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부모 피살 전말&의문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3.25 10:43:15
  • 호수 1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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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뭐라고…죽음을 부른 채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주가조작으로 실형을 받아 감옥에 있는 청담동 주식부자이희진이 없는 사이, 이씨의 부모가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김모씨는 중국 동포 3명을 고용해 이씨 부모를 살해하는 중범죄를 저지르고 현금 5억원 탈취, 시신유기를 하는 등 계획적으로 움직였다. 범행 후에도 모친 행세를 하거나, 이희진씨 동생을 만나는 등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 <일요시사>는 사건의 전말과 함께 의문점을 살펴봤다.
 

▲ 이희진씨 ⓒ이희진 페이스북

김씨는 인터넷으로 고용한 공범 3명과 함께 지난달 25일 이희진의 부모를 살해한 뒤 현금 5억원과 이씨 아버지의 차 벤츠를 훔쳤다. 범행 이후 김씨는 이씨의 엄마 휴대전화를 이용해 엄마 행세를 하며 이씨의 동생 이희문씨와 연락을 취하는 등 신고를 최대한 늦췄다.

이희문씨는 엄마와 연락이 원활하지 않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씨의 어머니 시신을 발견한 후 CCTV를 분석해 용의자인 김씨를 체포했다. 김씨가 살해혐의로 체포된 후에도 미스터리한 점이 많다.

한 편의
영화 같은…

김씨는 과거 미국서 요트판매대행업체 사업을 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자 귀국했다. 요트 임대업 경험을 가지고 다시 사업을 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했고 이씨 아버지를 여러 번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이씨 아버지의 권유로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상태였다.

김씨는 이씨 아버지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이씨 아버지가 거주한 경기도 안양 집을 찾아갈 계획을 세웠다. 김씨는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 경호 인력을 구한다는 글을 올려 중국 동포 3명을 고용했다.


지난달 25일 이씨 부모의 집을 찾은 김씨와 공범자 3명은 오후 351분쯤 이씨 부모의 부재 중인 집을 찾았다. 15분 뒤인 오후 46분 집으로 들어온 이씨 부부는 이희문씨가 부가티 베이런을 팔고 난 일부 금액인 5억원이 들어 있는 스포츠 가방을 갖고 왔다. 가방 안에는 100만원권 수표와 지폐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부검 결과 이씨의 아버지는 두부외상과 목 졸림에 의한 질식으로, 어머니인 황씨는 목 졸림으로 인한 질식으로 각각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중국으로 달아난 공범 3명이 5억원을 어떻게 분배했는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김씨를 제외한 용의자 3명은 오후 1151분 인천발 항공편을 이용해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사건 당일 오후 10시 김씨는 자신의 친구인 A에게 싸움이 났는데 중재해달라고 불렀지만, 친구 A씨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지인인 BC에게 대신 가달라고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2명은 현장에 갔다가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고 판단해 김씨에게 신고를 권유하고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사건 당일 이씨 어머니의 시신을 장롱으로, 아버지의 시신은 냉장고로 옮긴 후 집안을 깨끗이 치웠다.

다음 날인 26일 오전330분경 김씨는 대리기사를 불러 자신은 렉스턴 차량을 운전할 테니 이씨 아버지의 벤츠를 운전해 따라올 것을 부탁한 후 경기도 평택시에 임대해놓은 창고(보증금 1500만원, 월세 150만원) 인근에 주차하도록 했다. 김씨는 벤츠 차량 트렁크에 범행 당시 피해자들의 피가 묻은 이불 등을 실었다가 대리기사가 떠나자 이불을 꺼내 불로 태운 뒤 현장으로 다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주가조작 실형 사는 사이 살해
시신 유기하고 현금 5억원 탈취

현장에 돌아온 김씨는 이삿짐 센터를 불러 이씨 아버지의 시신이 담긴 냉장고를 베란다로 빼낸 다음 평택 창고로 옮겼다.


그 후 김씨는 집에서 가져온 이씨 어머니의 휴대전화로 이희문씨와 카카오톡을 하며 어머니 행세를 했다. 이희문씨는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이상한 점을 감지하고 부모님 집으로 찾아갔다. 집 비밀번호가 바뀌어 들어가지 못한 이씨는 어머니에게 카카오톡과 전화로 연락을 했지만 응답이 없자 실종신고를 했다.

