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뇌부 ‘인질극 양상’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10 10:44:39
  • 호수 12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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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전직 수장 겨냥 ‘맞불 수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과 경찰이 서로의 전직 수장을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다. 마치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법조계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 돌입하면서 사정기관 양대산맥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민갑룡 경찰청장(사진 왼쪽)과 문무일 검찰총장

검경 수사권 조정안 논의 국면서 두 기관이 전·현직 지휘부를 수사대상에 올리는 등 정면충돌 양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검경의 전직 수장을 겨냥한 ‘맞불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달 10일이다. 검찰은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활용해 ‘친박’(친 박근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강 전 청장은 결국 구속됐다. 

하필
이 시점에…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는 강 전 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당시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철성 전 경찰청장, 김상훈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 박기호 당시 경찰청 정보심의관은 불구속 기소했다. 또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현기환 수석, 박화진 치안비서관, 정창배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모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4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현 전 수석은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시 여당과 친박 후보의 승리를 위해 치안비서관을 통해 경찰청 정보국에 정보활동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강 전 경찰청장 등 4명은 정보경찰 조직을 동원해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 ‘지역별 선거동향’ 등 선거에 개입하는 정보활동을 지시했다.

이 같은 정보활동 결과는 취합 후 별보·정책자료 등으로 작성돼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을 거쳐 정무수석에게까지 보고됐다. 검찰은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 전 대통령 등 현 전 수석 윗선의 관여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외에 강 전 경찰청장과 정 전 선임행정관은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 중립의무 위반 정보활동을 지시한 혐의도 공소 사실에 들어갔다. 이 전 경찰청장도 2013년 정치 중립의무 위반 정보활동을 지시한 혐의를 추가로 받는다. 또 박 전 정보심의관과 정 전 선임행정관은 2014년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에 개입하는 정보활동을 한 혐의, 김 전 정보국장과 박 전 정보심의관은 2016년 언론사 노조 동향 파악, 좌파 연예인 동향 파악 등에 대한 정보활동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 구속 기소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당시 검찰이 전직 경찰 수뇌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자마자, 경찰 내부에선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망신주기’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검찰은 하루 뒤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검찰은 관련자들을 상대로 책임의 정도에 대해 보완조사를 하고 신중히 판단한 결과, 기각된 대상자의 윗선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며 “(영장청구 등) 시점을 임의로 조정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선제? 강신명 전 청장 구속
경찰도 김수남 전 총장에 칼 겨눠

특히 검찰이 문제 삼은 부분은 공교롭게도 현재 수사권 조정의 핵심 사안과 일치한다. 검찰은 현재의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대로 처리될 경우 경찰 권한의 비대화를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정보경찰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는데, 마침 강 전 청장 등이 연루된 범죄가 바로 정보경찰과 관련된 사항이다. 검찰이 수사를 여론몰이에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검찰의 공세는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의 함바비리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진정서 접수 사실을 넘어 내사라는 수사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 업계의 거물 브로커 유상봉씨는 진정서를 통해 지난 2009년 서울강동경찰서 서장으로 있던 원 서울청장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시점서 원 서울청장에 대한 진정서 접수 사실이 알려진 점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원 청장과 관련된 내부감사나 검찰의 무혐의 판단 등을 통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사안인데도, 검찰이 민감한 시기에 고의적인 고위직 흠집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망신주기
여론전?

앞서 검찰의 함바비리 수사로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 등 고위직들이 무더기로 처벌받으면서, 2011년 논의됐던 검경 수사권 조정의 동력이 떨어지기도 했다.

경찰도 가만 있지 않았다. 경찰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황철규 부산고검장을 수사 선상에 올리며 맞불을 놨다. 
 

▲ 김수남 전 검찰총장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앞서 임은정 충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김 전 총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임 부장검사가 문제 삼고 있는 건은 2015년 12월 부산지검에 소속돼있던 윤모 검사의 ‘고소장 위조’ 사건이다.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윤 검사는 당시 고소인의 고소장을 분실하자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상급자 도장을 찍어 고소장을 위조했다. 이후 윤 검사는 이 사건을 각하 처리했는데 고소인의 항의로 고소장 위조사실이 알려지자 이듬해 6월 사표를 냈다. 

임 부장검사는 당시 대검 감찰1과가 윤 검사의 고소장 위조 등을 인지하고 확인까지 했는데도 감찰 또는 수사를 하지 않은 점, 이를 보고받은 당시 대검 차장과 검찰총장이 그대로 결재한 점, 윤 검사가 속해 있던 부산지검 역시 고소인의 항의 등으로 고소장 위조 등을 인지했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직서를 수리했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진흙탕 싸움
대놓고 표출

임 부장검사는 대검에 이 일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찰에 김 전 검찰총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 윤 검사는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비판 여론이 일자 검찰이 지난해 10월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임 부장검사는 경찰에 출석했다. 임 부장검사는 “2015년 부산지검과 대검찰청 감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사실대로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추가적으로 현직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예고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김 전 총장 등이 경찰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강제수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그는 “법적 절차는 공평하게 헌법 정신에 기초해 누구에게든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하는 것”이라며 “임의적인 방법으로 안 되는 것은 강제수사 절차가 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서지현 검사가 현직 검찰 간부 3명을 직무유기와 명예훼손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은 수사 속도를 낼 예정이다. 서 검사는 권모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문모 당시 법무부 대변인과 정모 서울지검 부장검사에 대해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14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날선 신경전 미묘한 시기 
수사권조정 맞물려 주목


고소장엔 서 검사의 미투 폭로 당시, 법무부 검찰 과장은 성추행 폭로에 따른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 대변인과 중앙지검 부장검사는 각각 언론 대응과 검찰 내부망 글을 통해 명예훼손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고소장 내용을 분석한 뒤 지난달 28일 서 검사 측을 조사했다. 서 검사 측 변호사는 “안태근 전 검사장의 항소심이 진행되던 중 안 전 검사장이 신청한 증인들이 위증하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증폭되며 2차 가해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검경수사권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커진 시점에 검찰 간부를 경찰에 고소한 것과 관련해선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과 경찰 두 조직이 상대 수장을 향해 벌이고 있는 수사와는 별개로, 여론전을 위한 수사 역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인질극의 목적은 서로의 수장을 볼모로 잡아 수사 실력과 조직 내 부패척결 의지를 국민들로부터 확인받는 것이다.

우선은 검찰이 한발 앞서 가는 형국이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밤 법원으로부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받아냈다.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자칫 동력을 잃을 뻔했던 수사의 불씨를 살려낸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윤중천을 모른다’던 김 전 차관의 발언과 ‘심야 출국 시도’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군 멍군
양보는 없다

경찰은 ‘버닝썬 수사’에 명운을 걸었지만 승리 구속영장 기각과 추가적인 경찰 유착 비리를 밝혀내지 못하면서 맥이 다소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의 지휘하에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 입장에선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당초 관측보다는 수사 결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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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