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한국당 대정부 투쟁 플랜

‘남발’ 불발탄 청와대에 재투척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지난 18일, 자유한국당은 국회서 ‘2020 경제대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본격적으로 한국당이 총선을 위한 대장정에 나선 것이다. 토론회에선 내년 총선 공약의 바탕이 될 ‘경제’ 키워드들이 여럿 나왔다. 한국당이 그릴 큰 그림은 무엇이 될지 <일요시사>가 미리 그려봤다.
 

▲ 경제분야서 사생결단에 나선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행사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일요시사>를 통해 “2020경제대전환위원회(이하 경대위)는 내년 총선을 위해 한국당 공약을 만드는 위원회”라며 “18일 열리는 첫 공식 토론회서 한국당이 문재인정부를 상대로 공격 포인트로 삼을 키워드가 모두 나온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은 물론 민주노총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
문제점 지적

한국당은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서 토론회를 열고 경제대전환 프로젝트에 시발점을 찍었다. 경대위 위원장을 맡은 한국당 김광림 의원은 경제 정책에 한국당의 가치를 녹여 9월 정기국회 전에 성과를 내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행 베네수엘라호 열차서 지금 당장 내려야 한다”며 “운동권 이념에 갇힌 청와대가 우리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있다”고 문정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경대위는 2020 경제 비전을 ‘희망을 살리는 경제’와 ‘미래를 약속하는 경제’로 삼았다. 정책 과제를 ▲활기찬 시장경제 ▲공정한 시정경제 ▲따뜻한 시장경제 ▲상생하는 노사관계로 정하고 각 비전을 목표로 하는 분과위원회를 세웠다.

토론회에서는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활기찬 시장경제 분과위원장),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공정한 시장경제 분과위원장),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따뜻한 시장경제 분과위원장), 김태기 단국대 교수(상생하는 노사관계 분과위원장),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총괄비전 2020 분과위원장)이 직접 발제해 발표에 나섰다.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 복거일 사회평론가,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종합토론자로 참석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대전환을 위한 한국당의 원대한 첫 걸음이 시작되는 날”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수구 좌파적 경제 폭정에 종언을 고하고, 대한민국 경제와 민생을 새롭게 일으킨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 공약될 경제 키워드
공격 '큰 그림’미리 그려 보니…

이어 황 대표는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의 활력성을 강조하고, 상생의 노동개혁으로 일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내보였다. 향후 제1보수 야당으로서 강력한 시장 친화적 공약을 내세우고, 민노총을 견제할 공약들을 내세울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가짜 공정’이 아닌 ‘진짜 공정’을 강조하며 지속가능한 복지를 펼치겠다는 언급도 놓치지 않았다. 황 대표는 활력·상생·공정·지속가능 4가지를 강조하며 대한민국 경제와 민생을 반드시 다시 일으켜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현장에 참석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기업의 자유를 허하고, 노동의 자유를 허하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하게 하고, 그리고 기업하고 싶은 사람은 기업하게 하는 그런 자유를 허한다면 대한민국 경제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강조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나 원내대표가 제안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법’에 큰 관심을 보였다. 나 원내대표가 제안한 법은 주52시간 근무제와 대척점에 있다. 내년 총선서 주52시간 근무제 폐지가 한국당의 ‘큰 공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파이팅 외치는 ‘2020 경제대전환 어떻게할 것인가 토론회’ 참석자들

경대위의 전신인 ‘한국당 문정권 경제실정백서 특별위원회’는 지난 달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문정권 경제실정 징비록>을 출간했다. 징비록은 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근로 시간 단축 ▲최저 임금 인상 ▲친노조·반기업 ▲비정규직 제로 ▲복지 포퓰리즘 ▲탈원전 ▲미세 먼지 대책 ▲4대강 보 해체 ▲문재인 케어등을 경제실정으로 꼽았다.

징비록에선 특히 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폐기가 답’이라고 지적했다. 문정부의 경제정책이 근원적 오류라는 것이다. 아울러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일자리를 초토화시켜 고용절벽을 가져왔고 동시에 최악의 소득분배 악화를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대위는 경제의 고비용-저효율의 원인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로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생산성이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고비용 구조는 생산 자체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생산 외적 비용이 폭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시장 친화적
친기업 정책

상생하는 노사관계 분과위원장을 맡은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불평등을 해소한다고 최저임금을 50% 폭증시켰다”며 일자리를 파괴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최저임금제도와 주52시간 근무제를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문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맞서는 중이다.