지난 16일 오후 4시경 신고를 받은 안양동안경찰서는 오후 6시경 안양 자택 옷장서 이씨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후 CCTV 분석으로 의심 차량을 추적해 17일 오후 317분 수원의 한 편의점 앞에서 김씨를 체포했다. 김씨의 자백을 들은 경찰은 이날 오후 4시경 평택 창고 안에 있는 냉장고서 이씨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했다.

피의자 김씨는 이씨 아버지가 주식투자를 권유해 투자했는데 이 돈을 모두 잃었다고 진술했다. 이씨 아버지는 김씨에게 보유하고 있는 2000만원으로는 사업이 힘들다며 주식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투자 성과가 나오지 않자 둘의 관계는 악화됐다고 전해진다. 김씨는 이씨 아버지에게 수차례 돈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김씨로부터 회수한 돈은 1800만원이었다.
 

▲ 이희진 부모 살해 피의자 김모씨

하루가 지난 20일 김씨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경호목적으로 아르바이트처럼 3명을 고용한 것이라며 집에 침입해 피해자들을 제압하려고만 했지만 옆에 있던 공범 중 한 명이 남성(이씨 아버지)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여성(이씨 어머니)의 목을 졸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범행 과정을 본인이 세운 것은 인정하지만 살해는 공범자가 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이씨 부모를 포박하고 돈을 요구하던 중 부부가 소리를 지르자 중국 동포가 살해해 본인은 말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5억 관련해서도 말을 바꿨다. 피해자들에게서 탈취한 5억원을 고용비로 나눠준 것이 아니라 공범자들이 주도적으로 돈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청부살인업자?
중국 어디로?

김씨는 범행 9일 전인 지난달 16일 재외 동포 구인·구직 사이트에 개인 경호팀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글 내용에는 20세부터 35세의 신체 건강한 남성을 우대하며 교포나 외국인뿐 아니라 불법체류자도 지원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뿐만 아니라 군인 출신 및 운동선수, 깡 있는 분을 우대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주요 업무로 시설 경호, 개인 신변 보호, 범죄예방, 행사 경호로 급여에는 월 300만원서 월 1000만원까지이며 일당이 가능하다고 게시했다.

공범 3명은 사건 당일 오후 1151분 중국 칭다오로 출국해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범행 뒤 곧바로 자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공범 중 한 명인 D씨 가족은 사건 발생 이전에 중국으로 출국한 기록이 발견됐다. 구체적인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 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 포함된 중국 동포 공범들은 가족들을 먼저 중국으로 피신시킨 뒤 범죄를 저지르고 중국으로 떠난 계획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중국 동포 3명이 모두 동갑내기 친구로 예전부터 국내서 생활했다고 전했다. D씨를 제외한 나머지 중국 동포 2명은 가족 없이 혼자 한국서 지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인터폴 등을 통해 중국 체류 중인 것으로 추측되는 공범 3명에 대해 적색수배를 내린 뒤 국내 송환을 요청했다. 또 이들의 입국을 대비해 인천공항 등에 통보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적색수배란 인터폴의 8가지 수배 유형 중 가장 높은 단계로 흉악범죄를 저지른 후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에게 내려진다.

이 사건은 범행동기와 범행 과정 등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김씨와 피해자 간의 채무 관계에 주목해 단순히 2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살인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씨는 진술 과정서 20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갔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000만원을 받으러 가기 위해 중국 동포를 데려가는 건 이상하다동원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우발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도 중국인 세 사람을 고용하는 데 2000만원이 넘어 경호원을 고용해 사람을 살해하는 데 사용했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못 박았다. 범죄 관련 업계서도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적인 범죄일 가능성을 높다고 봤다.

범행 동기·과정
계획 등 불분명

김씨 일당은 범행을 저지르고 5억원이 든 가방을 가지고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5억원의 출처를 조사한 결과 사건 당일 오전 이희문씨가 성남의 한 카센터서 부가티 베이런을 20억에 판매한 기록을 확인했다. 15억은 이희문씨 계좌로 송금됐고 나머지 5억은 부모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일당이 이씨의 부모가 5억원을 갖고 올 것이란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이희문씨의 경우도 26개월 동안 교도소 생활을 했다. 이씨의 부모는 그동안 두 아들에게 생활비를 받지 못해 생활비 명목으로 5억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 ⓒ이희진 인스타그램

범행 과정서도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다. 김씨는 이씨 부모가 집안에 없던 것을 이미 알고 비밀번호를 알아내 집 안에 먼저 잡입해 있었던 것인지, 근처에 숨어 있다가 이씨의 부모가 현관문을 열 때 밀치며 함께 집안으로 들어간 것인지 아직 밝혀진 사실이 없다.

