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대권도전 선언'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02 12: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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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패의 사나이' 대권경쟁에서도 기적 이뤄낼까?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정책위의장 2번, 원내대표 1번, 당 대표 3번' 남들은 한번 하기도 힘들다는 당직을 두루 거치며 일명 '당직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바 있는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 달 26일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정 고문은 대선출마선언문을 통해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 4년 반 만에 중산층과 서민의 삶이 완전히 무너졌다. 대다수 국민들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안감 속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고통과 무력감 속에서 하루를 마치고 있다"고 탄식했다. 출마선언문을 읽어 내려가는 정 고문의 목소리에선 팍팍하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서민에 대한 연민과 정권교체에 대한 비장한 각오가 느껴졌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 달 26일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 광장시장에서 민주당 의원 40여 명과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빚 없는 사회, 편안한 나라, 든든한 경제대통령"을 구호로 제18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 대결에서 친박계의 좌장격인 홍사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바 있다.

낮은 존재감
저평가 우량주?
 

서울 종로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불모지와 같은 곳이었기에 정 고문의 기쁨은 더욱 컸다. 정 고문 스스로도 "종로에서 국회의원이 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번 승리를 통해 정 고문은 '무패의 사나이'라는 자신의 닉네임을 이어가게 됐다. 정 고문은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해본 적이 없는 무패의 사나이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의 인생을 살아온 그다.

지난 1978년 쌍용그룹의 평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 고문은 쌍용에서 상무이사의 자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 했다. 지난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후엔 내리 5선을 했다. 민주당의 사지라고 불렸던 종로에서도 살아 돌아온 그다. 이 과정에서 정 고문은 정책위의장을 2번, 원내대표를 1번, 당대표를 3번 맡으며 '당직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무척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정 고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낮은 존재감'이다. 

일각에선 관리형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정 고문은 자신을 '저평가 우량주'라고 자평한다.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많은 성과를 얻어냈는데도 전혀 부각이 안 됐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당대표를 3번이나 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항변이었다.


당직 트리플크라운 달성했지만 낮은 존재감 '굴욕'
"든든한 경제대통령 될 것" 경제전문가 이미지 부각

정 고문은 대선출마선언을 통해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 과정에서 '분수경제'라는 특이한 용어를 사용해 주목을 받았다. 정 고문은 "분수경제는 경제성장 동력을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에서 찾겠다는 의미로 대기업의 수익이 사회로 돌아간다는 '낙수경제'에 대비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분수경제'는 정 고문이 직접 만들어 낸 개념으로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 등 경제의 하층부에 실질적인 혜택을 줘 그 효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경제 전체로 퍼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 출신인 정 고문이 재벌개혁과 중소기업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겠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정 고문은 "대기업을 제대로 알면 중소기업도 잘 아는 법이다. 2차방정식을 잘 풀면 1차방정식은 쉽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중심의 허리가 튼튼한 '항아리형' 산업구조로 바꿔 내수진작의 힘으로 투자와 생산이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고문은 종로 광장시장을 대권선언 장소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4.11 총선에서 승리를 이룬 지역구로서 종로는 정치 1번지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고 '광장'이라는 이름은 소통과 민주주의를 나타내는 말이며, 시장이라는 장소는 분수경제의 서민경제를 대변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분수경제론 주장
서민 살리기 주력

한편 정세균 고문은 지난 1950년 전북 진안에서 4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가족으로는 배우자 최혜경씨와 1남 1녀가 있다. 가난한 가정환경과 오지의 환경에서 자란 그는 검정고시를 치르고서야 중학교 졸업 자격증을 얻을 수 있었다. 가정형편 때문에 전주공고에 입학했던 그는 대학진학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전주 신흥고로 전학하게 된다. 그는 신흥고에서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고려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과 대학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유신체제 반대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대학 신문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졸업 후 <동아일보>에 입사지원 했지만 유신정권의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에 충격을 받고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쌍용그룹에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쌍용그룹의 종합상사 주재원으로 일했다. 그런 가운데 뉴욕 주재원 시절 뉴욕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공부하고 LA주재원 시절엔 페퍼다인 대학교에서 MBA까지 취득하게 된다. 이후 그는 쌍용그룹에서 상무이사 자리에까지 오르며 1995년까지 수출입 업무를 맡았다.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오랫동안 기업인으로 활동한 경험은 유독 그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이렇듯 기업인으로도 승승장구의 행보를 가고 있던 정 고문은 지난 1995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제안을 받고 김대중 총재 특별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정고문은 정치 입문 후 불과 1년 만인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정 고문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내리 다섯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종로에서 홍사덕 의원을 꺾었다. 야당 의원이 종로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4년만의 일이었다.

