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후폭풍 검찰발 정계개편설 
패스트트랙 후폭풍 검찰발 정계개편설 
  • 박창민 기자
  • 승인 2019.06.17 12:09
  • 호수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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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100명 볼모로 여의도 쥐락펴락?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회 패스트트랙 갈등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검찰에 칼자루를 쥐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 고소·고발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만 100명에 달한다. 법조계에선 국회선진화법 첫 사건인 만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전망했다. 일명 ‘검찰발 정계개편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국회 몸싸움 이후 고소·고발된 14건은 모두 서울남부지검 공안부서 수사한다. 남부지검에 따르면 기존에 형사부에 배당됐던 6건의 사건도 공안부로 재배당됐다.

국회선진화법 
첫 적용 사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29일 자정을 전후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합의한 선거제 및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거세게 반대하며 법안 제출부터 회의 진행까지 막아섰고 여야 간 고성에 막말, 몸싸움으로 극한 대치를 벌였다. 이 과정서 여야 의원들은 서로 “폭력 국회를 만들었다”며 수십명의 의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여기에는 보좌진과 당직자들도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정의당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을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당도 홍영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을 공동상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모욕죄로 고발했다. 

앞서 고발사건 6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접수됐으나 대검찰청은 국회의원들의 다툼이 발생한 곳인 국회가 서울 영등포구 소재인 만큼 해당 관할지인 서울남부지검으로 사건을 모두 보냈다.

칼자루 쥔 검…한국당 발목 잡나
고소·고발 97명 중 60명 넘어

검찰은 해당 사건을 다시 경찰에 맡겼다. 남부지검은 국회 패스트트랙 대치와 관련해 국회법선진화법위반,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등 고소·고발 사건을 영등포경찰서에 수사 지휘 중이다. 지난 10일 경찰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42명을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정의당 관계자를 조사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관련 사건으로 고소·고발된 국회의원 수는 무려 97명에 달한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의원이 25명, 한국당 의원이 62명,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7명, 정의당 2명, 무소속 1명 등이다. 여야 의원 다수가 얽혀 있는 이번 사건은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치권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2014년 처음 시행된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했는지의 여부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은 형이 무겁고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 법 위반 혐의에 관한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며,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여야 합의로 개정된 국회법 165조(국회 회의 방해 금지)와 166조(국회 회의 방해죄)를 가리킨다. 

국회선진화법에서는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서 폭행·감금하면 징역 5년 이하나 벌금 1000만원 이하, 그 과정서 사람이 다치거나 서류 등이 손상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은 5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과 함께 5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10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공안부 배당
수사에 착수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처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동물국회’를 방지하기 위해 2014년도부터 시행됐으며, 검찰은 최초로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국회의원들을 수사하게 된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한 정황은 언론 등을 통해 영상이 공개 바 있다. 이 과정서 한국당 의원들과 관계자들은 의안과 사무실 팩스기기로 접수된 법안 서류를 가로채고 팩스 기기를 부수는가 하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컴퓨터 모니터도 못 쓰게 하는 등 몸으로 법안 발의를 막고 나섰다.

법조계에선 당시 영상 등을 보며 이들의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국회서 제출받은 CCTV 자료를 분석해 당시 의사 진행 방해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증거로 제출된 CCTV 분량만 210GB(기가바이트) 분량으로 이는 영화 100편 분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당시 국회의원들이 국회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영상은 아마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결정적인 영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미당 사법개혁특위 위원이었던 채이배 의원의 감금 사건이다. 지난 4월25일 오전 9시부터 약 6시간 동안 한국당 의원 11명은 채 의원의 사무실에 머물며 채 의원의 국회사개특위 전체 회의 출석을 막았다. 한국당 엄용수·이종배·김정재·민경욱·박성중·백승주·송언석·이양수·정갑윤·여상규 의원 등은 문 앞을 막아 채 의원의 의사 진행을 방해했다.

3명 중 1명꼴
유죄 확정되면?

정 의원과 여 의원은 의원실 소파를 문 앞으로 옮겨 막기까지 했다. 이은재 의원의 경우 국회 의안과에 팩스로 접수된 법안을 직원에게서 빼앗아 찢었다. 

실제로 2008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출입문을 망치로 부쉈던 당시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벌금 200만원, 2009년 국회 사무총장실서 집기를 부수며 물리력을 행사한 당시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벌금 300만원의 처벌에 그쳐 의원직을 유지한 바 있다. 국회 본회의장서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게 이제껏 가장 무거운 처벌이었다.

반면 국회선진화법은 일반 형법으로 처벌하던 행위들의 처벌 수위를 크게 높였다. 이번 국회선진화법 사건은 첫 사례인 만큼 피고발된 국회의원들의 강력한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새로운 법을 적용한 첫 사건인 만큼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할 것”이라며 “보통 검찰은 새로운 법에 대한 양형 기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재판서 최고 형량을 구형해 첫 판례를 이끌어내려고 힘쓴다”고 설명했다. 

피고발된 한국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서 내년 4월 이전에 법원서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처벌 불가피할 것”
서초동 한목소리

다만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거나 1·2심 재판 결과에 따라 각 당의 당헌·당규에 의해 공천에서 배제될 수는 있다. 더 나아가 피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이 21대 총선서 당선됐다고 할지라도, 결국 최종 형이 확정돼 유죄가 나올 경우 해당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상호 고발전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는 “기소와 유죄 확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야권에서는 “여야가 고소·고발 취하 합의만 하면 검찰과 법원이 나서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표면적인 조건으로 내걸었던 ‘검찰 고발 취하’에 ‘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다. 국회 파행이 이어지더라도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없던 일로 되돌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야권은 고소·고발에 대한 취하 합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은 정치적인 영역이고 사법적인 영역과는 또 별개로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지 않나. 한국당 의원들만을 상대로 처벌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고발만 취하하면 어느 정도는 참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타협이 이뤄지더라도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 수사는 진행된다. 패스트트랙에 올린 사법제도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검찰이 오히려 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개혁 대상서…
이제는 역전?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검찰발 정계개편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 3분의 2가 국회선진화법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대거 의원직을 상실해 해당 지역구에선 재·보궐선거가 이루어지게 된다. 여권에선 이 경우 재·보궐선거 지역구서 후보를 낸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공백이 생긴 지역구에 좋은 후보를 영입해 선거에 출마시킨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