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부모 피살 전말&의문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3.25 10:43:15
  • 호수 1211호
  • 댓글 0개

돈이 뭐라고…죽음을 부른 채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주가조작으로 실형을 받아 감옥에 있는 청담동 주식부자이희진이 없는 사이, 이씨의 부모가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김모씨는 중국 동포 3명을 고용해 이씨 부모를 살해하는 중범죄를 저지르고 현금 5억원 탈취, 시신유기를 하는 등 계획적으로 움직였다. 범행 후에도 모친 행세를 하거나, 이희진씨 동생을 만나는 등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 <일요시사>는 사건의 전말과 함께 의문점을 살펴봤다.
 

▲ 이희진씨 ⓒ이희진 페이스북

김씨는 인터넷으로 고용한 공범 3명과 함께 지난달 25일 이희진의 부모를 살해한 뒤 현금 5억원과 이씨 아버지의 차 벤츠를 훔쳤다. 범행 이후 김씨는 이씨의 엄마 휴대전화를 이용해 엄마 행세를 하며 이씨의 동생 이희문씨와 연락을 취하는 등 신고를 최대한 늦췄다.

이희문씨는 엄마와 연락이 원활하지 않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씨의 어머니 시신을 발견한 후 CCTV를 분석해 용의자인 김씨를 체포했다. 김씨가 살해혐의로 체포된 후에도 미스터리한 점이 많다.

한 편의
영화 같은…

김씨는 과거 미국서 요트판매대행업체 사업을 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자 귀국했다. 요트 임대업 경험을 가지고 다시 사업을 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했고 이씨 아버지를 여러 번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이씨 아버지의 권유로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상태였다.

김씨는 이씨 아버지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이씨 아버지가 거주한 경기도 안양 집을 찾아갈 계획을 세웠다. 김씨는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 경호 인력을 구한다는 글을 올려 중국 동포 3명을 고용했다.


지난달 25일 이씨 부모의 집을 찾은 김씨와 공범자 3명은 오후 351분쯤 이씨 부모의 부재 중인 집을 찾았다. 15분 뒤인 오후 46분 집으로 들어온 이씨 부부는 이희문씨가 부가티 베이런을 팔고 난 일부 금액인 5억원이 들어 있는 스포츠 가방을 갖고 왔다. 가방 안에는 100만원권 수표와 지폐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부검 결과 이씨의 아버지는 두부외상과 목 졸림에 의한 질식으로, 어머니인 황씨는 목 졸림으로 인한 질식으로 각각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중국으로 달아난 공범 3명이 5억원을 어떻게 분배했는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김씨를 제외한 용의자 3명은 오후 1151분 인천발 항공편을 이용해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사건 당일 오후 10시 김씨는 자신의 친구인 A에게 싸움이 났는데 중재해달라고 불렀지만, 친구 A씨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지인인 BC에게 대신 가달라고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2명은 현장에 갔다가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고 판단해 김씨에게 신고를 권유하고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사건 당일 이씨 어머니의 시신을 장롱으로, 아버지의 시신은 냉장고로 옮긴 후 집안을 깨끗이 치웠다.

다음 날인 26일 오전330분경 김씨는 대리기사를 불러 자신은 렉스턴 차량을 운전할 테니 이씨 아버지의 벤츠를 운전해 따라올 것을 부탁한 후 경기도 평택시에 임대해놓은 창고(보증금 1500만원, 월세 150만원) 인근에 주차하도록 했다. 김씨는 벤츠 차량 트렁크에 범행 당시 피해자들의 피가 묻은 이불 등을 실었다가 대리기사가 떠나자 이불을 꺼내 불로 태운 뒤 현장으로 다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주가조작 실형 사는 사이 살해
시신 유기하고 현금 5억원 탈취

현장에 돌아온 김씨는 이삿짐 센터를 불러 이씨 아버지의 시신이 담긴 냉장고를 베란다로 빼낸 다음 평택 창고로 옮겼다.


그 후 김씨는 집에서 가져온 이씨 어머니의 휴대전화로 이희문씨와 카카오톡을 하며 어머니 행세를 했다. 이희문씨는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이상한 점을 감지하고 부모님 집으로 찾아갔다. 집 비밀번호가 바뀌어 들어가지 못한 이씨는 어머니에게 카카오톡과 전화로 연락을 했지만 응답이 없자 실종신고를 했다.