미스터 스마일맨
허허실실 '외유내강'

그는 정치에 입문한 이후 기업에서의 경영 경험을 살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노사정위원회 간사와 상무위원장직을 수행하며 현대자동차 노사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해내는 등 경제통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또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중앙선대위 국가비전 21위원회 본부장과 경제특보를 맡아 대선 승리에 일조하기도 했다. 이후 열린우리당에서는 정책위의장을 거쳐 2005년 당의장직에 올랐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등 여파로 분열된 당을 통합하는 데 기여했으며 2007년에는 열린우리당의 의장으로 선출돼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합당되기 전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의장이 됐다. 2006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하며 글로벌 경제 감각을 단련했고, 2008년에는 민주당 대표로 당선돼 세 번째로 당을 이끌었다. 이후 2010년에도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으나 손학규 상임고문에게 밀려 최고위원에 머물렀다.

정 고문은 당내에서 '미스터 스마일맨'으로 통한다. 항상 웃는 얼굴로 빈틈이 많아 보이지만 실상은 '허허실실' 웃으면서도 성과를 내고 실적을 착실히 쌓는 '외유내강'형 인물이라는 뜻이다. 정 고문을 지지하는 세력은 강기정, 문희상, 원혜영, 유인태, 이미경, 전병헌, 최재성 의원 등 현역의원만 45명이나 된다.

정 고문의 씽크탱크 격인 '국민시대'에는 장하진 전 여성부장관과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가 공동대표로 포진하고 있고 김근식(경남대), 박찬표(목포대) 교수 등 260여 명의 정책위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후원회장은 <은교>로 유명한 소설가 박범신씨가 맡고 있다.

'야당필패' 종로서 24년만의 승리 일궈낸 저력
민주 대권, 다자구도 형성…대권경쟁 '흥미진진'

정 고문의 가장 큰 장점은 특별한 도덕적 결함이나 약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 고문에 대해 "대통령을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 현재 당내 대권주자들 간의 순위경쟁에서는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빅3’에 밀려있다. 그들과 비교해서 소위 '꿀릴 것'이 없는 경력과 능력을 자랑하지만 막상 지지율에선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 고문은 이에 대해 "지금 당장은 지지도가 낮지만 저의 진정성과 경험, 전문성을 알리고 후보들을 검증하는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면 국민들에게 신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정 고문의 이번 대권도전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이제는 정치적으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정 고문이기 때문에 대권은 그가 언젠가 한 번은 도전해봐야 할 숙명적인 목표였다. 하지만 박근혜와 안철수, 문재인 등의 3강 체제가 이미 고착화되어 있는 이번 대선에서 과연 정 고문이 얼마만큼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종로구에서의 값진 승리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정 고문의 정치적 행보에 찬물만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 고문은 경제 전문가라는 강점을 살려 당내 경쟁자들과 최대한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제전문가 부각
경쟁자와 차별화

정 고문은 "현재 우리나라는 내수기반이 무너지고 일자리와 수출도 줄고,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으로 특히 농어업은 이미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가계부채 해결 및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를 통한 빚 없는 사회, 남녀와 세대, 지역, 학력의 구분 없이 국민이 편안한 사회, IT융합산업과 의료·바이오산업, 신재생 에너지사업 등 첨단, 선도산업의 육성을 통해 제2의 IT신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제18대 대선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무려 17년간의 정치생활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없다는 주위의 평가에 굴욕을 당해왔던 그가 이번 대권도전으로 확실히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을지, 다가오는 대선은 그의 도전으로 점점 더 흥미로워 지고 있다.

 

<정세균 고문 프로필>

▲ 1969년 전주 신흥고 졸업
▲ 1973년 고려대학교 총학생 회장
▲ 1974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1978년 쌍용그룹 입사
▲ 1995년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 전북도지부 회장
▲ 제15~19대 국회의원
▲ 산업자원부 장관
▲ 열린우리당 당의장
▲ 민주당 대표
▲ 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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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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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