를 두고 한국당 황영철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고소·고발과 관련된 합의안이 누락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주 극소수”였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어 황 의원은“정치의 틀을 바꾸는 것인데, 이런 중요한 법안들이 일방 처리되는 것만큼은 도저히 우리가 용인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재발 방지가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게 추인을 거부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간 합의안이 2시간 만에 물거품이 되면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당 안팎으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과 협상력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면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모양새다. 이에 나 원내대표의 당내 입지는 물론, 앞으로 나 원내대표의 세력 확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 소속 모 의원은 “합의문이 허접한 것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버티기로 일관하다 왜 끌려들어 가느냐에 의견이 모아졌다”며 “중진, 재선 의원도 한목소리로 나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잘못됐다는 점을 강조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 합의문 발표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또 다른 의원은 “합의문을 만드는 과정서 당과 당원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우려한 의원이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가 물밑에서 당내 의원들이 요구했던 요구사항들을 전혀 관철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이 외에도 ‘북한 어선 입항 사건’과 ‘붉은 수돗물 사태’ 등 당정청과 다투어야 할 사안들이 투성인데, 나 원내대표를 믿고 맡길 수 있겠냐는 당내 불신의 목소리가 계속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나 원내대표는 최근 협상 과정서 일관적인 태도보다는 주변에 흔들리는 모습을 여럿 보였다. 여당과 의견이 좁혀질 때마다 경제청문회와 같은 요구 조건을 추가로 내놓다가, 경제원탁토론회로 양보한 뒤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내년 총선
두렵지 않나

이후 나 원내대표는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합의안이 거부되자,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여당에 다시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원내대표의 “재협상은 꿈도 꾸지 마라”는 발언에 나 원내대표는 “정치는 꿈과 상상력을 키워가는 과정인데 꿈도 꾸지 말라니. 어이가 없다”며 이 원내대표를 비난하고 나섰다.


YTN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합의문 추인을 거부한 것은 사실상 나 원내대표를 불신임한 것”이라며 “한국당 분위기는 원내대표를 비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도 “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강경파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는 스스로 추인을 안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며 “그 리더십이 얼마나 옹색하고 유약한지 온 국민이 알게 됐다”며 나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나 원내대표와 앞으로 협상해야 하는 민주당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민주당 내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또 그가 협상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지도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 대화 나누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지도부에 소속된 한 민주당 의원은 “협상을 우리가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원내대표는 권한을 위임받고 협상을 해서 인정을 받는 것인데, 합의를 했는데도 인정을 못받는 상황이 생겼으니 또 협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강경파가 있고 의원 총회하면 여러 의견도 나온다”며 “그럼에도 원내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에 추인을 해주는 것인데, 그런 측면서 앞으로 나 원내대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실컷 협상했는데 또 뒤집히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성토했다.

다른 일각에선 이번 합의문은 무산됐지만, 앞으로도 수많은 현안을 협의해야 할 주요 파트너를 무리하게 공격하면 손해가 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제1야당을 아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현실적 우려가 바탕에 깔렸다.

정치 혐오만 양산
민주당도 딜레마

나 원내대표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 정치인’이지만, 원내대표 취임 시절부터 당내에서는 그의 협상력과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따라다녔다.

지난 1월에는 한국당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과 관련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시켰지만, 제대로 추긍하지 못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을 받았다. 이어 한국당의 ‘릴레이 단식 농성’은 ‘5시간30분 단식’과 ‘간헐적 단식’ 으로 정치권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의 협상력과 리더십의 한계는 ‘당내 약한 지지기반’에 기인한다. 그는 지지율 하락 등을 우려해 국회 등원을 내심 원했던 수도권 지역 의원들, 비박계 온건파와 강경파인 친박계 사이서 어중간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중진의원임에도 지금까지 원내 협상을 맡은 경험이 전무한 것도 협상력 부재의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이번 협상 과정서 나 원내대표가 카운터 파트너인 민주당 이 원내대표와 맞붙어 상대하기보다는 ‘중재자’인 바미당 오 원내대표에게 많이 의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가 이 원내대표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오 원내대표에게 여러 차례 호소했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대정부 공세의 장으로 활용할 만한 상임위에만 참가하겠다는 한국당에게 “한국당의 선별 등원은 독선적일 뿐만 아니라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만 계속하겠다는 ‘민생 불참 선언’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지난 28일, 백기 투항해 국회로 돌아왔지만 지난 국회 정상화 부결로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당
이대로 쭉?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나경원 원내지도부만 망신당한 게 아니다”며 “당심이 민심과 굉장한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한국당 스스로 드러낸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당은 ‘동물국회’ ‘선별국회’ ‘막말정치’ 등 정치에 대한 국민의 환멸과 혐오를 부추긴 책임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극복해야 하는 중책까지 떠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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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