지난 16일 오후 4시경 신고를 받은 안양동안경찰서는 오후 6시경 안양 자택 옷장서 이씨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후 CCTV 분석으로 의심 차량을 추적해 17일 오후 317분 수원의 한 편의점 앞에서 김씨를 체포했다. 김씨의 자백을 들은 경찰은 이날 오후 4시경 평택 창고 안에 있는 냉장고서 이씨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했다.

피의자 김씨는 이씨 아버지가 주식투자를 권유해 투자했는데 이 돈을 모두 잃었다고 진술했다. 이씨 아버지는 김씨에게 보유하고 있는 2000만원으로는 사업이 힘들다며 주식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투자 성과가 나오지 않자 둘의 관계는 악화됐다고 전해진다. 김씨는 이씨 아버지에게 수차례 돈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김씨로부터 회수한 돈은 1800만원이었다.
 

▲ 이희진 부모 살해 피의자 김모씨

하루가 지난 20일 김씨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경호목적으로 아르바이트처럼 3명을 고용한 것이라며 집에 침입해 피해자들을 제압하려고만 했지만 옆에 있던 공범 중 한 명이 남성(이씨 아버지)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여성(이씨 어머니)의 목을 졸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범행 과정을 본인이 세운 것은 인정하지만 살해는 공범자가 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이씨 부모를 포박하고 돈을 요구하던 중 부부가 소리를 지르자 중국 동포가 살해해 본인은 말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5억 관련해서도 말을 바꿨다. 피해자들에게서 탈취한 5억원을 고용비로 나눠준 것이 아니라 공범자들이 주도적으로 돈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청부살인업자?
중국 어디로?

김씨는 범행 9일 전인 지난달 16일 재외 동포 구인·구직 사이트에 개인 경호팀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글 내용에는 20세부터 35세의 신체 건강한 남성을 우대하며 교포나 외국인뿐 아니라 불법체류자도 지원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뿐만 아니라 군인 출신 및 운동선수, 깡 있는 분을 우대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주요 업무로 시설 경호, 개인 신변 보호, 범죄예방, 행사 경호로 급여에는 월 300만원서 월 1000만원까지이며 일당이 가능하다고 게시했다.

공범 3명은 사건 당일 오후 1151분 중국 칭다오로 출국해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범행 뒤 곧바로 자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공범 중 한 명인 D씨 가족은 사건 발생 이전에 중국으로 출국한 기록이 발견됐다. 구체적인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 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 포함된 중국 동포 공범들은 가족들을 먼저 중국으로 피신시킨 뒤 범죄를 저지르고 중국으로 떠난 계획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중국 동포 3명이 모두 동갑내기 친구로 예전부터 국내서 생활했다고 전했다. D씨를 제외한 나머지 중국 동포 2명은 가족 없이 혼자 한국서 지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인터폴 등을 통해 중국 체류 중인 것으로 추측되는 공범 3명에 대해 적색수배를 내린 뒤 국내 송환을 요청했다. 또 이들의 입국을 대비해 인천공항 등에 통보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적색수배란 인터폴의 8가지 수배 유형 중 가장 높은 단계로 흉악범죄를 저지른 후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에게 내려진다.

이 사건은 범행동기와 범행 과정 등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김씨와 피해자 간의 채무 관계에 주목해 단순히 2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살인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씨는 진술 과정서 20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갔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000만원을 받으러 가기 위해 중국 동포를 데려가는 건 이상하다동원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우발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도 중국인 세 사람을 고용하는 데 2000만원이 넘어 경호원을 고용해 사람을 살해하는 데 사용했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못 박았다. 범죄 관련 업계서도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적인 범죄일 가능성을 높다고 봤다.

범행 동기·과정
계획 등 불분명

김씨 일당은 범행을 저지르고 5억원이 든 가방을 가지고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5억원의 출처를 조사한 결과 사건 당일 오전 이희문씨가 성남의 한 카센터서 부가티 베이런을 20억에 판매한 기록을 확인했다. 15억은 이희문씨 계좌로 송금됐고 나머지 5억은 부모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일당이 이씨의 부모가 5억원을 갖고 올 것이란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이희문씨의 경우도 26개월 동안 교도소 생활을 했다. 이씨의 부모는 그동안 두 아들에게 생활비를 받지 못해 생활비 명목으로 5억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 ⓒ이희진 인스타그램

범행 과정서도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다. 김씨는 이씨 부모가 집안에 없던 것을 이미 알고 비밀번호를 알아내 집 안에 먼저 잡입해 있었던 것인지, 근처에 숨어 있다가 이씨의 부모가 현관문을 열 때 밀치며 함께 집안으로 들어간 것인지 아직 밝혀진 사실이 없다.

