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수 모독’ 자유한국당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3.18 10:25:20
  • 호수 12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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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 제대로 몰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풀릴 것처럼 보였던 여의도의 날씨에 갑자기 한파가 몰아쳤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국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여야의 대치 정국으로 3월 국회는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4선 의원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나 원내대표가 이 같은 결과를 예상치 못했을 리 없다.
 

“국민 여러분, 지난 70여년의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좌파정권 3년 만에 무너져 내려가고 있습니다. …힘겹게 피와 땀과 눈물로 쌓아올린 이 나라가 무모하고 무책임한 좌파정권에 의해 쓰러지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습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김정은 대변인?
묘수냐 악수냐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은 약 30분 동안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평소 침착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들까지 격분해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고성과 삿대질을 해댔다. 특히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는 민주당 의석에선 “어떻게 대통령을 수석대변인이라고” “그만해” “제발 표현 좀 가려하십시오” “취소해, 사과해” 등의 항의가 터져나왔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측은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이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자신들은 외신의 보도를 인용했을 뿐이라는 논리다.

지난해 9월26일 <블룸버그 통신>의 한국 주재기자가 쓴 기사(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남한의 문 대통령,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되다)를 일컫는다.


청와대는 즉각 입장을 내놨다. 지난 12일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나 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입장문을 통해 ‘모독’을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본회의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연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해 발언 철회 및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공방전은 ‘윤리위 제소’로 확전됐다. 발언이 있은 다음 날 오전, 민주당은 국회 윤리위원회에 나 원내대표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이 대표 발의했으며 민주당 국회의원 128명 전원이 찬성했다.

“문통은 김정은 대변인” 정국경색
실보단 득 ‘나다르크’로 급부상

나 원내대표는 격분했다. 그는 민주당의 제소 소식에 대해 “의회 헌정사상 없었던 일”이라며 “야당 원내대표 연설을 갖고 윤리위에 제소한다는 것은 국회를 같이하지 말자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징계안서 나 원내대표가 연설을 통해 국회법 제25조, 제146조 등을 비롯해 국회의원윤리강령과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국회법 제25조는 품위유지의 의무 조항, 제146조는 모욕 등의 발언 금지 조항이다. 

한국당도 가만 있지 않았다. 한국당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맞제소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의 연설을 방해했다는 사유다. 이로써 두 달이 넘는 공전 끝에 열린 3월 국회는 개회 수일 만에 다시 파행 위기에 놓였다.
 

▲ 회색 만연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3월 국회가 안갯속에 휩싸이자 또 다른 갈등 요소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선거제 개혁안과 개혁입법을 패키지로 묶어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자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 구체적인 안들을 조속히 확정 지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무슨 수를 쓰든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연대’를 저지해야 한다.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제 개혁을 하면서 제1야당을 ‘패싱’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연대의 목적이 한국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용이라고 해석한다.

한국당은 의원 총사퇴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한국당은 논의 구조서 빠진 채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이 오는 12월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된다면 이 제도로 내년 4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차라리 의원직 총사퇴를 한 뒤 조기총선을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헌정 초유의
쌍방향 제소

4선 의원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가 이 같은 결과를 예상치 못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오히려 의도된 결과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 한국당을 제외한 야권 내에서는 민주당의 과민반응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민주당이 ‘나경원 띄워주기’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정치 9단’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12일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모습을 보고 “민주당 전략은 나 원내대표를 잔다르크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설령 3월 국회가 파국을 맞더라도 한국당 입장에서는 딱히 손해 볼 일은 없다. 국회가 문을 열지 않으면 부담은 여당의 몫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선거제 개혁안, 검경수사권 조정, 사법 적폐 청산 등 사법개혁, 5·18 왜곡 폄훼 처벌 내용이 담긴 5·18특별법 개정안, 유치원 3법,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법안, 최저임금 결정구조 변경 관련 법안 등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 이해찬·홍영표 징계안 제출하는 자유한국당

하나같이 한국당이 반대하는 현안들이다. 선거제 개혁안에 대해 한국당 측은 “내 손으로 직접 뽑는 국회의원이 좋은지, 정당이 알아서 정해주는 국회의원이 좋은지, 직접 국민들께 물어보라”고 답한다. 사실상의 반대 의사다. 

시간은
한국당 편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도입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공수처가 검찰·경찰의 ‘옥상옥’이 될 우려가 있으며, 상설특검법이나 특별감찰반 제도라는 대안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 외 5·18특별법 개정안, 유치원 3법,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법안 등도 한국당이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쪽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급할 수밖에 없다. 국회 공백이 길어지면 대통령의 정책에도 제동이 걸린다. 당장 정부의 개각으로 개최돼야 할 7건의 인사청문회도 정상적인 진행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내각 공백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잇따라 열릴 인사청문회도 정쟁으로 파행을 맞을 공산이 커졌다. 

시간은 한국당의 편이다. 경제 악화와 미세먼지 등 최근 정부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여기에 민주당이 나 원내대표를 제소해 한국당은 여당으로부터 탄압받고 있다는 이미지까지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의 숙원과도 같은 ‘보수 단일대오’의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적어도 한국당의 내부결집은 이뤄냈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난 후 한국당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나 원내대표에게로 달려가 그를 격려했다. 무엇보다 지난 2·27전당대회서 김진태 당시 당 대표 후보의 낙선으로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태극기부대에게 큰 점수를 얻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다가올 21대 총선서 이들의 지지를 표심으로 이어가려는 복안으로 읽힌다.

‘야당 탄압’ 프레임 성공
보수 단일대오 밑그림도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13일 BBS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많이 유입된 친박 성향의 당원들과 그 지지자들이 원하는 내용들로만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봐서는 다분히 전략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앞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대여투쟁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그는 당의 대여투쟁 목표로 ▲싸워서 이기는 정당 ▲대안을 가지고 일하는 정당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 등을 제안했다.
 


‘싸워 이기는 정당’에 대한 세부 과제도 공개했다. 좌파독재 저지 투쟁, 문재인정권 경제실정백서위원회 출범,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개혁 등이 그것이다. 이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좌파 포퓰리즘 정책’, 대북정책은 ‘가짜 평화정책’으로 규정했다.

한국당 지도부가 확실한 방향성을 보이면서 당 지지율도 상승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1∼13일 조사해 14일 공개한 3월2주 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9%포인트 오른 32.3%로 집계됐다. 4주 연속 상승이자 1개월 만에 7.1%포인트나 오른 가파른 상승세다.

지지율 1위인 민주당과의 격차도 5%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음 목표는
4·3재보선

한국당은 기세를 이어 4·3재보궐선거의 전승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한국당 의원실 보좌진은 지난 13일 <일요시사>를 통해 “당원들의 반응이 아주 뜨겁다”며 “격려 전화가 수시로 온다. 기세를 탔다는 느낌이다. 이대로 재보선서 좋은 성적을 내면 지난해 6·13지방선거 때 당한 참패를 만회할 수 있다. (나 원내대표가) 집토끼 몰이에 제대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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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