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심부름센터 잔혹사 
공포의 심부름센터 잔혹사 
  • 구동환 기자
  • 승인 2019.06.11 13:45
  • 호수 1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만 주면 뭐든지 다해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영화서나 나올법한 살인청부가 현실서도 벌어지고 있다. 한 여성이 심부름업체에 친모를 살해해달라고 의뢰한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줬다. 살인청부 외에도 각종 불법행위를 의뢰받은 사례를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기존 심부름센터는 비용에 따라 잔심부름을 해주는 곳이었다. 현재는 정도를 넘어선 개인정보, 폭행, 도청, 협박 등 불법행위들마저 의뢰받고 있다. 심부름센터서 ‘뭐든지 다해준다’며 광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부름센터의 불법 행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행태 보니…

▲살인= 서울 강남구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11월 내연관계였던 전 빙상선수 김동성의 오피스텔서 심부름센터 업체를 검색한다. A씨는 심부름센터에 “자살로 보이는 청부살인을 의뢰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라는 메일을 보냈다. 

이후에도 A씨는 심부름센터 업자에게 ‘12월9일 전까지는 어떻게든 작업을 마무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일이 느려지니 마음이 조금해지네요. 오늘내일 중으로 작업 마무리해주시면 1억원을 드리겠습니다. 엄마 혼자 살고 있으니 작업이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14일에 잔금을 치러야 해서…3일장도 해야 하고요’ 등의 내용이 담긴 메일을 보냈다. 

여기서 말하는 작업이란 친모를 살해해달라는 요청이었다. A씨의 살해 요청은 계획적이었며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A씨는 심부름센터 업자에게 총 6500만원과 함께 어머니의 집, 주소, 비밀번호, 사진 등을 제공했다. 

A씨는 살인 청부 의지가 확고했지만 심부름업자는 돈만 받은 뒤 일을 처리하지 않았다. 

불륜관계 의심 위치추적
살인청부 업체까지 등장

A씨의 범행은 부인의 외도를 의심한 A씨 남편이 몰래 이메일을 열어보면서 발각됐다. 부인의 이메일서 살인청부의 정황을 발견한 남편이 이를 경찰에 신고한 것.

2013년 2월에도 남편이 아내를 살해해달라고 심부름센터에 의뢰한 사건이 있었다. 남편은 렌터카 사업을 하던 아내가 이혼해줄 것을 요구하자 심부름센터에 1억3000만원을 건네고 살해를 요청했다. 실행에 옮긴 심부름센터 직원은 징역 30년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받았으며, 살인을 청부한 남편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살인을 위한 준비·실행과정을 비춰보면 그 형을 가볍게 선고할 수 없다”며 “사회와 합의된 헌법서 보면 피고인들은 사회와 격리돼 복역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납치=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부모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다운도 심부름센터에 접촉해 불법행위를 시도했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김씨가 심부름센터에 이씨 동생의 납치를 의뢰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김씨가 이씨 동생을 만난 날 직원에게 ‘2000만원 줄 테니 오늘 작업을 시작하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의 이 같은 납치 의뢰가 이씨 부모 살인사건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는지, 이씨 동생이 갖고 있던 하이퍼카 ‘부가티 베이론’의 매각 대금 15억원을 노린 것이었는지는 추가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치추적= 배우자의 사생활이 궁금해 심부름센터에 위치추적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자신의 아내와 불륜관계라고 의심되는 남성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붙인 50대 남성이 1심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성보기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부장판사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오씨는 심부름센터 운영자에게 자신의 아내와 불륜관계로 의심되는 남성 B씨에 대한 위치추적을 의뢰해 위치정보를 불법 수집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오씨는 심부름센터 운영자에게 B씨의 주소와 차량 종류, 차량 번호 등을 알려줬고 운영자는 B씨의 승용차 범퍼 안쪽에 위치 추적기를 설치했다. 운영자는 이틀 동안 B씨의 위치를 파악해 오씨에게 알려줬고 재판부는 “운영자가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뒤 오씨에게 ‘이제 실시간으로 어디 가는지 알 수 있네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오씨가 ‘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며 오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엄연한 불법행위

김현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UPI뉴스>와의 인터뷰서 “이들의 행위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고객 유치를 위한 일종의 사술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형사권을 갖고 있지 않은 사설업체가 가해 학생이나 부모를 찾아가 위협하는 행위도 협박죄나 강요죄고, SNS에 가해 학생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게시글 역시 명예훼손”이라고 밝힌 바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탐정법과 흥신소 앞날은?

공인탐정제도 ‘탐정법’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사생활 침해 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탐정업이 제도화되면 오히려 이 같은 불법행위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3월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2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진행된 경제 관계 장관회의서 ‘신서비스 분야 중심의 신직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인탐정 제도 도입을 추진하며 도입방식, 관리 감독 방안 등의 협의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사생활 침해 소지 등 공인탐정 도입 타당성을 따져볼 계획이다.

실제 유사탐정업체인 심부름센터, 흥신소들은 직무수행이라는 미명 아래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불법행위들을 일삼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 2013년 1월부터 심부름센터의 범죄 유형을 살펴본 결과 특정인의 소재·연락처 등 개인의 사생활을 불법으로 조사하는 행위가 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누설하는 행위가 18%, 동의 없는 위치정보 수집 등이 12%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사후 단속에만 의존해서는 업체의 불법행위를 방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인탐정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국가기관의 지도·감독을 받아 오히려 불법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동욱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탐정학과 교수는 “탐정법 연구에 따르면 현행법 하에서 할 수 있는 조사 방법이 300개 이상이다. 현재는 탐정업이 제도화가 돼있지 않아 댓가를 위해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지만 제도화가 되면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