지난 17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 소득격차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서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지난해 가계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고 민간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는 등 소득주도성장은 분명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댇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진영 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국당의 소득주도성장 폐기 공약이 총선 전에 얼마나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인 윤창현 활기찬 시장경제 분과위원장은 시장과 경제의 자유를 강조했다. 그는 “시장서 결정된 것을 ‘괴물’로 보지 말아야 한다”며 시장은 국민이 열심히 노력해서 형성된 것임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노동과 자본을 나눠서 생각하지 말고 결합해야 한다”며 “친노동은 반자본이고 반기업이라고 하는 생각이 많은 문제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나친 임금 상승이 고용 억제를 낳는 흐름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김 교수와 마찬가지로 한국당이 소득주도성장의 폐기와 전면 수정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도 자유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기업의 사업 확대와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공무원 증원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인구는 감소 중이고 공기업은 적자인데 공무원을 늘리거나 임금을 올리면 대량 실업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공정한 시장경제 분과위원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법을 개편함으로써 기업인이 경영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민노총 견제
끝없는 평행

경영판단의 원칙을 도입해 기업가의 경영판단이 있을 경우엔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도록 법률을 개편하고 사업장서 인명사고가 일어날 경우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대표자를 징역형에 처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편하자는 게 대표적인 예다.

최광 전 복지부장관은 ‘국내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내세웠다. 세계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시키기 위해서는 경제 정책의 초점을 기업의 투자활성화에 맞추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또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규제 혁파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이 날 토론서 김 교수가 가장 힘 있게 말한 부분은 ‘노동’ 부분이다. 90% 서민 노동자가 중산층이 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스트 87체제 구축: 노조 중심서 근로자 중심으로 ▲기울어진 정책무대 바로잡기: 노동기본권과 공익의 조화 ▲노동정치 바로잡기: 90% 서민 노동자 대변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김 교수는 문정부의 경제 정책이 10%의 특권 노동자에게 집중됐다며 민노총의 입김을 경계했다. 그는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엔 민노총이 있고, 대통령도 민노총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라 민노총의 간부가 경찰을 폭행해도 정부는 눈을 감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제도와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가 노조의 눈치를 보는 일을 우려했다.


한국당과 민노총은 계속해서 갈등을 벌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월27일 한국당 전당대회서의 충돌이었다. 당시 민노총은 한국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당시 황 대표는 “문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민노총의 눈치만 살펴보고 있다”며 “정부가 민노총과 절연하더라도 나라를 살리는 노동개혁의 길로 하루 속히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52시간 맹공 예고
이제 기업이 행복한 나라로?

민노총은 지난 3월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겠다며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서 민노총 일부 조합원은 국회 철제 담장을 무너뜨리며 경찰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을 포함해 조합원 총 25명은 공동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현장서 체포됐다.

한국당은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에 나경원 원내대표는 탈원전 정책을 두고 “대통령이 계속해서 이 부분에 대해 입장을 수정하시지 않는다면 우리가 에너지법을 개정할 것”이라며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한국당은 토론회 전날인 지난 17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본사를 직접 찾아가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적했다. 이날 한국당 박맹우 의원은 “원자력 발전을 배제하고 전기요금 원가를 맞추려니 한전이 힘들 수밖에 없다”며 “한전 적자의 주요인인 전력구입비를 낮추기 위해선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2018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60조6276억원에 2080여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한전은 적자 전환의 주된 원인을 ‘국제 연료가격 급등’으로 꼽았지만, 일각에선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후유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날 토론서도 탈원전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였다. 윤 교수는 원전산업의 오랜 노하우와 기술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자산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한전 적자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서 에너지 안보를 위해 탈원전의 중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며 문정부의 정책에 각을 세웠다.

한전 적자
탈원전 먹잇감

복거일 사회평론가는 마지막 종합 토론서 "경제 정책을 논의 할 때 기본적 가정이 되는 것은 이념으로 모든 경제 정책들은 이념적 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 정책들을 다룰 때 이념적 뿌리를 살피는 일은 문정부의 이념이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인 자유주의에 대립하는 전체주의라는 사실 때문에 중요하다”며 “문정부는 전체주의에 뿌리를 둔 정책들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20경제대전환위원회 전환점과 목표는?

경대위의 대전환 지점은 크게 6가지였다. ▲국가 중심주의서 시장 중심주의로 전환 ▲소득주도성장 정책서 혁신투자견인성장 정책으로 전환 ▲기업과 노동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서 균형 있는 정책으로 전환 ▲재정위기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조세 재정 정책으로 전환 ▲무리한 탈원전, 4대강 보 파괴 등 국가 경제의 기본 인프라 파괴서 기본 인프라 강화로 정책 전환 ▲사전적인 대처로 위기를 예방하는 정책으로 대외정책 전환이다.

정책방향 대전환 프로젝트는 성장률 2% 내외서 4∼5%를, GDP와 1인당 GDP 전망은 각각 2조달러와 5만 달러 달성으로 봤다.

취업자 증가수는 40만 명 내외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고용률 전망은 60% 중반대 달성으로 전망하며 한국의 GDP 세계 순위가 10위권으로 도약하는 장밋빛 미래를 희망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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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