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공소시효
  • 문화부
  • 승인 2019.05.07 09:13
  • 호수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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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인 / 모아북스 / 1만5000원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피 같은’ 세금을 내며 살아간다. 오죽하면 세금을 가리켜 ‘혈세(血稅)’라고 부르지 않는가? 
국민이 납세의 의무를 지키는 이유는 자신이 낸 세금이 결국 자신에게 혜택으로 돌아오고, 나라 살림을 나아지게 하고,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국민과 국가의 기본적인 약속이다. 

그런데 그 약속이 깨지고 있다. 아니,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은 제도와 시스템상의 허점으로 인해 줄줄 새거나 ‘눈먼 돈’으로 쓰여왔다. 
왜 국민이 피땀 흘려 번 돈이 엉뚱한 일에 쓰여야 할까? 수천억원, 수조원에 이르는 돈이 엉뚱한 곳에 낭비되는데도 왜 정작 국민은 그런 사실조차 알지 못했을까? 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가로채 숨겨놓고 자손 대대로 부와 권력을 누리며 사는 일이 가능할까? 
최근 10여년간 우리가 목격한 부정부패와 부조리의 근원은 권력의 최상층부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많은 국민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법으로 은닉한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여 환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우리 현대사에서 전무후무한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이 있었다. 비리는 만천하에 드러났고 국민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 적폐가 제대로 청산되었다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최순실이 불법으로 은닉한 재산을 추적하여 환수하는 절차가 남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행법의 한계다. 현행법상 일정 연한 이전의 불법과 비리를 캐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공소시효 때문이다. 공소시효가 지난 일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를 단죄할 수도 없고, 사적으로 은닉한 재산도 환수할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수저계급론을 만들고 갑질 문화를 생산한 일부 특권층이 노리는 틈새다. 이 허점을 이용해 교묘히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행법을 수정하거나 보완할 수 있을까? 방법은 있다. 이와 관련해 참고할 수 있는 것이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특별법’이다. 일제 강점기에 친일을 한 자들이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에 대해 그 후손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해서 재산을 국고에 환수할 수 있도록 한 특별법이다. 
이런 방식의 특별법을 조세법 중 공소시효법에도 적용하여, 탈세하거나 은닉한 고액의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적폐는 우리 사회 어디에나, 어느 때에나 존재했다. 그것을 청산하는 일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다른 법제도와 마찬가지로 조세 관련 제도들도 갑자기 완벽하게 개혁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꾸준한 관심과 비판, 그리고 사회지도층의 반성과 변화 의지, 제도 개선의 실행력이 필요하다.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과 경제인은 반드시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며 범법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 그동안 대가를 치르지 않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면 바로 지금이 변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