김씨가 모친의 시신은 장롱에 두고 부친의 시신만 평택 창고로 옮긴 것도 의문이다.


지난 19일 안양동안경찰서 관계자는 특별한 동기가 있는 게 아니라 두 시신을 모두 옮기기에는 힘들 것으로 판단해 아버지 시신만 옮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일부러 한 행동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기 위해서라면 아버지 시체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야 하는데 이 사건 전에 임대해둔 평택 창고에 시신을 유기한 것은 그럴 의도가 없어 보인다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5억을 노린 거라고 해석하기는 힘들다이희진씨한테 증권 주식 투자과정서 피해를 본 다수의 사람들이 이희진의 아버지를 창고에 압박한 뒤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쓴 방법일 수 있다며 과거 사례를 되짚었다.

공범의 숫자가 많은 것도 의심스럽다. 중국 국적 공범 3명과 범행 후 뒤처리를 위해 요청한 2명 등이다. 살인사건의 경우 공범자가 이렇게 많은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뒤처리를 위해 현장에 간 이들은 단순 폭행 사건인 줄 알고 갔는데 살인 사건이라 빨리 신고하라는 말만 하고 바로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

공범 피의자 3명 출국
영원히 못 잡을 수도?

김씨는 범행 후 휴대전화를 이용해 엄마 행세를 했다. 김씨는 이 과정서 이희문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엄마 행세를 해 내가 잘 아는 성공한 사업가를 만나보라는 말로 유인한 뒤 고깃집서 김씨를 만났다. 김씨의 변호인은 김씨가 범행 사실을 털어놓고 사죄하려고 했지만, 입이 안 떨어져 미국 유학 생활 등 개인적인 얘기만 하고 헤어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피의자 김씨의 어머니가 5억원 중 25000만원을 가지고 경찰서에 출석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이날 오전 안양동안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김씨를 검거하면서 김씨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했지만, 돈을 발견하지 못했다. 김씨 어머니는 아들이 가지고 온 돈을 받고 강도 살인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전전긍긍하다가 김씨의 변호사에게 털어놨고, 변호사의 설득으로 자진 출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잔여금인 23200만원의 행방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21일을 기준으로 체포된 사람은 김씨 1명뿐이다. 현재 김씨의 진술만으로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서 김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체포 당시 수중에 가진 돈은 1800만원밖에 없다던 김씨였지만 어머니를 통해 25000만원을 반납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자 자신은 죽이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김씨와 범행에 가담한 후 중국 칭다오로 달아난 중국 동포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중국 동포 3명은 사건 당일 오후 610분경 범행 현장서 빠져나와 택시로 자신들의 거주지인 인천으로 이동해 짐을 꾸린 뒤, 항공권 3매를 예약하고 다시 택시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술만으로···
수사 난항

이들은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거주지 관리인에게 전화로 월세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의 진술만으로는 수사가 미궁속으로 빠지게 되는 형국이다. 중국 동포 3명을 이른 시일 내에 구속해 진술을 받아 조사를 진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은 누구?

이희진은 1986년생으로 안양서 태어나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집안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극단적인 시도를 할 만큼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이희진이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14년 <한경TV>에 증시전문가로 나오면서부터다. 당시 20대의 주식전문가이자 자수성가한 캐릭터로 입지를 구축하며 Mnet <음악의신2>,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등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청담동 주식부자라는 별명을 얻은 이희진은 승승장구하다가 20169월 동생인 이희범씨와 함께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희진은 이희범과 함께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투자 매매회사를 만들어 170억원의 주식을 매매하고 시세차익 13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재판과정서 피해자 211명에 피해액이 2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자본시장법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 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5, 벌금 200만원, 추징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201610월 이희진이 활동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이희진이 옥중서 쓴 자필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 편지의 내용에는 회사를 잘 키워보려는 욕심이 와전돼 슬프다평생 회원들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돌아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회원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중국어, 베트남어, , 회계 공부를 병행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서울남부교도소에 수감됐으며 지난 18일 부모 장례절차 준비로 구속집행정지가 받아들여져 빈소를 지키고 발인식을 치른 후 다시 입소했다. <>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