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3월 귀국 기정사실…친박계와 전쟁 불가피
“이명박 정부 성공 위해야 된다는 공감대 형성됐다”
정치권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상득-이재오 간의 연대설이 나돌면서부터다. 이 같은 연대설이 나도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된다는 교집합이 형성됐다는 데 기인한다. 게다가 여권 핵심인사와 이 전 최고위원이 교신을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직접 귀국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3월 귀국설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오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정치 재개 여부도 최대 관심사항 중 하나다.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 나도는 연대설에 대한 진상을 좇아가봤다.
한나라당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3월 귀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 안팎에서는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미 이 전 최고위원은 사실상 국내 복귀 선언을 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인터넷 팬클럽에 게재한 동영상을 통해 “이번 겨울에 중국을 중심으로 몽골, 카자흐스탄, 인도, 동남아를 돌아서 다시 한국으로 갈 것”이라며 “새해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여러분 곁으로 갈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오 귀국, 대변화 예고
이상득 따가운 눈총 받기도
실제 이 전 최고위원은 중국 베이징대학 국제관계대학원의 초청을 받아 초빙교수 자격으로 2주 정도 중국에 머물 예정이다. 이후 2월말까지 몽골과 동남아국가들을 돌아본 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워싱턴으로 복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이 전 최고위원의 국내 복귀는 주군인 이명박 대통령과 무관치 않다. 아무래도 이 전 최고위원이 복귀함으로써 지지부진했던 이 대통령의 정책들이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게다가 정국 주도권을 빼앗긴 한나라당의 해묵은 갈증을 해소할 뿐 아니라 당·청·정이 좀 더 밀착돼 움직여 ‘불협화음’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당내 계파갈등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이 전 최고의원의 행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는 몰라도 친이계 인사들의 결속력은 강화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 친박계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과 박 전 대표 간의 해묵은 감정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더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의 신뢰관계가 깨져 있고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친이계의 불만도 쌓일 대로 쌓인 상태다.
친박계 관계자는 “싸움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친박-친이 간의 대립각은 이미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며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에 군불을 땐 것도 친이계인 만큼 이들 간의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의 3월 귀국설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친박계 이외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쪽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다.
지난 1년간 이 의원은 전면에 나서지 못했고 원내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결국 이 의원이 청와대를 돕는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 전 최고위원을 껴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관측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이상득-이재오 연대설이 나돌고 있는 이유도 이에 기인한다. 이들은 친이계 인사로서 권력투쟁으로 힘겨루기를 한 아픈 기억이 있지만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힘을 보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연대설이 수면 아래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상득-이재오 연대설은 여권 인사의 막후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재오, “이상득 형님으로”
친분 있는 양측인사 물밑활동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들의 암묵적인 동의가 없는 연대설은 말 그대로 설에 불과할 것”이라며 “최근 여권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고 이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인사들이 막후 지원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상득-이재오 연대설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인물은 박창달 전 의원이다.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총선 당시 이상득 의원과의 문제와 관련해 ‘그때 대통령에게 소장파의 결의를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들어간 게 아니라, 다른 일로 갔다가 그 이야기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상득 의원과의 오해는 모두 풀었다’며 이 전 최고위원은 국내로 복귀하면 ‘이상득 의원을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는 박 전 의원이 이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 간의 해묵은 감정싸움을 종식시키고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주요인물이라는 얘기다.
J의원도 관심의 대상이다. 최근 J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헌신적인 모습을 내비치곤 한다. 특히 그는 미국 방문 당시 이 전 최고위원을 만났다는 소문이 회자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상득-이재오 연대설을 ‘설’로만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전면에서보다는 측면에서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J의원과 같은 행보를 취하고 있는 한나라당 한 인사는 “J의원은 이 의원과는 친분이 두텁고 이 전 최고위원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안다”며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이상득-이재오 관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무래도 이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의 관계가 회복되어야만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이 어느 때보다는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친이계 결집’이라는 뜻하지 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친이계 한 인사는 “이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 된다는 교집합이 형성되어 있는 만큼 연대설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들의 관계가 회복된다면 이 대통령의 고민거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이 전 의원 귀국이 당내 상존하는 분열의 변수들을 자극해서는 곤란하다. 여권 전체에 큰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의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친이재오계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최근 쟁점법안 처리 실패를 문제 삼아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당내에서 친이계는 친이상득계와 친이재오계가 양분하고 있다. 현재 주도권은 이 의원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이 전 최고위원의 입지 회복을 위해 친이계 갈등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비록 이 의원과 이 전 의원 연대설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한 것이라고는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권력은 양분화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이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 간의 전쟁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이 핵뇌관 여전
“권력 양분 힘들다”
이처럼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설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정치권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 일각에서 이상득-이재오 연대설이 제기됨으로써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위한 연대라는 말도 나온다.
이렇듯 이 의원과 이 전 의원의 향후 행보가 여권 권력 판도에 대변화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