김씨가 모친의 시신은 장롱에 두고 부친의 시신만 평택 창고로 옮긴 것도 의문이다.


지난 19일 안양동안경찰서 관계자는 특별한 동기가 있는 게 아니라 두 시신을 모두 옮기기에는 힘들 것으로 판단해 아버지 시신만 옮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일부러 한 행동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기 위해서라면 아버지 시체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야 하는데 이 사건 전에 임대해둔 평택 창고에 시신을 유기한 것은 그럴 의도가 없어 보인다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5억을 노린 거라고 해석하기는 힘들다이희진씨한테 증권 주식 투자과정서 피해를 본 다수의 사람들이 이희진의 아버지를 창고에 압박한 뒤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쓴 방법일 수 있다며 과거 사례를 되짚었다.

공범의 숫자가 많은 것도 의심스럽다. 중국 국적 공범 3명과 범행 후 뒤처리를 위해 요청한 2명 등이다. 살인사건의 경우 공범자가 이렇게 많은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뒤처리를 위해 현장에 간 이들은 단순 폭행 사건인 줄 알고 갔는데 살인 사건이라 빨리 신고하라는 말만 하고 바로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

공범 피의자 3명 출국
영원히 못 잡을 수도?

김씨는 범행 후 휴대전화를 이용해 엄마 행세를 했다. 김씨는 이 과정서 이희문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엄마 행세를 해 내가 잘 아는 성공한 사업가를 만나보라는 말로 유인한 뒤 고깃집서 김씨를 만났다. 김씨의 변호인은 김씨가 범행 사실을 털어놓고 사죄하려고 했지만, 입이 안 떨어져 미국 유학 생활 등 개인적인 얘기만 하고 헤어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피의자 김씨의 어머니가 5억원 중 25000만원을 가지고 경찰서에 출석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이날 오전 안양동안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김씨를 검거하면서 김씨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했지만, 돈을 발견하지 못했다. 김씨 어머니는 아들이 가지고 온 돈을 받고 강도 살인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전전긍긍하다가 김씨의 변호사에게 털어놨고, 변호사의 설득으로 자진 출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잔여금인 23200만원의 행방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21일을 기준으로 체포된 사람은 김씨 1명뿐이다. 현재 김씨의 진술만으로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서 김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체포 당시 수중에 가진 돈은 1800만원밖에 없다던 김씨였지만 어머니를 통해 25000만원을 반납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자 자신은 죽이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김씨와 범행에 가담한 후 중국 칭다오로 달아난 중국 동포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중국 동포 3명은 사건 당일 오후 610분경 범행 현장서 빠져나와 택시로 자신들의 거주지인 인천으로 이동해 짐을 꾸린 뒤, 항공권 3매를 예약하고 다시 택시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술만으로···
수사 난항

이들은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거주지 관리인에게 전화로 월세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의 진술만으로는 수사가 미궁속으로 빠지게 되는 형국이다. 중국 동포 3명을 이른 시일 내에 구속해 진술을 받아 조사를 진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은 누구?

이희진은 1986년생으로 안양서 태어나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집안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극단적인 시도를 할 만큼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이희진이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14년 <한경TV>에 증시전문가로 나오면서부터다. 당시 20대의 주식전문가이자 자수성가한 캐릭터로 입지를 구축하며 Mnet <음악의신2>,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등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청담동 주식부자라는 별명을 얻은 이희진은 승승장구하다가 20169월 동생인 이희범씨와 함께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희진은 이희범과 함께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투자 매매회사를 만들어 170억원의 주식을 매매하고 시세차익 13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재판과정서 피해자 211명에 피해액이 2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자본시장법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 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5, 벌금 200만원, 추징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201610월 이희진이 활동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이희진이 옥중서 쓴 자필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 편지의 내용에는 회사를 잘 키워보려는 욕심이 와전돼 슬프다평생 회원들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돌아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회원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중국어, 베트남어, , 회계 공부를 병행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서울남부교도소에 수감됐으며 지난 18일 부모 장례절차 준비로 구속집행정지가 받아들여져 빈소를 지키고 발인식을 치른 후 다시 입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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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