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의 대본이 공개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최근 발행된 방송작가협회 ‘방송문예’ 12월호에 ‘패떴’ 3회 강골마을편 대본이 공개되며 시작됐다. 공개된 대본에는 출연자들의 대사와 구체적인 미션, 행동을 세세히 제시해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패떴> 제작진은 “36시간 동안 진행되는 녹화를 대본대로 진행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또 “공개된 대본이 제작초기인 3회분인 만큼 출연진들 간에 친분에 별로 없어 제작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시청자 기만행위’ 비난 거세
‘프로그램 얼개일 뿐’ 옹호도
그렇다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 MBC <무한도전>에도 대본은 있다. 그러나 오프닝과 진행 사항이 적힌 형식적인 대본일 뿐, 출연자별 대사와 지문이 적힌 여느 드라마나 시트콤의 대본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는 각종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대본에 유재석의 오프닝 등이 적혀 있지만 진행은 여섯 출연자의 몫이다. 이는 프로그램의 가이드에 가깝다. 녹화가 진행되다 보면 그마저도 돌출상황 때문에 잘 지켜지지도 않는다”며 “대본보다는 큐시트에 가까운 스케줄이 나온다. 일정 자체가 촬영 전날 결정되곤 해 아예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야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역시 대본이 있다. 공개된 대본에는 강호동의 오프닝과 진행 방향 등이 적혀 있다. 간단한 상황만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 대본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제작진에 따르면 <1박2일> 100%중 30%정도만 만든 상황, 그나마 제어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나 마음먹었던 대로 진행되는 건 그중의 50%도 안 된다.
제작진은 “우리 대본은 오프닝 부분 강호동의 멘트를 위주로 녹화한다. 강호동의 멘트에 대한 다른 출연진들의 반응도 대본에 제시하긴 하지만 출연진들이 대본을 잘 보지 않는 관계로 대본대로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나머지 현장 촬영 분은 그때 그때 상황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연기자들의 리액션을 카메라에 담는다”고 설명했다.
가상 부부의 동거를 담아내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는 이른바 ‘스케줄 대본’을 이용한다. 대략적인 상황과 일정이 담긴 아우트라인이다. 그러나 제작진에 따르면 이는 스태프에게만 주어질 뿐, 출연자들에게는 대본이 없다. 출연자들은 매회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하며 제작진이 마련한 상황에 놓일 뿐이다.
제작진은 “가상 신혼생활을 전제로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출연자의 미션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 이후 상황은 대본에 제시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SBS <패떴>은 출연진의 1박2일 시골 체험을 그린다. 공개된 대로 <패떴>에는 현지 조사 겸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정리한 대화체의 대본이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회당 A4용지 4매 20회 분량의 대본은 흐름 파악용에 불과하다. 전체 방송분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적은 양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